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119번 이후의 원소는 존재할까? <출처 : (cc) ClaudiaBassi at Wikimedia.org>
지금까지 발견된 원소의 수는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가 거의 확실시 되는 4가지 원소를 포함하면 원자번호 1번부터 118번까지에 이르는 총 118개이다. 이중 43번 테크네튬(Tc)과 61번 프로메튬(Pm)을 제외한 92번 우라늄(U)까지의 90가지 원소는 자연에서 발견되었으며, 나머지 원소들은 인공적으로 핵 반응을 통해 합성되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들 인공 합성 원소 중 43번, 61번, 93~98번의 8가지 원소는 뒤에 천연 우라늄 광석에 미량 들어있는 것이 발견됨으로써, 이들이 자연에서도 존재함이 확인되었다.
안정성의 섬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소들의 원자핵 모양을 예측해서 보인 그림. 원자핵들이 타원체 모양을 하고 있다.<출처 : ORNL>
원자번호 119번 이후의 원소들은 아직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았음(122번 원소를 토륨 시료에서 발견하였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오류에 의한 것으로 알려짐)은 물론 인공적으로도 합성되지 않았다. 여러 과학자들이 이들의 합성을 시도하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존재 가능한 원소의 원자번호 상한을 예측하기도 하였으나, 합성·발견할 수 있는 원소의 원자번호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126번 원소 부근에서 수명이 매우 긴 원소들로 이루어진 소위 말하는 ‘안정성의 섬’1)이 존재할 것이 예측되었으며, 초중원소들에서 관찰된 원자번호와 원자 질량에 따른 동위원소들의 반감기 경향은 안정성의 섬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의 화학산책에서는 119번 이후의 원소들을 합성하여 발견하려는 시도와 이들 원소의 예측되는 성질, 이들 미발견 원소들을 포함하는 확장된 주기율표, 그리고 존재 가능한 원소의 원자번호의 상한(주기율표의 끝) 등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에 관해서는 네이버캐스트 플레로븀(114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원자번호 119번 이후 원소들의 합성 시도와 예측되는 원소 성질
공상과학 TV 드라마 스타트렉(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의 시즌 6(1992년 방영)에는 가상 우주에서 원자량이 326이고 원자번호가 123인 운비트륨(Ubt)을 발견하고 이를 제임슘(jamesium, 원소기호 Rj)으로 명명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원자번호 119번 이후의 원소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인공적으로 합성될 수 없다고 증명된 것도 아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몇 가지 119번 이후의 원소들의 핵 융합 합성을 시도하였는데, 그들은 113번 이후 원소들의 합성에서와 마찬가지로, 악티늄족 원소 표적에 중이온 가속기로 가속된 특정 원소의 이온을 충돌시키는 핫 퓨전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또한, 일부는 자연에서 이들의 생성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천연 원소(여러 동위원소의 혼합물)를 표적이나 충돌이온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때 표적과 충돌이온은 이들의 원자번호의 합이 합성하고자 하는 원소의 원자번호와 같은 것을 사용한다. 이런 방법을 써서 지금까지 원자번호(Z)가 119, 120, 122, 124, 126, 127번인 6가지 원소들에 대해 합성이 시도되었으나, 모두 이들 원소 검출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몇 가지 경우에는 융합된 핵의 중간체인 복합핵(compound nucleus)2)의 자발적 핵분열은 관찰되었다. 그러나 관찰된 복합핵의 수명이 약 10-18 초로 IUPAC이 동위원소로 인정할 수 있는 최소 수명으로 정한 10-14초보다 월등히 짧아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 복합핵(compound nucleus)
- 1936년에 닐스 보어(Niels Bohr)가 핵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표적 원자핵과 충돌 원자핵의 결합으로 생성된 초기 물질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직 핵 껍질로 배열되기 전, 즉 핵 반응이 일어나기 전의 중간상태에 있는 들뜬 상태의 준안정한 원자핵이다. 복합핵은 수명이 충돌 시간보다는 월등히 긴 약 10-20초인데, 과다한 여기 에너지로 인해 주로 자발적 핵분열을 하면서 붕괴되거나, 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 껍질로 배열되면서 중성자를 방출하고 안정화되어 새로운 동위원소가 된다. 원자핵이 전자 구름을 만드는 데는 약 10-14초가 필요한데, IUPAC은 수명이 이보다 긴 동위원소를 실제로 존재하는 원소로 인정한다.
