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엽기,황당 미소들,,,

‘정구죽천(丁口竹天)이구나…’

나 그 네 2010. 9. 3. 17:34

  ‘정구죽천(丁口竹天)이구나…’
                                                                                                                          이수기 (경남일보논설고문)
 

 삿갓 쓰고 죽장 짚고 미투리신고 한평생 방랑하며 숱한 전설과 일화를 남긴 방랑시인 김삿갓의 풍자(諷刺)시 가운데 ‘정구죽천(丁口竹天)’이란 말이 있다. 김삿갓이 어느 유식한 체 하는 부부 집에 들었는데 식사 때가 되어도 식사를 대접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부부는 암호, 즉, 파자(破字:한자:漢字:의 자획:字劃:을 분합:分合:하여 맞추는 수수께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부인이 ‘인양복일(人良卜一)이오리까요?’ 하니까, 남편이 ‘월월(月月)이 산산(山山)하거든 내오시오’ 했다. 이 파자를 들은 김삿갓은 ‘정구죽천(丁口竹天)’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파자를 합자(合字)하면 인양(人+良=밥식:食)복일(卜+一=위상:上)은 식상(食上)이니 ‘밥상을 들일까요?’이고, 월월(月+月=벗붕:朋)산산(山+山=날출:出)은 붕출(朋出)로 벗인, 즉, ‘김삿갓이 나가면 밥상을 들이시오’라고 해석된다.
 ▶파자놀이의 당대의 내로라하는 김삿갓 앞에서 어설픈 짓거리에 하도 어이가 없는 김삿갓이 맞장을 치며 하는 말로‘정구죽천(丁口竹天)이구나’ 했다. ‘정구죽천(丁口竹天)’을 합자하면, 고무래 정(丁) 안에 입구(口)를 넣으면 가(可)자가 되고, 대나무 죽(竹) 아래에 하늘 천(天)을 붙이면 웃을 소(笑)가 된다. 한마디로 ‘가소(可笑)롭다’ 즉, 웃기고 있구나 하는 말이 된다.
 ▶‘공자 앞에 문자 쓰고, 도사 앞에 요령 좀 흔들다’는 말이 있다. 현실은 공자 앞에서 문자도 쓰고, 도사 앞에 요령도 흔드는 사람이 있으니까 시끄럽다. 요즘 어느 국민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할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농단 시비, 위장전입 논란, 부적절한 막말파문 등에 대해 관련인사들의 앞뒤 안 맞는 해명을 본 국민들 중에는 ‘정구죽천(丁口竹天)이구나’ 하는 말도 한다.

'Living daily > 엽기,황당 미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花鬪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0) 2010.09.29
13kg짜리 '괴물 비단잉어' 잡혀  (0) 2010.09.08
아재들요 묵고하자요!  (0) 2010.08.23
명명박박하게 밝힐거다!  (0) 2010.08.23
양봉벌옷   (0) 2010.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