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이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신호진(현.한국산악회 부산지부장)
1.
너, 외로움에 떨거든 산으로 가라.
산자락 길게 늘어진 계곡
생의 언저리를 맴돌던 슬픈 영혼이
깊게 잠겨 뻐꾸기 울음되고
산노을이 스민 능선에 진달래 피면
그것은
네 연인의 황토 묻은 치마자락이며
네 낡은 모습의 그림자 일지니
비록 가는 길이 멀더라도
너, 외로움에 온 밤을 떨거든 산으로 가라
2.
추상의 행위에 맹종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둠의 계곡 얼음벽에
네 몸뚱아릴 칭여 매는 것은
그대 시지프스의 후손인 것을 알고 있는
지극한 어리석음
그러나,
그것이 우주로 통하는 길이라면
하얀 나래를 펴고
네 선조의 바벨탑을 올라야지
그래서 짧은 기억속에 남는 것은
자유로 남기 원한 젊은 파르티잔의 초상
3.
8,000m의 하늘을 보던 인간
최수남 岳兄은 그 로체의 등을 밟고
무엇을 가졌을까
자신의 悟道頌이 함지덕 능선위로
날아감을 보았을까.
결국 우리 곁에 남은 것은
낡은 피켈 한 자루
그러나 억겁을 두고 로체의 산능에서는
악형의 숨결이 남고
악형의 자유가 스미고
억겁을 두고 로체는
악형의 우주되는 것
4.
그대 젊은 날
바랄 것이 무엇 있던가?
졸속으로 남는 형상은
네 가슴의 잔 구멍뿐
산 모퉁이를 도는 빈 바람처럼
희미한 도회의 불빛이라도 남기지 말고
그대 산이 되어라
칠선골 산막 노인은
네게 전설로 남고
백무동 갈림길 산새 울음은
시가 된다
접동 긴 파람소리에 바람이 되고
그대 안에 남은 산은
하얀 삶이 되고
그것은 사랑이 되고
그것은 존재가 되고
그것은 철학이 되고
그것은 믿음이 되고
이제
그것은 종교가 된다.
5.
진실로
너,
외로움에 온 밤을 떨거든
산
산으로 가라
무한한 자유가 네 앞에 설 것이니
비록 가는 길이 멀더라도
네 마음이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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