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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세대

나 그 네 2008. 11. 1. 12:49

 

< 1020 > P세대

 

P세대, 대선이후 변화주도 젊은층 사회전면 부각

 

≪그들은 사회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만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으면서도 개인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월드컵과 광화문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회 전면에 부각됐던 ‘젊은 그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결과다.

제일기획은 전국 5대 도시 17∼39세 남녀 1600명의 사회 변화에 대한 태도와 특성을 3개월에 걸쳐 분석한 ‘대한민국 변화의 태풍-젊은 그들을 말한다’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젊은 그들을 ‘P세대’로 규정했다.

▽P세대, 그들은 누구인가=P세대는 ‘사회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하면서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Paradigm-shifter)’. 과거 386세대가 가졌던 사회의식과 X세대식 소비문화, N(Network)세대의 라이프스타일, W(Worldcup)세대의 공동체 의식과 행동이 뒤섞여 있다.

P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 변화에 대한 태도. 응답자의 80%가 ‘내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고 70%는 ‘최근의 사회 변화를 바람직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생활의 일부. ‘하루라도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응답이 80%, 응답자의 43%는 평균 2.39개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TV와 인터넷에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에 이른다.

소비 측면에서 보면 한 달 평균 25만원을 쓰며 그중 절반을 입고 먹는 데 지출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험은 2000년에 비해 4배가 늘었다.

▽변화에 대한 태도와 확산=P세대는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인터넷을 통해 문제를 공유하며 확산시켜 나간다. 과거에는 대중 매체나 공식적인 기관이 이슈를 만들고 대중이 이를 따라갔다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주도층과 추종층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변화의 시간도 1년에서 수십년씩 걸리던 것이 인터넷 사용이 생활화되면서 순식간에 폭발적인 변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P세대는 공익 차원의 사회 이슈라도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관심이 없으며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등 부정적인 면도 드러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김익태 소장은 “P세대는 개인주의적이면서 집단주의적이고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인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사회 변화의 핵심 세력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소비패턴…원하는건 꼭 사서 나를 알린다

 

서울 종로의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신세대 젊은이들이 휴대전화 관련 용품을 고르고 있다.

《참여(Participation)와 열정(Passion), 잠재력(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세대. ‘P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P세대’의 주류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태어나 자라온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젊은층. 그 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소비 행위’ 자체를 즐기며 영상언어와 인터넷으로 소통한다. 이들은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 출생한 우울함으로 특정되던 X세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그 뒤의 N세대와는 또 다른 사고와 행동 양태를 보인다. 이들의 소비생활과 자기표현 방식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제언 등을 3회의 시리즈로 소개한다.》

▽P세대의 소비 패턴=고교 2년생 이모양(17)은 한 달에 평균 26만8000원을 용돈으로 지출한다. 부모에게 받는 공식적인 용돈은 월 10만원이지만 매달 이 돈으로는 쓰기에 모자라 16만원가량을 추가로 받는다고 이양은 밝혔다. 인라인스케이트와 영화보기 인터넷동호회 활동을 하는 이양은 “예전처럼 동네, 학교친구만 만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옷값이나 식비, 통신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양은 주변의 또래 친구들도 대개 비슷한 모습들이라고 소개했다.

동호회는 소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음카페에는 휴대전화와 관련된 모임이 9일 현재 1114개에 이른다. 이 중 ‘스카이’라는 특정 모델 사용자 모임인 ‘스카이 사용자들 모임’(스사모)은 2002년 8월에 생겨 회원 수가 10만7000여명에 이른다. 사이트에는 휴대전화 사용체험기와 구입 요령, 업그레이드 정보 등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뜬다.

롯데백화점의 2001년 카드 고객의 연령별 구매 조사에 의하면 전체 구매 건수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25.4%에서 2001년 31.1%로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같은 기간 20.5%에서 25.5%로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95년 1·4분기에 88만2858원이었던 25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올해 같은 기간에 156만2202원으로 76%나 늘었다. 이 기간에 30∼34세, 35∼39세 가구주의 월 평균 소비지출은 각각 59%와 60%가 증가했다.

