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아름다운 야생화

유월에 비릿한 밤꽃 냄새

나 그 네 2015. 6. 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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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오감 가운데 가장 민감한 건 시각이지만 사람의 기분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남녀 사이에서도 후각은 아주 중요하다. 섹스를 하게 되는 여러 조건 중 첫째도 당연히 냄새다.

남성의 정액 역시 냄새를 지녔을 뿐 아니라 시기마다 각기 다른 냄새가 난다. 건강한 시기의 정액 냄새는 마치 좋은 향수 냄새를 방불케 하지만 여러 번 사정을 한다든지, 몹시 피곤하거나 극도로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는 악취가 난다.

해마다 6월이면 온 산천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은 남성을 상징하는 밤꽃이다. 조선시대 유학자 서거정은 ‘동국여지승람’에서 6월 전국의 산야를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뒤덮은 밤꽃을 ‘율화여설 향부부, 첩첩결자 여번성(栗花如雪 香浮浮, 疊疊結子 如繁星)’이라고 표현했다.

‘눈송이 같은 밤꽃 향기 물씬물씬 풍기더니 주렁주렁 달린 밤송이 수많은 별 같아라’라는 뜻이다. 여우꼬리처럼 부숭부숭하고 길게 아래로 늘어져 달리는 것은 수꽃이고, 암꽃은 이 수꽃 꽃차례 바로 밑에 숨어 세 개씩 달리는데 눈에 잘 띄지 않고 성게의 모습처럼 기이하게 생겼다. 묘한 것은 독특한 향을 뿜어내는 것은 수꽃이고, 암꽃은 향기가 없다는 것이다.

나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하얗게 핀 밤꽃에서는 여느 꽃들과 다른 비릿한 냄새가 난다.

밤꽃의 향기는 향기라고 말하기는 좀 뭐하고 왠지 냄새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밤꽃은 눈으로 확인하기보다 코로 먼저 알아채기 십상이다. 밤꽃의 냄새가 바로 남성의 정액 냄새를 닮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밤꽃 냄새를 양향(陽香)이라 불렀다.

실제로 밤꽃 향기의 성분이 정액 냄새의 성분과 같다.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이라는 분자가 그 주인공인데, 이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다(sperm·정액). 사실 정액의 냄새에는 이 두 물질 말고도 푸트레신(putrescine)과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분자가 기여하는데 이들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푸트레신은 ‘putrefy(부패)’, 카다베린은 ‘cadaver(사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정액에는 왜 이들 분자가 들어 있을까? 여성의 질 내부 환경은 젖산 때문에 산성이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염기성을 띠는데, 시큼한 여성의 질 속을 중화시켜 정자에 들어 있는 DNA의 손상을 막아주고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될 때까지 정자가 살아남도록 하려는 조물주의 조화다.

조선시대에는 밤꽃이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이 외출을 삼갔고 수절 과부들은 이때 잠을 설쳤다는데 그럴듯하게 들린다. 과부들이 엄동설한은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견딜 수 있어도, 밤마다 봉창문으로 밤꽃 냄새가 스며드는 오뉴월에는 수절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요즘에 남편이 있으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거나 소박을 맞아서 과부나 다름없는 생과부(生寡婦)들이 정액 냄새에 목마른데 밤꽃 향기나 흠씬 들이켜도 좋을 것이다.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 속을 남자랑 함께 걸으면서 밤꽃 향에 얼굴을 붉히면 처녀가 아니다. 잠자리가 고픈 아내들은 시치미 떼고 남편을 꾀어서 밤꽃이 지천인 숲 속으로 끌고 가 나 잡아 봐라를 하면서 놀다 오면 밤에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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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www.sexeducation.co.kr)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유월에 비릿한 밤꽃 냄새

 

 밤꽃 야릇한 향기, 도대체 왜 그럴까요

 

꽃냄새 속에 동물정액 ‘스퍼미딘’ ‘스퍼민’ 성분 들어있어

조선시대 유학자 서거정은 1481년 펴낸 ‘동국여지승람’에서 5, 6월 전국의 산야를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뒤덮은 밤꽃을 눈송이로 표현했다.

밤꽃이 천지를 뒤덮으면 눈은 즐겁지만 코는 괴롭다. 바로 동물의 정액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향기 때문이다. 이 비릿한 냄새 탓에 철저한 성리학 국가였던 조선에선 밤꽃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이 바깥출입을 삼가고, 과부들은 잠을 설쳤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향기로운 꽃 냄새가 아닌 비릿한 향기가 나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밤꽃 향기의 주성분이 정액 성분과 대체로 같기 때문이다.
밤 꿀 맛은 씁쓸하지만 항산화·항균 효과가 일반 꿀에 비해 10배 정도 뛰어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액 속에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들이 밤꽃 냄새 성분에도 들어 있다”며 “이 두 물질은 질소를 포함한 화합물이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자에서 이 두 물질의 역할은 ‘정자의 보호’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염기성을 띠는데, 산성인 여성의 질 속을 중화시켜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될 때까지 정자가 살아남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밤꽃 냄새 성분에 왜 이 물질들이 포함돼 있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야생화 중에도 밤꽃과 유사한 페로몬 향기를 내는 것이 몇 종 더 있는데 이런 향기는 벌들도 싫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밤 꿀은 향이 비릿하고 맛이 씁쓸해 벌들도 꺼려 주변에 먹을 수 있는 꿀들이 없을 때만 찾는다는 것.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처럼 씁쓸한 맛을 내는 밤 꿀은 약효가 뛰어나 예전부터 널리 쓰였다. 남성에게 좋다는 속설도 있지만, 남녀 모두 소화기와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밤 꿀에는 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항균물질이 g당 5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상 들어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카시아 꿀보다 10배 정도 많은 양이다. 최용수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연구사는 “밤 꿀은 국내서 생산되는 꿀 중에서 항산화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며 “특히 위암의 원인균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항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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