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반도의 서남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의 유달산 자락에서 꿈 많은 청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다. 스물 네살 때 마침내 입산 출가를 결심하고 싸락눈이 내리는 어느 날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온 그때의 심경은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인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휴전이 되어 포로 송환이 있을 때 남쪽도 북쪽도 마다하고 제3국을 선택, 한반도를 떠나간 사람들의 바로 그런 심경이었다. 집을 나온 나는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대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밤차로 서울에 내렸었다.
"이웃은 살아있는 부처" 현대인에 필요한 자비의 참뜻 설법 "나의 이웃이 바로 부처이며 예수님이며 천주님입니다. 이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가지들이지요. 불교를 배우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배우는 것이며, 자기를 배우는 것은 자신을 텅 비우는 일이예요. 그래야 모든 사물과 하나가 될 수 있어요. 개체인 내가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지요" (중략)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있는 힘이 부족해요. 자신을 비울 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비로소 대화가 가능합니다. 오늘날 정치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서로 마음을 비우지 않고 자기 소리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문제가 있는거죠" 기사원문: 1986. 4. 28 [경향신문]
"제도 고치기보다 인간화 더 급해" "삶의 근본과 가치를 잃어버린 채 시류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가치도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 같고┉. 6공이 출범한 지 벌써 3년째인데도 안정이 되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정치의 불안정 탓이라고 합니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서 속히 물질주의 거대주의에서 벗어나 인간화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기사원문: 1990. 8. 6 [동아일보]
왕성한 저술활동…'책으로 남긴 교훈'
법정스님 수상집 등 비신도 독자에게도 인기
성직자와 신앙인을 통틀어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는 책은 법정스님의 수상집과 경전번역집. 73년 '영혼의 모음'을 첫 출판한 이래 20권 가량의 저서와 역서를 낸 그의 책들은 '서있는 사람들'이 60판 50만 부나 팔린 것을 비롯, 지난 18년 동안 2백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이밖에 30판 20만부이상 출판된 것만도 '영혼의 모음' '무소유' '말과 침묵' '산방한담' '물소리바람소리' '텅 빈 충만' '진리의 말씀' 등 7권이나 된다.
말하듯이 풀어쓴 불가 명저 법정 스님 한꺼번에 읽어도 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아껴놓은 차를 타마시듯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주옥같은 산문집과 가슴 깊은 곳에서 정제해낸 쉽고 평범한 언어들로 옮겨적은 경전으로 불교와 삶의 진리를 속인들에게 일깨워준 법정스님이 최근 동시에 펴낸 숫타니파타 강론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샘터 간) 과 서산대사 휴정의 선가귀감을 쉬운 말로 옮겨쓴 '깨달음의 거울' (불일출판사 간) 은 분명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