119번 우눈엔늄(ununennium, Uue)
우눈엔늄3)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원소 중 원자번호가 가장 작은 원소이다. 1985년에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L)에서 초중이온 선형가속기(super HILAC)를 사용하여 아인슈타이늄-254(254Es, Z=99: Z는 원자번호) 표적에 칼슘-48(48Ca, Z=20) 이온을 충돌시키는 반응을 통해 이의 합성을 시도하였으나, 원소 검출에 실패하였다. 2012년 5월 자료에 따르면, 독일 중이온가속기 연구소(GSI)에서 버클륨-249(249Bk, Z=97) 표적에 타이타늄-50(50Ti, Z=22) 이온을 충돌시켜 동위원소 295Uue와 296Uue를 합성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이 정한 미발견 원소들의 잠정적 원소 이름과 원소 기호에 대한 규칙은 네이버캐스트 우눈트륨(113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우눈엔늄의 합성이 성공한다면, 이는 8주기 첫 번째 원소로 주기율표에서 프랑슘(Fr)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알칼리 금속 원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1 양이온(Uue+)이 가장 안정한 화학종이 될 것이며, +3가 산화상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적 계산으로는 동위원소들의 수명은 마이크로 초(μs, 백만분의 1초) 단위인데, 이중 294Uue와 302Uue의 수명이 각각 약 485 μs와 약 163 μs 로 특히 길 것으로 예상된다.
120번 운비닐륨(unbinilium, Ubn)
운비닐륨은 소위 말하는 안정성의 섬에 속하고 이의 양성자 수 120이 마법의 수4) 이어서 긴 수명이 기대되어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여러 연구기관에서 이의 합성을 시도하였으나, 원소 검출 자체에는 모두 실패하였고, 운비닐륨 생성의 중간체인 복합핵의 자발적 핵분열은 관찰되었다. 복합핵 중에서 현재 알려진 방법으로 직접 생성시킬 수 있으며 질량수가 가장 크고 따라서 가장 안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302Ubn*이어서, 이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었는데, 이들 연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 마법의 수(magic number)에 관해서는 네이버캐스트 플레로븀(114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302Ubn*을 합성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2003년에 러시아 합동핵연구소(JINR) 산하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FLNR)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플루토늄-244(244Pu, Z=94) 표적에 철-58(58Fe, Z=26) 이온을, 그리고 우라늄-238(238U, Z=92) 표적에 니켈-64(64Ni, Z=28) 이온을 충돌시켜 복합핵을 검출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들은 이 실험에서 수명이 약 10-18초이고 자발적 핵분열로 붕괴되는 특성을 갖는 복합핵이 생성됨을 이에서 생긴 핵 분열 생성물의 분석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후, 2004년과 2008년에 프랑스의 거대 중이온 가속기연구소(GANIL)에서는 천연 니켈(Ni, 질량수가 58, 60-62, 64인 동위원소들의 혼합물) 표적에 238U이온을 충돌시켜 운비닐륨 복합핵을 생성시키는 실험을 수행하였는데, 이들 역시 수명이 약 10-18초이고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복합핵의 생성을 확인하였다.
