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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가 왜 18홀일까?

나 그 네 2010. 9. 28. 18:31

골프에서 한 라운드는 왜 18홀로 이루어졌을까?

궁금증이 더해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



누구나 골프를 치고나면 클럽하우스에 들어와서도 아쉬움 속에서 골프를 화제꺼리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아, 그 14번 홀에서 OB만 내지 않았어도 오늘 라베 갱신할 수 있었는데 ….”

“오늘 내가 뒷 땅을 몇번이나 친거여? 하나, 둘, 셋 ……”

“스코어카드 잘 못 적었잖아, 이거. 보기 했단 말야, 보기. 더블이 아니라”

“아무래도 아이언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

"아, 18, 되게 어렵네" (그래서 18홀인가?)




땀 흘리고 힘들게 운동하고 나서, 뒷풀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운동은 골프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왜 18홀을 쳐야 할까?

18홀을 6번 반복해서 돌면 108홀, 한 홀 마칠 때마다 한 번뇌씩 버리면, 108번뇌에서 해탈할 수 있는데 …..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18홀만 돌면서 한 홀에 6개의 번뇌를 버리면, 18홀 돌고 108번뇌 다 떨칠 수 있는데 …. 그럼, 정녕 골프는 도를 깨달는 것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홀 컵의 지름이 108밀리미터인 것은 또 왠 조화인가?

(홀 컵의 정확한 지름은 4 1/4 인치 = 107.95밀리미터)




이런 숫자 놀음은 억지춘향식으로 끼워 맞춘 것이라고 하더라도, 도대체 왜 18홀일까? 골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12진법을 사용했던 그들로서는 홀의 갯수를 12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상식적이었을 것이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드디어 발 벗고 자료 찾아 나섰다. 그리고 찾았다.





Why Eighteen Holes make a Round


세인트 앤드류스 (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가 골프의 산실로 자리잡기 이전에 영국 왕실 귀족들이 골프를 즐겼던 곳은 리스 링스(Leith Links)라는 코스였다. 일정한 규정이 없었던 당시에는 골프장마다 홀의 갯수가 달랐다. 리스에는 5개의 홀이 있었는데,

414야드, 461야드, 426야드, 495야드, 435야드

를 3번 돌아 15홀로 한 라운드가 이루어졌다. 깃털공을 쓰던 당시에 리스의 파5홀은 오늘날 홀인원 확률만큼이나 드문 것이었다.

이 코스는 나중에 2홀이 추가되어 7홀이 되었으며, 이를 따라 블랙히드(Blackheath), 노스 버윅(North Berwick) 등의 코스들이 7홀을 갖춤으로써 골프 코스는 7홀로 구성되는 것이 정석인 듯이 인식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세인트 앤드류스가 점차 명성을 얻어 골프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면서 세인트 앤드류스의 18홀 코스가 정석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세인트 앤드류스가 18홀을 가지게 된 것은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우연에 의한 결과였다.

리스 링스의 7홀이 주류를 이루던 그 시절에 세인트 앤드류스 (St. Andrews) 와 프레스트윅 (Prestwick) 은 12홀을 갖추고 있었다.

프레스트윅의 12홀은 원형으로 이루어져서 12홀을 다 돌고나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형태였으며, 3번 돌아 36홀을 하루동안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그러나 세인트 앤드류스의 코스는 해안을 따라 12홀이 널려 있었다. 2번홀에서부터 12번홀까지 친 다음, 11번 홀에서 1번홀까지 꺼꾸로 내려오면서 쳐서 모두 22홀이 한 라운드였다.

1764년에 이르러 세인트 앤드류스는 첫 4개 홀을 개조하여 2개 홀로 만들어 총 홀수는 10개가 되었다. 그래서 한 라운드가 18홀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스코어카드에 전반 9홀을 ‘OUT’ 후반 9홀을 ‘IN 혹은 HOME’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유래한다. 당시 세인트 앤드류스에서는 전반 9홀을 치고나면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홀에 가 있는 것이며, 후반 9홀을 치면서 클럽하우스 방향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 들지 않는가? ‘전반 9홀을 치는 팀과 후반 9홀을 치는 팀이 서로 맞부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했을까?’

당시는 골퍼 인구는 제한되어 있어서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전반 9홀 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고 후반 9홀 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현대식 18홀 코스 디자인에서도 여전히 ‘OUT’, ‘IN’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바로 세인트 앤드류스의 코스 디자인에 유래한 것이다. 도움이 되셨는지요?



자료출처:
R. Browning, “A History of Golf”, 1955, London Dent & Sons Ltd.

http://planet.daum.net/pcp/Gate.do?daumid=nudeg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