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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冬至

나 그 네 2011. 12. 23. 06:46

동지에 가장 많이 해먹는 팥죽. 질병과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동지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은 나이 숫자 대로 넣는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黃眞伊)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는 음력 11월에 들어 있어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도 한다. 옛날의 태음력법(太陰曆法)에서는 입춘(立春)에서 시작하여 일년을 24절기로 나누었으니 아래와 같다.

 

24절기(음력)

 

 

하지가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데 비해서 동지는 그와 반대로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 그래서 옛노래에 “동짓달 긴긴 밤에” 하는 구절이 자주 나오고 있다. 동짓날은 양력으로는 대개 12월 22일경이 된다. 민간에서는 동지가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라고 하였으며 초순을 지나서 들면 노동지라고 하여 애동지가 드는 해는 그 해 겨울이 춥고 노동지가 드는 해는 춥지 않다는 말이 전해온다. 한편, 동지를 작은 설이란 뜻에서 아세(亞歲)라 불렀다. 역법의 시작은 중국의 요순(堯舜)시대이며 하(夏)나라 우왕(禹王) 오백 년 동안은 1월을 세수로 삼았으나, 주(周)나라 팔백 년 동안은 동짓달을 세수로 삼았으니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1월 세수는 하우씨의 역법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11월을 자월(子月)로 삼은 것은 간지(干支)의 시작이 11월로부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11월에는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회귀하는 날인 동지가 들어 있어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간지에 의한 음력의 월명은 다음과 같다.

 

 

 

주나라에서는 태양을 위주로 세수를 정하였으나 동지 때에는 태양이 북귀하는 기점이기는 하나 문자 그대로 추위에 이르렀다(冬至)는 것이니 아직 강추위가 남아 있으므로 하나라에서는 추위가 지나고 이제부터 추위도 없고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인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으며 전환의 시기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즉 태양의 북회귀점이냐 생물의 움트는 시점이냐에 따라 세수를 정하였던 것이다. 우리의 속말에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기후의 따스함과 생물의 움트는 것이 크게 부각되어 인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지만, 태양의 북귀를 잊을 수가 없어서 동지를 아세(亞歲)라 해서 작은 설로 대접한 것으로 이해된다.

 

 

동지 풍속

동지를 맞는 풍속은 크게 국가와 민간에서의 풍속으로 나뉘어 볼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나라에 올린다. 그러면 황색으로된 황장력(黃粧曆)과 흰색으로된 백장력(白粧曆)을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는데 동문지보(同文之寶)란 어새(御璽)를 찍어 주었다. 각 관청은 모두 나누어 받은 몫이 있었다. 각 관청의 아전들도 각기 친한 사람을 두루 문안하는 것이 통례로 되었다. 이조(吏曹)의 아전들은 각 벼슬한 집에서 자기가 임명장을 내 준 사람이 직무에 취임하게 되면 그로부터 당참전(堂參錢)이라 해서 돈을 받는다. 동지에는 아전이 관원에게 달력을 선사하고, 단오에는 부채를 관원이 아전에게 선사하는데 이를 일컬어,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한다. 관원은 받은 달력을 고향의 친지 묘지기 등에게 나누어 주었다. 동짓날 내의원(內醫院)에서는 관계, 후추, 설탕, 꿀을 쇠가죽에 섞어 삶아 기름이 엉기도록 고아 전약(煎藥)을 만들어 나라에 진상을 한다. 각 관천에서도 이와 같이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제주목사는 귤과 유자를 진상했다. 진상된 귤과 유자는 종묘에 드리고 각 궁의 하인들과 신하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제주에서 선편으로 고생하면서 진상한 것을 치하하여 임시로 과거를 실시하였다. 태학(太學)과 사학의 유생들에게 시험을 보이고 귤을 나누어 주었다. 이것은 감제(柑製)라 하였으며 수석합격자에게는 반드시 사제(賜第)를 내렸다. 조선시대에 명나라와 청나라에 동지를 전후해서 사신을 보냈으니 동지사(冬至使)라 했다. 선물은 한국의 토산품인 인삼, 호랑이 가죽, 수달피, 화문석, 종이, 모시, 명주 등이었는데 1894년 갑오경장 때까지 하였다.

 

동지 맞이 행사 모습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민간행사였다. 동지가 동짓달 초승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께 들면 중동지, 20일 넘어서 들면 노동지라 하는데, 애동지 때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이라 전하고 있다. 또한, 동짓날 뱀사(蛇)자를 써서 부적으로 거꾸로 붙여 두면 악귀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며, 동짓날 일기가 따스하면 다음해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게 되지만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들 길조로 여기고 있어 동짓날의 일기로 다음해의 연운을 점치는 일도 있었다. 동짓날 보리뿌리를 보아 연사를 점치기도 하는데 뿌리가 셋이면 풍년이고, 둘이면 평년작이고, 하나밖에 없으면 흉년이 들어 보릿고개를 맞아 큰 고생을 하게 된다고 전한다. 동짓날 저녁 때에 매나 소리개가 날아 지붕 위로 지나가면 흉조로 사람이 죽을 징조로 여기는 곳도 있으며(전남), 동짓날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 바 몸이 뜨거운 호랑이가 교미하기 좋도록 날씨가 춥고, 사람이 동짓날 방사를 하면 호랑이처럼 자식수가 적다고 해서 방사를 삼가는 곳도 있다(경남). 동지팥죽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해서 팥죽 아홉 그릇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하며(전남), 아직 탈상하지 않은 집에서는 팥죽을 쑤면 귀신이 싫어하기 때문에 팥죽대신 녹두죽을 쑤어 빈소에 차리는 일도 있다(경남).

