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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MLB] '우타자의 무덤' 피츠버그 PNC파크

나 그 네 2015. 1. 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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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 ⓒ gettyimages/멀티비츠

세 개의 다리(로베르토 클레멘테/앤디 워홀/레이첼 카슨 브릿지)와 환상적인 스카이 라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구장인 PNC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꼽힌다.

 

좌석의 크기가 가장 큰 PNC파크는 가장 편안한 구장이기도 하다. 2008년 ESPN은 접근성/외관/내부시설/티켓 가격/좌석의 안락함/음식의 질/화장실/전광판 등의 20가지 항목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구장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는데, 당시 PNC파크는 95점을 얻어 샌프란시스코 AT&T파크(93점) 볼티모어 캠든야즈(92점)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85점)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28위 오클랜드콜리세움, 29위 트로피카나필드, 30위 올림픽스타디움).

하지만 PNC파크는 한 가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타자에게 대단히 불리한 구장이라는 것. 특히 더 불리한 쪽은 우타자인데, 콜로라도 쿠어스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이라면 PNC파크는 '우타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PNC파크는 지난 3년 간 우타자 홈런 팩터에서 압도적인 최하위 구장이다.

2012-2014 우타자 홈런 팩터 순위(빌제임스 핸드북)
1.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신시내티) : 133
1. 밀러파크(밀워키) : 133
3. 시티즌스뱅크파크(필라델피아) : 128
4. 로저스센터(토론토) : 125
4. US셀룰러필드(시삭스) : 125
6. 쿠어스필드(콜로라도) : 124
7. 양키스타디움(양키스) : 119
8. 미닛메이드파크(휴스턴) : 112
9. 시티필드(메츠) : 111
10. 리글리필드(컵스) : 110
11. 체이스필드(애리조나) : 109
12. 다저스타디움(다저스) : 107
12. 캠든야즈(볼티모어) : 107
14. 펜웨이파크(보스턴) : 103
15. 코메리카파크(디트로이트) : 102
16. 타겟필드(미네소타) : 98
17. 글로브라이프파크(텍사스) : 95
18. 터너필드(애틀랜타) : 94
19. 세이프코필드(시애틀) : 93
20. 카우프만스타디움(캔자스시티) : 92
20. 프로그레시브필드(클리블랜드) : 92
22. O.co콜리세움(오클랜드) : 90
23. 트로피카나필드(탬파베이) : 88
24. 부시스타디움(세인트루이스) : 87
24. 내셔널스파크(워싱턴) : 87
26. 에인절스타디움(에인절스) : 85
27. 말린스파크(마이애미) : 78
28. 펫코파크(샌디에이고) : 76
29. AT&T파크(샌프란시스코) : 67
30. PNC파크(피츠버그) : 58

올시즌만 따지면 PNC파크의 우타자 홈런 팩터는 59다. 그에 비해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파크는 150으로 1위에 올랐다(100이 평균). 당초 소문이 파다했던 필라델피아가 아닌 피츠버그가 포스팅에서 승리한 순간, 강정호는 우타자 1위 구장이 아닌 우타자 최하위 구장으로 가게 된 셈이다.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 상위
1. 양키스타디움 : 42 (좌타자 161, 우타자 119)
2. PNC파크 : 33 (좌타자 91, 우타자 58)
3. 다저스타디움 : 29 (좌타자 136, 우타자 107)
4. 세이프코필드 : 27 (좌타자 120, 우타자 93)
5. 체이스필드 : 26 (좌타자 135, 우타자 109)

좌타자에게 불리한 구장 상위
1. 펜웨이파크 : 43 (우타자 130, 좌타자 60)
2. 시티즌스뱅크파크 : 35 (우타자 128, 좌타자 93)
3. 리글리필드 : 33 (우타자 110, 좌타자 77)
4. 코메리카파크 : 23 (우타자 102, 좌타자 79)
5. US셀룰러필드 : 20 (우타자 125, 좌타자 105)