한편, 운비닐륨 동위원소 자체를 합성하고 검출하려는 시도도 여럿 있었다. 처음 시도는 2007년에 FLNR에서 있었는데, 그들은 244Pu와 58Fe의 핵반응을 통해 운비닐륨의 합성을 시도하였으나 원소 검출에 실패하였다. 얼마 후인 2007~2008년에는 독일 GSI에서 238U와 64Ni 간의 반응을 세 차례 시도하였는데, 역시 운비닐륨 검출에 실패하였다. 이후에도 GSI에서는 운비닐륨 합성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여 2010년에는 퀴륨-248(248Cm, Z=96) 표적에 크로뮴-54(54Cr, Z=24) 이온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그리고 2011년에는 캘리포늄-249(249Cf, Z=98) 표적에 타이타늄-50(50Ti, Z=22) 이온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들 실험의 구체적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원소 검출에 성공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들 외에 208Pb/88Sr(복합핵 질량 296), 250Cm/54Cr(복합핵 질량 304), 252Cf/50Ti(복합핵 질량 302), 257Fm/48Ca(복합핵 질량 305) 등이 운비닐륨 복합핵 생성에 사용될 수 있는 표적/충돌이온 쌍인데, 이들 사이의 반응은 아직 시도되지 않았다.
운비닐륨이 존재한다면 이는 주기율표에서 8주기의 2족에 있는 알칼리 토금속 원소로 라듐(Ra) 바로 아래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2가 양이온(Ubn2+)이 가장 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며, 산화물 UbnO, 수산화물 Ubn(OH)2, 할로겐화물 UbnX2 등의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122번 운비븀(unbibium, Ubb)
운비븀은 126번 원소와 함께 안정성의 섬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소로, 특히 동위원소 306Ubb과 318Ubb가 비교적 긴 수명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 원소는 2007년에 마리노브(Amnon Marinov)가 천연 토륨 시료에서 반감기가 1억년 이상이고 초변형된 핵 이성질체 형태로 존재하는 천연 동위원소 292Ubb를 검출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이 주장은 재현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운비븀을 합성하려는 시도는 1972년에 러시아 JINR에서 플레로프(Georgy Flerov, 1913~1990) 팀에 의해 처음 행해졌는데, 그들은 238U 표적에 66Zn 이온을 충돌시켜 이 원소를 합성하려고 하였으나 원소 검출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1978년에는 독일GSI에서 천연 어븀(Er, Z=68: 질량수 162, 164, 166~168, 170인 동위원소들의 혼합물)에 제논-136(136Xe) 이온을 충돌시켜 이의 합성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실패하였다. GSI는 또한 2000년에는 앞서 러시아에서 시도했던 반응, 즉, 238U 표적에 66Zn 이온을 충돌시키는 반응을 수행하였으나, 역시 원소 검출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2000~2004년에는 JINR에서 248Cm/58Fe와 242Pu/64Ni의 표적/충돌이온 쌍을 사용하여 복합핵(306Ubb*)의 핵분열 성질을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수명이 약 10-18 초이고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복합핵을 관찰하였다.
운비븀이 존재한다면 이는 첫 번째 g-블럭(block) 원소(방위양자수 ℓ이 4인 g 부껍질에 최외곽 전자가 있는 원소)일 것이며, 화학적 성질은 토륨(Th)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산화상태(특히 +3과 +4)를 가질 수 있으며, 이산화물 UbbO2, 삼할로겐화물 UbbX3 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4번 운비쿼듐(unbiquadium, Ubq)
운비쿼듐을 합성하려는 시도는 2004년에 프랑스의 GANIL에서 있었는데, 이들은238U이온을 천연-저마늄(Ge, Z=32: 질량수 70, 72~74, 76인 동위원소들의 혼합물) 표적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하여 수명이 10-18초 이상이고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복합핵을 확인하였다고 2006년과 2008년에 보고하였다.