▽젊은 ‘소비꾼’들의 등장=P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를 자기표현의 주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35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는 최근 ‘미니 홈피(홈페이지) 꾸미기’라는 유료콘텐츠를 통해 젊은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객들은 실제 현금 1000∼2만원씩을 투자, 친구와 지인들보다 더 나은 홈페이지 배경화면을 만들거나 온라인에서 자신의 가상 캐릭터를 빛내주는 의상이나 소품을 구입하고 있다.

P세대 젊은 소비자들은 감성적이지만 정보지향적이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할 때 사전 정보를 꼼꼼히 따진다. 제일기획의 트렌드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00명의 절반이 넘는 51%가 ‘물건을 살 때 충분히 사전정보를 탐색한다’고 답했다. 전자제품 할인점 영업사원 김용철씨(26)는 “설명이나 설득을 하려고 하면 젊은 손님들은 다 도망간다. ‘잘 알고 계시다시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동류’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왜 소비에 탐닉하는가=10, 20대 젊은 세대에 소비는 물건을 사서 사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청소년직업훈련센터인 ‘하자센터’의 전효관 부소장은 “젊은이들이 소비 상품을 하나의 코드로 인식해 끼리끼리 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도 젊은 세대가 휴대전화, 운동화, 액세서리 등의 특정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정체성의 코드’이면서 ‘자기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10, 20대들은 자기표현 욕구는 예전보다 훨씬 커진 반면 욕구를 표출할 공간과 문화 인프라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 소비성향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 교수는 “젊은 층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어른들이 이를 지원해 주는 형국이다”며 “현재 청소년의 소비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독립적인 주류 문화의 하나로까지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자기표현…“인터넷 ‘티치즌’이 내 선생님"

 

‘1020 P세대’는 표현에 능한 세대다. 인터넷에서의 활동과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복장 등을 모방하는 행위), 게임, 심지어 문신과 피어싱(신체를 뚫어 작은 고리 등을 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주요 활동 공간인 인터넷에서 P세대는 게시판에 뜬 남의 글에 ‘훈수 두기’와 ‘댓글 달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사표현을 하며 이용자들만의 고유한 은어를 사용, 타 집단에 배타적인 동아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티치즌’이란 신조어까지=한 인터넷 학습사이트 게시판에 고1 여학생이 ‘체육실기시험을 앞두고 배구 토스 30개가 만점인데 5개도 못해요’라는 글을 띄웠다. 반나절 뒤 ‘해결사’란 이름의 동년배 학생이 글 밑에 ‘손으로 튕기지 말고, 손가락을 이용해 튕겨야 하며 연습용 공으로는 서울 동작구 XX문방구에서 파는 OO공이 좋고…’라는 내용을 첨부했다. 처음 글을 띄웠던 학생은 ‘역시 해결사님’이라며 고마워했다.

요즘 인터넷에는 ‘티처’와 ‘네티즌’을 합친 ‘티치즌’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젊은 세대가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또래 선생님’이 항상 등장해 ‘훈수’를 두는 것을 빗댄 표현. 티치즌은 남의 고민이나 문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사이트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다는 것.

남이 올린 글이나 작품에 한마디씩 촌평을 하는 ‘댓글’도 P세대의 주요 표현 방식. 디지털카메라 모임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곳의 게시판에는 사진이나 글 한 건당 댓글이 40∼50건은 보통이고 많을 경우 1000건이 넘게 달리기도 한다.