PNC파크가 우타자, 특히 파워히터에게 악몽인 이유는 간단하다. 우타자가 홈런을 때려내는 데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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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에서 바라본 PNC파크(구글 지도)

PNC파크의 좌중간은 117미터로 우중간(114미터)보다 3미터가 더 긴데, 특히 가장 깊은 곳은 125미터로 중앙 펜스(123미터)보다도 더 깊다. 이는 마치 베이브 루스-루 게릭-미키 맨틀이 뛰었던 시절의 양키스타디움을 떠오르게 하는 구조로(물론 양키스타디움의 좌중간은 122미터로 더 깊었다. 현재는 116미터) 당시 '죽음의 골짜기'(Death Valley)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양키스타디움의 좌중간은 우타자 조 디마지오가 날린 무수한 홈런 타구들을 잡아먹었다. PNC파크의 좌중간을 우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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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PNC파크) 붉은색(CBP) *출처-히트트래커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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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PNC파크) 붉은색(도쿄돔) *출처-히트트래커온라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은 좌우중간이 짧기로 유명하다(여기에 특유의 상승 기류까지 더해지다 보니 '돔런'이라는 말도 생겼다). PNC파크의 우중간 대비 깊은 좌중간은 도쿄돔과의 비교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물론 PNC파크의 우측은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등번호를 딴 21피트(6.4미터)의 높은 펜스를 가지고 있다(좌측 1.8미터). 하지만 이는 홈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AT&T파크의 24피트짜리 '윌리 메이스 펜스'는 좌타자들이 넘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이라는 말은 '좌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좌완은 좌타자에게 강점을 가지고 우타자에게는 어려움을 겪는데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에서는 그 어려움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타자에게 피홈런을 많이 맞는 투수라면 더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PNC파크에 등판한 좌투수들이 389.2이닝을 던지는 동안 맞은 홈런이 25개(9이닝당 0.58개)였던 반면, 우투수들은 1070.1이닝을 던지는 동안 93개(0.78개)를 허용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년 간 PNC파크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게임의 승리투수는 모두 좌완이었다(2013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2014년 메디슨 범가너).

베이브 루스 덕분에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을 가지게 된 양키스는 좌타 거포와 좌완 에이스들(허브 페노크, 레프티 고메스, 화이티 포드, 론 기드리 등)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양키스와 같은 전략이 필요한 피츠버그의 문제는 2001년 개장 후 지금까지도 팀을 대표하는 '좌타 거포'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페드로 알바레스의 더딘 성장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2015년 피츠버그의 예상 주전들
우타자 : 매커친(CF) 마르테(LF) 해리슨(3B) 머서(SS) 서벨리(C)
스위치 : 워커(2B)
좌타자 : 알바레스(1B) 폴랑코(RF)

PNC파크 개장 당시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는 좌타자인 브라이언 자일스였다(때문에 개장 당시 PNC파크는 '자일스를 위한 구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자일스는 2년 반 만에 팀을 떠났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들은 모두 우타자인 제이슨 베이(2004~2008)와 앤드류 매커친(2009~)이다. 흥미로운 것은 매커친은 홈경기 성적(통산 .313 .400 .515)이 원정경기 성적(통산 .286 .372 .482)보다 더 좋다는 것.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매커친이 덜 불리한 홈구장을 가진 선수였다면 더 화려한 클래식 스탯(홈런 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세이버 스탯은 구장 보정을 받고 있지만).

한국 리그에서 강정호는 큰 구장, 작은 구장을 가리지 않고 장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선수였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 역시 장타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츠버그와의 계약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둔 강정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PNC파크라는 새로운 괴물이다.

강정호의 2014년 구장별 성적(스포츠투아이)
목동 :  .344 .457 .750
잠실 :  .356 .426 .729
사직 :  .484 .590 .935
문학 :  .348 .444 .696
광주 :  .294 .400 .735
대구 :  .333 .407 .542
대전 :  .563 .696 1.063
마산 :  .259 .364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