126번 운비헥슘(unbihexium, Ubh)
원자번호 126번 운비헥슘은 양성자수가 마법의 수에 해당하며, 특히 동위원소 310Ubh는 중성자 수(184)도 마법의 수인 이중 마법 원소에 해당하여, 수명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원소이다. 특히 이 원소의 핵 이성질체는 수명이 매우 길 것으로 짐작되어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1971년에 유럽원자핵 공동연구소(CERN) 과학자들은 이 원소를 합성하고자 토륨-232(232Th, Z=90) 표적에 크립톤-84(84Kr, Z=36) 이온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하여 높은 에너지의 α 입자가 방출되는 것을 검출하였다. 당시에는 이것을 운비헥슘이 합성되었다는 증거로 간주하였으나, 현재로는 당시 사용한 장치의 감도로는 이와 같은 검출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운비헥슘의 합성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976~1983년에 여러 연구진이 천연 광물 시료에서 운비헥슘을 분리∙검출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이 역시 성공하지 못하였다. 만약 운비헥슘이 얻어진다면, 이는 +8가까지의 여러 산화상태를 갖는 금속 원소일 것으로 예상된다.
127번 운비셉튬 (unbiseptium, Ubs)
1978년에 독일 GSI에서 범용 선형가속기(UNILAC)를 사용하여 천연 탄탈럼(Ta, Z=73: 181Ta 99.988%, 180mTa 0.012%) 표적에 가속된 136Xe을 충돌시키는 실험을 통해 운비셉튬 합성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스타트렉에 등장한 123번 운비트륨(unbitrium, Ubt)
지금까지 119번 이후의 원소들 중 합성이 시도되었던 원자번호 119, 120, 122, 124, 126, 127번의 6가지 원소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 이외의 다른 원소들의 합성 시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 방영된 TV 공상과학 드라마 스타트렉(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의 시즌 6에서는 가상 우주에서 원자량이 326인 원자번호 123번 운비트륨(unbitrium, Ubt)을 발견하고, 이 원소를 제임슘(jamesium, 원소기호 Rj)으로 명명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326Ubt가 운비트륨 동위원소 중에서 가장 수명이 길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내용에도 핵물리학적 지식이 활용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전자 배치와 확장된 주기율표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의 전자배치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원소들을 원자번호 순서로 배열하되 성질이 유사한 원소를 같은 열(족)에 배열하는 주기율표에서 어떤 원소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의 전자배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바닥 상태 원자에서 전자들이 궤도(orbital)를 채워가는 순서는 대체로 원자의 전자배치 원리(aufbau principle, 마델룽 규칙(Madelung rule))에 따른다. 이 원리는 전자가 채워질 때 주양자수(n)와 방위양자수(ℓ)의 합(n+ℓ)이 적은 궤도부터 채워지며, (n+ℓ)이 같은 경우는 n이 작은 궤도에 먼저 채워진다는 것이다. ℓ = 0, 1, 2, 3, 4 인데, 이들을 각각 s, p, d, f, g궤도라 하며, 각각에는 2, 6, 10, 14, 18개까지의 전자가 채워질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전자가 채워지는 궤도의 순서는 1s < 2s < 2p < 3s < 3p < 4s < 3d < 4p < 5s < 4d < 5p < 6s < 4f < 5d < 6p < 7s < 5f < 6d < 7p < 8s …가 된다. 