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米’자의 의미
90세를 축하하는 구순잔치는 米壽라고 부르며 88세에 한다. 그것은 米자에 여덟 팔(八)자가 두 개 들어가기 때문이다. 80세를 축하하는 팔순잔치는 77세에 한다. 그리고 喜壽라고 부른다. 그 까닭은 기쁠 희(喜)자의 약자로 일곱 칠(七)자를 겹쳐 쓰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백순잔치는 99세에 하며 白壽라고 부른다. 그것은 일백 백(百)자에서 한 획을 빼면 흰 백(白)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 까지는 대개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런데 쌀 미(米)자의 어원인즉 쌀 한 톨을 생산하는데 88번의 손길이 가기 때문에 여덟 팔(八)자가 두 개 들어간다고 한다. 무식의 소치겠지만 금시초문이다. 쌀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만큼 어렵게 생산한 쌀인 만큼 소중하게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은 쌀 농사에 여든 여덟 번의 손길은 가지 않는 듯하다.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피를 뽑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벼농사를 지을 때 피라는 것이 섞여 자라서 농부들이 일일이 잡초인 피를 뽑는데 골머리를 알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기계의 힘으로 저절로 골라낼 수 있기 때문에 피를 뽑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하기야 그럴 인력도 없다.
또 옛날에는 아주 일등 논이 아니면 물이 귀해서 물대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고, 그 수고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뭄이 심하지 않으면 물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 그 수고 또한 들게 되었다.
이래저래 벼농사에서 골치 아픈 절차가 몇 가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요즘정작 농민들이 골치를 썩이는 것은 벼농사가 너무 잘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풍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온난화로 두 번 벼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참 좋은 소식이건만 정작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추곡수매 가격 시비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생산비도 못 건진다고 농민들은 울상을 짓고 정부에서는 남아도는 쌀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썩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쌀 한 톨에 쏟은 정성이 퇴색될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