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여러 사람에 의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시사IN>은 다스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다수의 문건을 확보했다.
다스는 자동차 시트와 시트 프레임 등을 만드는 회사다. 1987년 설립된 다스는 공장을 완공하자마자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지금도 생산 물량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 경북 경주 본사를 포함해 미국·중국 등 전 세계 13개 지역에서 사업장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은 6000여 명에 이른다.
1999년 1219억원이었던 다스 매출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매출액은 2조3800억원에 이른다. 자동차 시장이 불황인데도 다스는 올해 매출액이 2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현대차 납품업체 사장은 “다스는 성장률과 수익 마진이 다른 하청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높다”라고 말했다.
다스는 비상장회사로 대주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회장(47.26%)이다. 이 전 대통령 처남 고 김재정씨의 부인 권○○씨(23.60%), 기획재정부(19.91%), 청계재단(5.03%), 이명박의 고교 동창으로 후원회 ‘명사랑’ 회장을 지낸 김창대씨(4.02%)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다스 주주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다.
다스는 도곡동 땅 의혹과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투자회사 BBK를 설립한 김경준씨는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도 같은 주장을 했다. 재미동포 김경준씨가 1999년 설립한 BBK에 다스는 19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나중에 다스는 투자금 190억원 가운데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경준씨와 다투기도 했다. <시사IN>은 다스의 ‘빚’을 받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 그리고 검찰이 직접 나섰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다스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확보했다.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청와대와 외교부 그리고 검찰이 나서서 미국과 스위스 정부를 설득해 김경준씨의 계좌 동결을 풀었다. 다스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문서를 만들어 보고하고, 다시 지시를 받았다. 청와대 담당자는 민정수석실의 ㅇ행정관이었다. 보고는 주로 팩스를 이용했는데 다스 사장의 직통번호 054-7○4-6○○○에서 보내다가, 나중에는 팩스 전용 054-7○6-3○○○를 사용했다. 받는 번호는 청와대 민정실 02-770-○○○○였다. 외교부 담당자는 김재수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였다. 김 총영사는 다스와 만나 회의하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 모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관장했다. 돈 문제는 하나하나를 직접 챙겼고, 서류가 부족하거나 늦게 도착하면 청와대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시사IN> 제519호 ‘이명박 청와대 140억 송금 작전’ 기사 참조).”
다스, 검찰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단순히 처남이나 형이 관련한 가족 회사를 위해 이렇게 꼼꼼히 관여했을까? 의문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다스와 관련한 의혹을 풀기 위해 ‘저수지 밑바닥’부터 훑었다. 먼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들의 증언을 하나씩 다시 점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6급 보좌관이었던 김유찬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김씨는 당시 이명박 후보가 1996년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과 관련해 법정에서 위증하도록 시키고 그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법원은 같은 주장이 담긴 <이명박 리포트>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 책에 다스와 관련한 주요 증언이 기록되어 있다. “종로 선거에서 과연 이명박씨는 그 많은 돈이 어디에서 나서 저렇듯 선거 비용을 조달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당시 이명박 의원이 대부기공(현 ‘다스’)의 돈으로 선거 조직의 많은 이들의 급여도 지급하고,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부장’ ‘과장’ 등 대부기공 직원의 직책도 마음대로 부여하였던 것을 보며 ‘아! 대부기공의 실제 오너는 이명박 의원이구나!’ 하는 심증을 확실하게 가질 수 있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BBK 특검 수사 대상이기도 했다. 2007년 검찰 수사 발표를 살펴보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당시 부장 최재경 부장검사)는 “이상은씨가 갖고 있다는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제3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언론 등은 ‘제3자=MB’로 해석했다. 제3자 차명 재산으로 보이는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 가운데 17억9000만원가량이 다스에 투자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의 추론에 따르더라도 다스는 제3자 소유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다스가 이명박 후보 소유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발표했다.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특검팀도 다스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발 더 나아가 정호영 특검팀은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이상은씨의 것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특검 발표 뒤에도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실소유주를 밝혀줄 새 단서가 나오기도 했다. 2011년 10월 <시사IN>(제213호)은 ‘MB 아들, 50억대 집 샀다’라는 내곡동 사저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출범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다스 비자금과 관련한 단서를 찾았다. 2008년 BBK 정호영 특검이 수사 당시 100억원대 비자금을 찾아냈지만 이 대통령 취임 나흘 전인 2008년 2월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비자금 문제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비자금 의혹은 이광범 특검 수사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튀어나왔다. 시형씨는 내곡동 땅 매입 대금 6억원을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빌렸다고 주장했다. 이상은씨 자택에서 들고 왔다고 했다. 정작 이상은씨의 부인은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광범 특검팀의 한 수사 관계자는 “이상은 회장 돈은 분명 아니었고, 다스의 자금이라는 제보가 있었다. 하지만 수사가 다스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광범 특검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공식 신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승인하지 않았다.