 

 

동짓달 놀이

동짓날에 한해서 노는 놀이는 따로 없다. 그러나 동지가 들어있는 동짓달에는 밤이 가장 긴 계절이기에 조상들은 추야장(秋夜長) 또는 동짓달 긴긴밤이라 해서 놀이 등을 통하여 긴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동지 무렵에는 오후 5시면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다. 전깃불이 없었던 시절, 어둡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초저녁부터 잠이 올 리가 없으니 가족들이 큰방에 모이거나, 남자들은 마을 큰 사랑방에 모이게 된다.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이야기책 읽기, 윷놀이, 종경도놀이 등을 했고, 사랑방의 한쪽에서는 짚신을 삼고 멍석을 엮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윷놀이, 옛날 이야기책 읽기와 노랫가락이 불러진다.

 

윷놀이는 한국의 실내놀이 중 가장 보편적인 놀이로 남녀의 내외가 엄격했던 시대에도 당내간에는 남녀노소가 편을 짜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였다. 윷놀이에서 나타나는 수사(數詞)는 도, 개, 걸, 윷, 모라 하는데 돼지, 개, 거루(駏䮫), 윷(牛), 모(馬)를 뜻하여 모두 동물의 이름이며 짐승의 달리는 속도와 몸집의 크기를 감안해서 배치한 것으로 이해된다. 옛날 사대부 가정에서는 윷놀이 때에 부르는 윷노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종경도(從卿圖)놀이는 일명 승경도(陞卿圖)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사대부 가정에서 겨울철에 아녀자에 의해서 놀이된다. 종이에 내외직의 모든 관직명을 적어 주사위를 굴려 나타나는 숫자에 따라 승진케 하는 내방놀이로, 관직은 반드시 승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정을 하거나 탐관오리가 되면 파직을 파하고 사약을 받아 죽는 일도 있으니 그러한 과정을 놀이에 수용해서 관직이 순탄치만 않은 것을 놀이로 가르쳐 주고 있다. 승경도 놀이는 장차 관계에 나아갈 서당 학동들에게 관직명과 승차를 이해시키며 관직제도를 익히게 하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다.

 

윷놀이 판

승경도

 

 

동지 음식

팥죽은 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로 새알모양의 단자(團子)를 만들어 죽에 넣어서 끓여 만드는데,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세시풍속으로 되어 있어 동지팥죽이란 유별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동지팥죽은 먼저 사당에 올려 천신한 다음 방, 마루, 광, 헛간, 장독대, 우물 등에 한 그릇씩 놓으며 팥죽을 그릇에 담아 들고 다니면서 대문, 벽에 뿌리고 난 후에 사람이 먹는다. 이렇게 하면 액이나 질병이 없어지고 잡귀가 근접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데서 연유한다. 동지팥죽은 단순한 계절음식으로서의 시식(時食)이 아니라 신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민간 신앙에 있어 팥 또는 붉은색으로 귀신을 내쫓고 또는 예방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방술이 많으니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②이사를 가면 팥떡을 한다.
③고사 지낼 때에는 팥떡을 한다.
④경사가 있을 때에는 팥밥을 한다.
⑤먼 여행을 떠날 때에는 팥밥을 먹고 떠난다.
⑥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에는 팥밥을 먹고, 팥떡을 싸가지고 가면서 요기한다.
⑦돌림병이 번질 때에는 우물에 팥을 한줌 넣어둔다.
⑧초상집에는 팥죽을 보낸다.
⑨아이들이 주머니에 팥을 3개 넣고 다니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⑩눈에 다래끼가 났을 때에는 팥 3개를 먹으면 낫는다.
⑪팥을 집 북쪽이나 동네 북쪽의 땅에 묻으면 전염병이 예방된다.
⑫송편에 팥을 넣어서 먹으면 질병예방이 된다.

 

동짓날의 팥죽에는 찹쌀가루로 반죽한 경단을 넣어 끓이는데 이것을 새알심이라 한다. 새알심은 각기 가족의 나이대로 넣는 관습이 있다. 이외에 동짓달에 흔히 먹는 음식으로는 냉면과 신선로가 있었다. 냉면은 메밀국수를 김칫국에 말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것이다. 신선로는 열구자탕이로도 하는데 여러 가지 고기와 무, 오이, 달걀, 전복, 해삼, 버섯, 미나리, 밤, 은행, 잣, 파, 마늘 등 20여 가지를 넣어 함께 끓여 먹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고급 요리이다.


행사정보

한국문화의집 세시절공연 “冬至, 同志”
일시 : 2011.12.22(목) 오후 4시 / 오후 8시
장소 : 한국문화의집 공연장
내용 : 전통예술공연(민요,판소리,사물놀이, 전통무용, 기악 연주 등) 및 팥죽 나누기 행사
문의 : 한국문화의집 문화연수팀 02-3011-1721

 

 

 

한국문화재보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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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