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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참돔, 감성돔, 돌돔,자리돔)

나 그 네 2010. 10. 28. 17:19

돔

우리나라 물고기에는 ‘돔’자 항렬이 많다. 여기에서 ‘돔’은 가시지느러미를 의미한다. 그러니 ‘돔’자 항렬을 쓰는 물고기는 가시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돔’ 자 항렬을 사용하는 물고기 중 스쿠버 다이버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어류가 도미과에 속하는 참돔과 감성돔 등이다. 스쿠버 다이버들의 수중 사냥이 허용되는 유어장에서 이들 도미과에 속하는 어류들은 포획이 가능하다. 이들 어종은 회유성 어종이다 보니 잡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떠난다. 계절에 따라 회유하는 이들 어류를 찾아 낚시꾼들은 쓰시마 섬과 우리나라 곳곳을 오가기도 한다. 도미과에 속하는 어류들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최고의 어종으로 대접받는다. 회나 찜 등 입맛을 돋우는 요리용으로도 그러하지만 수명이 길어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비는 회갑연에는 반드시 올려야 했으며,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어류라 결혼잔칫상에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식문화의 차이로 그다지 인기가 없다. 서양인들은 구이용으로 적합한 조피볼락 같은 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인들은 돔을 먹이나 축내는 물고기로 폄하하여 ‘식충어’라 부르고 미국인들은 ‘낚시하기에는 재미있는 고기’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돔’자 항렬의 물고기들

참돔(농어목 도미과)은 돔 중에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참’자가 붙었다. 균형 잡힌 몸매는 전체적으로 고운 빛깔의 담홍색을 띠어 ‘바다의 여왕’ 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는 참돔의 머리 부분의 맛이 뛰어난데서 유래한 말이기도 하다. 성체의 크기는 1미터가 넘는 것도 있어 도미과 어류 중 가장 큰 편이다. 참돔은 성장이 빨라 양식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양식으로 참돔의 공급이 늘어나자, 돔 중에 최고라는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흔해지면 대접 받지 못하는 법이다.

 

감성돔(농어목 도미과)은 참돔에 비해 성장이 느려 양식을 해서는 수지 맞추기가 힘들다. 흔히 볼 수 없다는 희소성으로 인해 최근 들어 참돔이 누리던 지위를 차지하고 나섰다. 감성돔은 몸 빛깔이 금속광택을 띤 회흑색이어서 전체적으로 검게 보인다. 그래서 검은돔으로 불리다가 감성돔으로 이름이 변하게 되었다. 감성돔을 가리켜 ‘구로다이’라 하는데 이는 일본어 검다는 말 ‘구로(Kuro)’에 돔을 뜻하는 ‘다이(Dai)’가 붙은 말이다. 감성돔은 자라면서 성을 전환한다. 알에서 깨어날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5년 정도 자라서 몸길이가 30센티미터 이상이 되면 대부분 암컷이 된다.

 

참돔

감성돔

 

 

돌돔(농어목 돌돔과)은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하여 횟감으로 인기 있다. ‘돌’자가 붙은 내력에 대해 주로 암초 지대에 서식하기에 돌자가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돌처럼 단단한 육질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어로는 ‘돌’을 뜻하는 ‘이시(Isi)’에 ‘다이(Dai)’를 붙여 ‘이시다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는 주로 떠다니는 해조류인 ‘뜬말’ 아래에 붙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암초 그늘로 숨어들어 저서 생활을 한다. 양 턱의 이빨이 단단한 새의 부리 모양이라 딱딱한 소라나 성게 등을 깨어 먹을 수 있다. 특히 성게를 좋아하여 암초 틈 근처 성게 껍데기가 널려 있는 곳이 있으면 인근에 돌돔이 살고 있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돌돔을 전문적으로 낚는 낚시꾼들은 말똥성게를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몸체에 뚜렷한 일곱 개의 검은색 가로 줄이 있다가 성장하면서 점차 희미하게 되어 은회색이 된다. 부화한지 얼마 되지 않은 돌돔은 작은 몸에 있는 뚜렷한 검은색 가로 줄 무늬로 인해 관상용 열대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리돔(농어목 자리돔과)은 ‘돔’자 항렬를 쓰는 물고기 중 가장 작고 못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지만, 제주도 서민들에게는 배고픔을 달래 주고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의 역할을 해왔기에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돔 잡는 것을 ‘자리뜬다’라고 한다. 이는 테우라는 전통 배를 타고 그물로 떠내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자리돔을 이용한 요리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리물회이다. 제주 어민들은 자리를 잡다가 끼니 때가 되면 자리돔을 뼈째 썰어 야채와 양념을 섞은 다음 물을 부어 마셨다. 결국 자리물회는 변변한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던 어로 현장의 부산물이 유래라는 이야기이다. 제주 특산이 된 자리물회의 제철은 유채꽃이 필 무렵이다. 이때 잡히는 자리는 뼈가 아직 여물지 않아 뼈째 썰어 먹이게 적당하다.

 

돌돔

자리돔

 

 

범돔(농어목 황줄깜정이과)은 호랑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백수의 제왕 호랑이를 떠올리면 상당한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실제는 20센티미터 정도 크기에 불과한 작은 물고기이다. 이름에 ‘범’자를 붙인 것은 황색 바탕에 나 있는 검은색 줄무늬가 호랑이 무늬를 닮았기 때문이다. 범돔은 제주도 바다 등 온대 해역에 무리지어 다니는 비교적 흔한 어류이다. 식용으로서의 상업성은 없으나 크기가 작고 수족관에 적응을 잘해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줄도화돔(농어목 동갈돔과)은 제주도 연안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종이다. 아름다운 분홍빛으로 광택이 나는 줄도화돔의 이름은 도화돔(금눈돔목 얼개돔과)에서 유래했다. 도화돔이 복숭아꽃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도화(桃花)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여기에 폭넓은 검은 줄이 있다 하여 줄도화돔이 되었다. 도화돔과 줄도화돔은 분류학상 다른 종에 속하지만 부성애를 가진 물고기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은 여느 물고기처럼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액을 뿌려 수정시키지만, 수정란을 돌보는 것은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암컷이 버리고 간 수정란을 입 속에 머금어 부화시키는데, 부화된 후에도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치어들을 입 속에 넣어 보호한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정란과 치어들에게 신선한 물과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이따금 입을 뻐끔거릴 뿐 먹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치어들이 성장해서 수컷의 입을 떠나고 나면 수컷은 매우 수척해진다. 더러는 탈진해서 죽기까지 한다니 자식을 위한 이만한 헌신도 없을 듯하다. 선조들은 이들이 구내보육을 하는 동안 수척해져 머리가 바늘처럼 가늘어진다 해서 침두어(枕頭魚)라 부르고, 헌신적인 부성애를 일컬을 때 ‘침두어 사랑’이라고 칭송해 왔다.

 

범돔

줄도화돔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과 테우

자리돔 설명에서 잠시 언급한 테우는 주로 자리돔 어업에 사용하는 제주도의 전통적인 고깃배이다. 부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통나무를 나란히 엮은 뗏목을 이층으로 구성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서귀포 경기장의 디자인이 테우를 형성화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자리돔 어업에 쓰는 고깃배, 테우

 

 

 

 

 

글·사진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다. 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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