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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50대에게 드리는 글

나 그 네 2010. 5. 1. 14:46

 

50대는 지천명이라   

지천명이란 하늘의 뜻을 알 나이란 말인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不惑에도 이르지 못한 것 같다.
50대는 지금의 계산으로 보면 인생 2/3를 살았고 1/3을 앞으로 살아 갈 나이가 아니겠는가. 
아래 두 글은 어느 50대가 쓴 글이다.

 


 

지천명

첫사랑 삼년은 개도 한다는데...


십대 때는 멋 모르고 살고, 20代 때는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 새 없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오십에 들어서니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 날 머리칼이 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 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 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에게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오십대는 어디를 향해서 붙잡는 이 하나도 없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달려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미친 듯이 가슴이 먼저 빗속의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온몸엔 소름이 돋고

 

오십이 넘으면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나
허지만 난 싫다. 더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난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

 

오십만 넘으면 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엔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다.

 

이제 오십을 넘어 한살 한살 세월이 물들어가고 있는데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하다.

 

지천명
오십 하고도 귀가 달린 이제서야  가장 약한 나이가 오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눈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

오십대면 사소한 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거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추억을 먹고 사는게 아니라 추억을 만들면서,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 진정 오십대를 보내고 싶다.

 

오십대란 지천명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뻗어 오르는 가지이기 때문이다.

 

나이 오십 진짜 인생의 출발점 

어느 날 갑자기 나이를 느낀다.
우스꽝스러워진 제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있는데 예고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눈 꼬리는 처지고 안구 흰자위는 탁해졌다. 온 얼굴에 세월과 피곤의 더께가 앉았다.
미어지고 비어져 나온 살들은 또 어떤가.
황지우의 시처럼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쉰부터는 거울 보기가 싫다.
시인 강태기도 "가끔 화장실 거울을 보며 별 볼 일 없는 사내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했다.

그는 쉰 넘긴 사람을 보면 참 지겹게도 오래 산다고 경멸하던 때가 있었는데
정작 그도 이냥저냥 살다보니 쉰줄에 들더라고 했다.

 

50대의 삶은 불안하고 허망하다. 한순간도 느긋하지 못하다. 좀스런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50대는 이리저리 헛된 셈을 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아이들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늙어서 먹고살려면 얼마가 드나, 그런데 얼마를 더 벌 수 있나.

아무리 맞춰봐도 어긋나는 대차대조표를 머리 속에 썼다 지웠다 한다.

밥벌이에 목을 매는 쉰 살 들. 곤고(困苦)한 불모의 시대에 감정은 무뎌 가고 욕망은 소진돼 간다.
모든 게 심드렁하고 시큰둥하다.

 

독일 건축가이자 작가 홀거 라이너스가 쓴 '남자 나이 50'에서
그는 흔히 '중년'과 '위기'를 한 쌍으로 간주하지만
이 비참한 짝짓기는 50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암울한 환상일 뿐이라고 단정한다.

저자는 인생의 3분의 2는 결정됐고 3분의 1을 남긴 쉰 살이 인생 최고의 시기라고 강조한다.

밑천은 누구나 쥐고 있는 두 장의 '히든카드', '창창한 미래'와 '과거 경험'이다.
그는 가족?정치?종교?죽음?섹스부터 집?자동차?몸치장에 이르는 20여 항목에서
시종 스스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라고 한다.

저자는 '지금 아니면 언제?', 이른바 'It's now or never'를 명심하라고 한다.
자신과의 단절이나 불화부터 해소하는 것이 '젊은 50, 진짜 인생'의 출발점이다.

 

 

나는 위 두 글에서 비록 50대가 아닌 사람도 언제나 인생의 출발선에 서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정말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미천 http://cafe.daum.net/mtnaknam/D5fj/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