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아름다운 세계

몽생미셸

나 그 네 2010. 2. 19. 12:51

 

 몽생미셸 수도원    

 광활하고 밋밋한 개펄 위에 갑자기 튀어 오른 삼각형의 산세(山勢)도 신기하려니와 그 위에 조화를 이룬 건축물을 올려놓은 발상도 신기하다.-몽생미셸

 프랑스 북안(北岸) 노르망디와 브르타뉴(Bretagne)가 만나는 지점에 몽생미셸은 그렇게 외롭고 도도하게 서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의 메카 르망(Le Mans)에서 차머리를 북서쪽으로 돌리면 어느샌가 고속도로가 끝나면서 한적한 들길로 접어든다. 어쩐지 비릿한 바닷내음이 풍기는 듯한 평지를 달리다 보면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삐죽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세(中世).

 이곳은 프랑스에서 간만(干滿)의 차이가 가장 심한 곳이라고 했던가,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속도가 말달리는 것보다 빨라 푸른 물이 일렁이던 바다가 마치 모세의 기적인양 순식간에 육지로 변하고, 어느샌가 육지는 사라지고 또다시 천지는 바다로 변한다.

 그래서 몽생미셸을 하루에 두번씩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도(孤島)가 되었다가 육지 끝 드넓은 개펄 위에 솟아오른 조그만 바위섬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신비한 자연의 조화는 신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을 일깨워, 성자 미셸이 이곳에 신을 기릴 수도원을 짓기 시작한 것이 8세기, 그후 천여년이 흐르는 동안 숱한 전설과 일화를 뿌리면서 생미셸 수도원은 순례지로, 정치범을 격리 수용하던 감옥으로 종교와 정치적 영욕을 역사와 함께 했다.

 지금은 육지와 이곳을 잇는 제방 위에 탄탄대로가 닦여져 마음만 먹으면 언제건 달려갈 수 있지만, 이 삼십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두 번 물이 들어올 때면 교통이 통제되어 그야말로 고도로 변하던 곳이었다.

 영화 <라스트 콘서트>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 배경의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치 못했겠지만 이곳이 정작 몽생미셸이란 곳이었다는 것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너무도 아득한 꿈속의 세계 같은 곳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당일 코스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가 되어 한국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몽생미셸의 인상은 여름과 겨울에 따라 전혀 다르다. 관광 성수기인 여름과 한적한 겨울을 이곳을 찾는 이에게 전혀 다른 정서를 안겨준다.

 반바지 차림에 카메라를 둘러맨 관광객들 틈에서 등을 떼밀리다시피 둘러보아야 하는 여름철 몽생미셸은 역사의 현장이라기보다는 삶의 희열이 꿈틀대는 현장이다.

 곳곳에서 민속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는 이방인 거리의 악사들, 성안 가득 들어찬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 노천 레스토랑 카페의 파라솔 밑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여름의 몽생미셸의 풍경은 어느 다른 관광지나 다를바 없다. 그러나 한여름 깊은 밤, 조명을 받은 이 중세의 건축물을 1킬로미터쯤 떨어져 바라본다면 누구라도 그 장엄하고 화려한 경관에 넋을 잃을 것이다.

 누가 과연 이 천혜의 자원 속에 저런 완벽한 예술품을 조화시켜 놓았는가! 새벽동이 틀 녘까지 분위기에, 아름다운 조형미에 취해 잠 못이루는 젊은 남녀와 노부부들의 팔짱낀 모습은 신심(神心)과 인심(人心)이 조화된 한폭의 채색화다.

 겨울의 몽생미셸은 한폭의 담채화이다. 인적이 거의 없는 제방 위에 갈매기들이 유유자적 날고 옅게 드리운 겨울 안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문을 닫은 대부분의 호텔과 레스토랑들 가운데 드문드문 불켜진 창들은 겨울 나그네의 마음을 더욱 외롭게 한다. 적막한 사방, 사랑하는 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거니노라면, 당신은 마치 속세와 멀리 떨어져 환상의 세계로 넘어와 있음을 느낄 것이다. 노르망디의 북풍 속에 마치 쇼팽의 피아노곡이라도 잔잔히 울려퍼지는 듯한 곳…이것이 겨울의 몽생미셸이다.

 이곳은 전 유럽의 관광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곳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란 건축물의 아름다움, 자연의 아름다움이 따로 떨어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루는 진기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이곳에 동행할 가장 사랑하는 사람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