현재 알려진 원소(공식적으로 아직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중 주기율표의 맨 마지막 원소인 118번 원소 우눈옥튬은 7주기의 마지막 원소로, 7p 궤도까지 완전히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미지의 원소, 즉 119번 이후의 원소들을 포함시킨 주기율표를 확장 주기율표라 하는데, 이들 원소에서는 8s(n=8, n+ℓ= 8), 그리고 n+ℓ= 9인 5g, 6f, 7d, 8p 궤도 순으로 전자가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방식에 따라 전자를 배치시켜 만든 확장 주기율표를 아래에 나타내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자번호 119번 이후의 원소를 포함시킨 확장 주기율표. 시보그(Seaborg)가 원자의 전자배치 원리, 즉 마델룽 규칙(Madelung rule))에 따라 전자를 배치시켜 제안한 것이다. <출처 : (cc) wikimediar.og>
그러나 이들 원소가 117번 우눈셉튬과 118번 우눈옥튬처럼 스핀-궤도 상호작용으로 인해 8p 전자의 에너지가 낮은 에너지 상태의 8p1/2(전자 2개 수용)와 높은 에너지 상태의 8p3/2(전자 4개 수용)로 나누어지는 경우에는, 이들 두 가지 8p 궤도의 에너지와 이웃하는 다른 전자궤도의 에너지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이들 원소의 전자 배치와 이들의 주기율표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2011년에 핀란드 헬싱키(Helsinki)대학의 피쾌(Pekka PyykkÖ) 교수는 이론적 계산을 통해 원자번호 172인 운셉븀(unsepbium)까지의 원소들에 대한 바닥 상태에서의 전자배치를 예측하였는데, 이를 피쾌 모형(PyykkÖ Model)이라 부른다. 이 모형에 따르면119번 이후의 원소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전자들의 대략적인 배치 순서는 8s(전자 2개) < 5g(전자 18개) ≤ 8p1/2(전자 2개) < 6f(전자 14개) < 7d(전자 10개) < 9s(전자 2개) <9p1/2(전자 2개) < 8p3/2(전자 4개)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8s(Z=119, 120), 5g(Z=121~138), 8p1/2(Z=139,140) 6f(Z=141~154), 7d(Z=155~164), 8p3/2(Z=169~172) 오비탈이 채워지는 50개 원소를 8주기에, 그리고 9s와 9p1/2 오비탈이 채워지는 원자번호 165~168의 4개 원소를 9주기에 배치하였다.
피쾌 모형(PyykkÖ Model)에 따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자번호 119-172번 원소를 포함시킨 압축형 확장 주기율표. <출처 : (cc) wikimediar.og>
원자번호 121(운비우늄)에서 153(운펜트륨)까지의 33개 가상적 원소들(맨 위 그림 참조)을 흔히 슈퍼악티늄 원소(superactinide)라 부르는데, 이들에서는 5g와 6f 전자 궤도가 채워져 나간다. 피쾌 모형에서는 최외각 전자가 8p1/2에 있는 139와 140번 원소를 제외한 121~155번까지의 원소가 슈퍼악티늄 원소가 된다. ‘superactinide’를 ‘초악티늄 원소’가 아닌 ‘슈퍼악티늄’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한데, ‘초악티늄 원소’는 104번 이후의 원소를 가리키는 용어로 영어로는 ‘transactinide’라고 한다. 그리고 확장 주기율표에서는 원자번호 171~203인 원소들이 배열될 수 있는데, 이들을 슈퍼악티늄 원소 아래에 있는 원소란 뜻으로 에카-슈퍼악티늄 원소(eka-superactinide)라 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상적 원소들로, 전자배치 또한 가상적인 것이어서 슈퍼악티늄 원소니 에카-슈퍼악티늄 원소니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합성 또는 발견될 원소의 원자번호에는 상한이 있는가?
존재할 수 있는 원소의 원자번호(Z)에 상한이 있는지의 여부는 지난 반세기 이상 동안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초기에는 110번이 원자번호의 상한으로 여겨졌으나 이 상한은 보다 큰 값으로 계속 수정되어 왔으며, 지금은 118번 원소까지가 이미 발견되었다. 초우라늄 원소들의 발견에 기여한 공적으로 1951년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시보그(Glenn T. Seaborg, 1912~1999)는 안정성의 섬의 중심이 Z=126부근에 있고, 존재 가능한 원소의 원자번호의 끝은 이 섬 바로 다음에 있을 것이므로 원자번호의 상한은 130미만이 될 것이라 하였다.
