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민간행사였다. 동지가 동짓달 초승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께 들면 중동지, 20일 넘어서 들면 노동지라 하는데, 애동지 때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이라 전하고 있다. 또한, 동짓날 뱀사(蛇)자를 써서 부적으로 거꾸로 붙여 두면 악귀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며, 동짓날 일기가 따스하면 다음해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게 되지만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들 길조로 여기고 있어 동짓날의 일기로 다음해의 연운을 점치는 일도 있었다. 동짓날 보리뿌리를 보아 연사를 점치기도 하는데 뿌리가 셋이면 풍년이고, 둘이면 평년작이고, 하나밖에 없으면 흉년이 들어 보릿고개를 맞아 큰 고생을 하게 된다고 전한다. 동짓날 저녁 때에 매나 소리개가 날아 지붕 위로 지나가면 흉조로 사람이 죽을 징조로 여기는 곳도 있으며(전남), 동짓날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 바 몸이 뜨거운 호랑이가 교미하기 좋도록 날씨가 춥고, 사람이 동짓날 방사를 하면 호랑이처럼 자식수가 적다고 해서 방사를 삼가는 곳도 있다(경남). 동지팥죽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해서 팥죽 아홉 그릇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하며(전남), 아직 탈상하지 않은 집에서는 팥죽을 쑤면 귀신이 싫어하기 때문에 팥죽대신 녹두죽을 쑤어 빈소에 차리는 일도 있다(경남).
동짓달 놀이
동짓날에 한해서 노는 놀이는 따로 없다. 그러나 동지가 들어있는 동짓달에는 밤이 가장 긴 계절이기에 조상들은 추야장(秋夜長) 또는 동짓달 긴긴밤이라 해서 놀이 등을 통하여 긴밤을 보내기도 하였다. 동지 무렵에는 오후 5시면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다. 전깃불이 없었던 시절, 어둡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초저녁부터 잠이 올 리가 없으니 가족들이 큰방에 모이거나, 남자들은 마을 큰 사랑방에 모이게 된다.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이야기책 읽기, 윷놀이, 종경도놀이 등을 했고, 사랑방의 한쪽에서는 짚신을 삼고 멍석을 엮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윷놀이, 옛날 이야기책 읽기와 노랫가락이 불러진다.
윷놀이는 한국의 실내놀이 중 가장 보편적인 놀이로 남녀의 내외가 엄격했던 시대에도 당내간에는 남녀노소가 편을 짜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였다. 윷놀이에서 나타나는 수사(數詞)는 도, 개, 걸, 윷, 모라 하는데 돼지, 개, 거루(駏䮫), 윷(牛), 모(馬)를 뜻하여 모두 동물의 이름이며 짐승의 달리는 속도와 몸집의 크기를 감안해서 배치한 것으로 이해된다. 옛날 사대부 가정에서는 윷놀이 때에 부르는 윷노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종경도(從卿圖)놀이는 일명 승경도(陞卿圖)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사대부 가정에서 겨울철에 아녀자에 의해서 놀이된다. 종이에 내외직의 모든 관직명을 적어 주사위를 굴려 나타나는 숫자에 따라 승진케 하는 내방놀이로, 관직은 반드시 승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정을 하거나 탐관오리가 되면 파직을 파하고 사약을 받아 죽는 일도 있으니 그러한 과정을 놀이에 수용해서 관직이 순탄치만 않은 것을 놀이로 가르쳐 주고 있다. 승경도 놀이는 장차 관계에 나아갈 서당 학동들에게 관직명과 승차를 이해시키며 관직제도를 익히게 하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