이광범 특검팀에 따르면 시형씨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 흐름은 또 있다. 2010년 시형씨가 살던 서울 삼성동 힐스테이트아파트(142㎡·약 43평)의 전세금 6억4000만원도 출처가 불분명했다. 공직자 재산신고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돈이 움직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특검팀은 이 자금 또한 다스의 비자금으로 의심했다. 당시 시형씨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매형 회사인 한국타이어에 입사했지만 큰돈을 모을 수 없는 위치였다. 시형씨는 2008년 예금 3652만원을 신고한 뒤 이듬해부터 재산신고를 거부해왔다. 다스에서 일했던 이상은씨의 한 측근은 “이시형씨가 쓰는 돈은 거의 다스에서 나왔다. 다스가 MB 것이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다스 경영진도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져 있다. 강경호 현 사장은 현대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자, 서울메트로 사장에 올랐다. MB 정부 초기에는 코레일 사장을 지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뇌물을 받아 구속된 최초의 고위 공직자였다. 다스의 신학수 감사는 이명박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과 민정1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청와대에서 다스와 BBK 업무를 직접 챙긴 것으로 지목받는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는 본사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반면, 이상은 회장의 맏아들 동형씨는 다스 아산 공장에서 근무한다. 그에게는 아무런 실권이 없다고 한다. 김재정씨 딸은 다스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퇴사했다.
다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직원 임금 인상 등 다스의 중요한 결정 사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나도 논현동 자택으로 회의하러 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은 회장의 한 전직 비서는 “이상은 회장이 회사에 가서 결재를 한다든지 다스 경영에 대해서 나서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회사 일은 아예 모르고 잘 안 나가셨다”라고 말했다.
“김재정씨 사망하자 청와대가 바삐 움직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2010년 2월 최대 주주였던 김재정씨가 사망한 뒤 또 불거졌다. 다스의 한 핵심 관계자는 “2010년 김재정씨가 사망하자, 청와대가 난리가 났다. 김재정씨의 지분과 세금 정리를 명확히 하라는 지시가 다스로 내려왔다. 김재정씨 가족과 이상은씨 가족이 딴 마음을 품지 않도록 일정 지분을 이 대통령 재단인 청계재단에 가져다 놓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아들 이시형씨를 다스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시형씨는 2010년 8월 다스에 입사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밝히기 위해 저수지부터 훑는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증언뿐 아니라 관련 문서도 단독 입수했다. <문건 1>에서 <문건 3>은 다스와 청와대가 김재정씨 사망 뒤에 주고받은 문서이다. <문건 1>은 다스가 김재정씨의 상속세를 검토해 이명박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다. <문건 2>는 이명박 청와대에서 작성해 다스로 보낸 상속세 처리와 관련한 서류다. <문건 3>은 다시 다스에서 청와대로 보낸 상속세 관련 상황표다. 대선 당시 언론에 보도된 주식과 부동산으로만 상속 재산을 평가한다는 내용도 있다. 언론에 보도된 만큼만 세금을 낸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에서 사기업의 세금 문제를 보고하고,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다. 다스의 한 핵심 관계자는 “돈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내면 자금 출처가 나올까 봐 주식으로 세금을 내라고 청와대의 오더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서가 오간 뒤 김재정씨 가족들은 주식 5%를 청계재단에 기부했다. 김재정씨가 살아 있을 때는 그가 1대 주주였다. 하지만 김씨가 사망한 후 부인 권○○씨가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에 5%를 기부하면서 이상은씨가 최대 주주가 되었다. 권씨가 기부한 5% 주식 가치는 당시 시가로 따지면 1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권씨가 자녀들에게 주식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는 점도 이상한 대목이다. 다스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재정씨가 숨지자 청와대와 국세청 이○○ 실무자가 김재정씨 재산을 정리하고 상속세를 다스 주식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들고 와서 마무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재정씨가 사망한 뒤 부인 권○○씨는 상속세를 현금 대신 다스 주식으로 납부해 현재 기획재정부가 다스의 3대 주주가 되었다. 기획재정부 산하 자산관리공사가 주식을 관리하고 있다.
김재정씨는 또한 땅 부자였다. 그런데 이 땅 가운데 일부는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도 있다. 김씨는 1980~ 1990년대 사이에 전국의 부동산 47곳을 사들였다. 충북 옥천군, 충남 당진군, 경기 화성시, 경기 가평군, 경북 군위군, 대전 유성구 등 67만여 평에 이른다. 정작 김재정씨 자신은 빚 2억원을 갚지 못해 자택이 가압류당한 적도 있다.
김재정씨가 숨지자, 다스 측에서는 김재정씨의 부동산 재산 목록 <문건 3>을 정리해 청와대로 보냈다. 그런데 김재정씨 소유 토지의 부동산등기부등본에서 ‘이명박’ 이름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산16 임야(123만7960㎡·약 37만5000평)는 소유권이 2010년 김재정씨에게서 부인 권○○씨에게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 땅은 1980년에 옥천군 농협에 190만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채무자가 ‘이명박’. 이 전 대통령이 김재정씨 땅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150만원가량 대출을 받은 것이다. 김재정씨가 땅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묶어놓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땅의 폐쇄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1982년 이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였다(<문건 4>).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산16-1, 경기 화성 우정읍 주곡리 161 땅은 김재정씨에게서 권○○씨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땅에는 권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각각 30년 동안 4000만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국세청 한 고위 관계자는 “김재정씨의 땅이 거의 지분을 공유하는 형태로 나뉘어 있거나, 압류를 당해서 실제로 깨끗한 부동산이 거의 없었다. 차명 재산이라는 의심이 간다”라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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