회원들은 댓글에서 ‘-자(네티즌)’ ‘쌔워Boa요(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좆치안타(마음에 안 든다)’, ‘방법하다(처리하다 또는 벌을 주다)’ 등 자신들만의 ‘은어’를 쓴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 등에서 순식간에 차용돼 공유되는 이 은어들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소외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1600명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제일기획의 P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세대의 집단적 동질성을 구축하는 ‘표현 메커니즘’은 때로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 시위 등 특정 사안을 사회 이슈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P세대의 행동 양식은 ‘재미’와 ‘쿨’=아랫입술 가운데를 뚫어 작은 고리를 단 정모군(18·고교 3년)은 “왜 피어싱을 하느냐”는 물음에 “멋있게 보여서”라고 짧게 답했다. P세대에게 ‘선과 악’ ‘옳고 그름’ 등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행동 기준이 아니다. P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17∼19세와 20∼24세 연령층의 경우 다른 층과 비교할 때 ‘재미’를 가장 주요한 행동 기준으로 꼽았다.

이런 경향이 젊은 세대들이 빠져드는 유행의 사이클을 짧게 만드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피어싱과 문신은 시들해지고 최근에는 ‘코스프레’가 이들 세대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이동연 문화연대사회연구소장은 “젊은 세대의 표현 양식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유행이라는 틀 속에서 특정 장르에 몰두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편협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표현 세대에서 소통의 세대로=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댓글과 메신저 활용 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1020세대가 이제 자기표현 단계에서 ‘소통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전 인터넷 게시판에는 ‘여기 내가 있으니 좀 봐 달라’는 식의 일방적인 자기표현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은 남들과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해 나가려는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들이 타 집단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학습기회가 부족해 아직 소통에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육성 방안…잠재능력 키워줄 사회장치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청소년 대안 교육 공간 ‘하자센터’의 2층 작업장에서 청소년들이 10대 밴드들을 참가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음악 캠프를 열기 위해 기획 회의를 하고 있다.

‘1020 P세대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다. 제일기획의 ‘P세대 보고서’는 ‘잠재력(Potential Power)’을 이들 세대가 지닌 3대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강한 자기표현 욕구와 인터넷을 통한 응집력 등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 세대가 문화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문화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에게서 그 방안을 들어본다.

▽무한한 잠재력, 못 따르는 사회 여건=많은 전문가가 기존의 제도교육과 사회적인 여건은 이들 세대의 문화적 성장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방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YMCA 청소년사업부 지도자인 류주석씨는 “10대는 입시위주의 제도교육에 묶여 있고 갈수록 팽창하는 사교육 등으로 인해 더욱 위축된 상황에 처해있다”며 “우리 사회는 이들 세대의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이들 세대가 참여와 열정, 자기표현 욕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마당을 우리 사회가 먼저 마련해 줘야 한다”고 처방을 제시했다. 학교와 사회, 지역공동체가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음으로써 이들이 공동체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

▽‘하자센터’의 실험=서울시가 연세대에 위탁해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는 이들 세대에게 문화체험 공간을 마련해 주면 충분히 ‘문화생산자’로 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99년 개관한 이곳은 생활디자인, 영상디자인, 대중음악, 웹, 시민문화 등 5개 분야의 작업장에서 청소년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문화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수십명의 문화기획자를 배출했다. 이곳에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도, 일방적으로 배우는 학생도 없다. 자신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참가해 서로 체험하며 스스로 익히는 창의적인 체험학습이 이뤄지는 것.

10대 아마추어 밴드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음악캠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떠벌이(20·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1년에 평균 20개 정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프로음악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표(24)는 “이곳 아이들은 ‘프로슈머(prosumer·문화소비자이자 생산자임을 뜻하는 신조어)’로서의 모습을 스스로 깨달으며 문화생산자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P세대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바꿔라=교육, 문화분야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가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먼저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P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과거의 어떤 세대보다 다른 세대와 갈등관계에 있다. 세대간의 장벽이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커다란 벽 중의 하나인 셈.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교육단체인 낮은 울타리의 김지선 팀장은 “이들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문화를 무작정 ‘일탈’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이나 ‘의미 있는 대안’으로 봐주는 관심과 애정을 먼저 보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조인직, 김성규, 전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