술을 권하는 회사는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술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비결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좋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익숙하고 그만큼 관대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 후의 행동에 대해서는 크게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술버릇’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술에 관대한 만큼 이 술버릇에도 너무 관대한 나머지 심지어 술을 마신 후 폭행까지 조금 심한 정도의 ‘술버릇’ 쯤으로 생각하는 때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지나친 술버릇을 그냥 넘기다간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게 해 치료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위험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유독 한국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 많다?
일반적으로 동양 사람은 서양 사람이나 흑인에 비해 몸 안에서 술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에 약해서 많이 못 마시게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알코올 의존이 되는 경우도 서양 사람이나 흑인보다 적다고 분석되고 있고 실제로 일본이나 중국사람 같은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알코올 의존 환자들이 훨씬 적다고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동양권임에도 불구하고 체질적으로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 사람보다 2∼3배나 알코올 의존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최인근 교수는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술에 대해 너그럽기 때문일 것”이라며 “술 마신 후에는 어느 정도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고 결혼식, 장례식 등 중요한 행사나 환영회, 환송회 회식 등 모든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못 마시는 술도 억지로 마셔야 하고 그러다가 술이 늘어 알코올 의존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의존 환자가 많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최 교수는 “술을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사회, 문화적 분위기로 인해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다사랑 병원은 알코올 의존증은 일종의 ‘가족병(family illness)’ 이라는 인식하에 실시하고 있는 ‘가족치료프로그램’ 참여자 41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가족들은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해야 할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술을 자주 마시고 술버릇이 좋지 않은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족 32%가 5~10년 세월을 고통 받기만 하고 방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일반인들(가족)의 알코올에 대한 잘못된 의식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조기에 치료를 받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 알코올 의존증 방치하다 '치매 부른다'
알코올 의존증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으로 진단되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조절능력의 상실과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알코올을 사용하는 상태’를 알코올 의존증으로 정의했다.
결국 알코올 의존증은 술에 대한 내성의 유무와 금단현상의 유무로 판단된다고 볼 수 있다.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은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하는데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은 2~3일 술을 마시고 몸을 회복시킨 후 다시 음주를 한다”며 “초기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일상생활은 가까스로 유지하지만 술을 자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알코올 의존증 중기는 초기와 반대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게 되며 치료 의지도 없게 되고 알코올 의존증 말기에 이르면 누가 봐도 의존증 환자처럼 보인다.
알코올 의존은 사회적 변화 뿐 아니라 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 의존이 심해져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에 이르면 몸에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데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으로는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등이 있다.
최인근 교수는 “알코올 의존 환자가 사망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알코올에 의한 심장 근육 염증”이라며 “팔다리에 힘이 없고 느낌이 이상해지는 신경의 염증도 알코올 의존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성욕이 없어지거나 발기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충고한다.
이런 후유증은 술로 인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인 비타민이 파괴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데 이처럼 술에 의해 파괴되는 비타민은 일반적인 비타민을 먹어서 보충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술을 끊고 특정 비타민을 상당량 복용해야만 보충되는 것이다.
더불어 건망증, 판단력의 흐려짐, 헛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되며 알코올성 치매가 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에도 특정 비타민을 오랫동안 많이 보충하면 나아지기도 하나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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