물리학자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중성 원자로 존재할 수 있는 마지막 원소의 원자번호가 137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연유로137번 원소를 파인마늄(feynmanium, Fy)이라 부르기도 한다. |
카잔(Albert Khazan)은 155번 원소가 주기율표의 끝이라 설명하고, 이를 카자늄(khazanium, Kh)으로 명명하였다. |
파인마늄(137Fy)과 카자늄(155Kh)
이론물리학자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재규격화 이론 연구로 1965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137(운트리셉튬)이 중성 원자로 존재할 수 있는 원소의 원자번호 상한이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물리학에서는 기본 상수로 미세-구조 상수(fine-structure constant, α)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전자기적 상호작용의 세기를 결정짓는 것이며 그 값은 7.29735257x10-3이다. 보어(Bohr) 원자 모형에 따르면 1s전자의 속도는 v=Zαc(Z는 원자번호, c는 광속도)인데, Z>1/α=137.036 이면 1s전자의 속도가 광속도보다 커진다. 따라서 비상대론적인 보어 모델은 원자번호가 137보다 큰 원자에서는 정확하지 않으며, 보어는 137이 존재할 수 있는 원소의 원자번호 상한으로 보았다. 한편, 상대성 이론을 반영한 디락(Dirac) 식에서는 Z가 1/α(약 137)보다 크면 1s전자의 에너지가 음 또는 허수가 되어 안정한 전자 궤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 이 경우에도 137이 원자번호의 상한으로 해석되었다. 파인만은 이를 근거로 존재할 수 있는 중성 원자의 원자번호 상한이 137이라고 말한 것인데,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 파인만을 기려 137번 원소를 파인마늄(feynmanium, 원소기호 Fy)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원자핵을 점전하로 보고 계산한 이들 식과는 달리, 원자핵의 크기를 고려한 보다 정교한 분석에서는 Z의 상한이 약 173로 계산되기도 한다. 또한 이와는 달리, 카잔(Albert Khazan)은 알려진 원소들의 원자량과 이들 성질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처리한 결과에서 Z의 상한을 155로 예측하고, 155번 원소를 자신의 이름을 따서 카자늄(khanium, Kh)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라이너(Walter Greiner)는 존재할 수 있는 원소의 원자번호에는 상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몇몇 학자들이 존재 가능한 원소의 원자번호 상한을 예측하기는 하였지만, 아직은 그 상한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수치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따라서, 새로운 원소를 합성하고 발견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새 원소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이어져야
가끔은 새 원소를 발견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유용성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는데, 갓 태어난 아이가 장차 성장하여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인류와 국가에 기여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없듯이, 갓 발견된 과학적 내용이나 발견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장래에 어디에 어떻게 이용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풍요롭고 건강한 삶의 상당 부분은 유용성을 따지지 않고 수행한 과학적 탐구의 결과에서 파생되었음이 분명할진대, 새로운 원소 발견에 대한 도전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 글
- 박준우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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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1
-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에 관해서는 네이버캐스트 플레로븀(114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 2복합핵(compound nucleus)
- 1936년에 닐스 보어(Niels Bohr)가 핵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표적 원자핵과 충돌 원자핵의 결합으로 생성된 초기 물질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직 핵 껍질로 배열되기 전, 즉 핵 반응이 일어나기 전의 중간상태에 있는 들뜬 상태의 준안정한 원자핵이다. 복합핵은 수명이 충돌 시간보다는 월등히 긴 약 10-20초인데, 과다한 여기 에너지로 인해 주로 자발적 핵분열을 하면서 붕괴되거나, 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 껍질로 배열되면서 중성자를 방출하고 안정화되어 새로운 동위원소가 된다. 원자핵이 전자 구름을 만드는 데는 약 10-14초가 필요한데, IUPAC은 수명이 이보다 긴 동위원소를 실제로 존재하는 원소로 인정한다.
- 3
-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이 정한 미발견 원소들의 잠정적 원소 이름과 원소 기호에 대한 규칙은 네이버캐스트 우눈트륨(113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 4
- 마법의 수(magic number)에 관해서는 네이버캐스트 플레로븀(114번 원소)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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