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보인 여성峯… 힘자랑 하는 五峯… 조물주의 짓궂음 ?
속살 보인 여성峯… 힘자랑 하는 五峯… 조물주의 짓궂음 ?
문화] 수도권 명산 30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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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가 탁트인 19일 오봉능선 위에서 바라본 오봉의 다섯봉우리와 삼각산 너머로 인천 앞바다까지 눈에 들어왔다. 오봉 중 네번째 봉우리는 꼭대기에 바위 덩어리가 없이 오른쪽으로 삐죽 나와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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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풍수(風水)를 말할 때 도봉산과 삼각산(북한산)으로 시작한다. 풍수가 최창조는 이렇게 설명했다. “내룡(來龍)의 맥세(脈勢)로 볼 때, 강원도 철령으로부터 이어온 맥세가 도봉산에서 한껏 생기를 뭉쳤다가 북한산으로 기맥을 넘기는데….” ‘내룡’이란 풍수에서 근원산(宗山)에서 내려온 산줄기를 가리킨다. 즉 백두산부터 용이 굽이치듯 달려온 맥세가 도봉을 힘껏 밀어 올린 뒤 삼각산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조선 영조 때 신경준이 쓴 ‘산경표’에도 비슷하게 적고 있다.
“백두산의 기운이 북에서 내려오다 강원도 평강에서 서남쪽으로 꺾여 한북정맥을 형성하면서 의정부 남쪽에서 도봉산을 일으키고 다시 서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을 만들었다….”
북한 땅 강원의 철령은 평강군에 접한 고개다. 다시 최창조의 글로 돌아가면, “도봉산에서 한껏 생기를 뭉쳤다가 북한산으로 기맥을 넘기기 전에 한번 한껏 졸라맸다 보내는 자리”가 바로 우이령이다. 호스의 물을 힘차게 쏘려면 주둥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듯, 우이령도 벌(蜂)의 잘록한 허리를 닮았다 하여 봉요처(蜂腰處)라 부른다. 도봉산 오봉은 바로 삼각산으로 맥세가 넘어가기 직전에 떡하니 밀어 올린 봉우리다.
도봉산은 우이남능선과 도봉주능선, 포대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오봉은 그 주능선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삐죽이 뻗어 있다. 오봉을 보면 거기서 가까운 여성봉을 안 볼 수 없다. 그러자면 송추유원지 쪽을 들입목으로 송추남부능선을 타는 게 가장 좋다. 여성봉까지는 1시간 이내, 오봉까지 1시간 반이면 넉넉히 올라간다.
지난 19일 송추로 해서 오봉능선을 찾았을 때 날씨가 기가 막혔다. 길었던 장마가 그친 직후 무더위가 몰려온 터여서 한낮 산행이 엄두가 안 났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눅눅하지 않았고 산에는 바람도 모자가 벗어질 정도로 셌다. 정상에 오르니, 믿어지지 않겠지만, 멀리 남서쪽으로 인천공항, 남동쪽으로 팔당호 두물머리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한 중년의 등반객은 “오늘 산에 온 사람은 땡잡은 것이여”하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나중에 알아보니 기온은 높았지만 습도가 50% 정도에 불과했다. 주말까지 이런 날씨가 이어진다면 꼭 오봉능선에 가보시라.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다가 오른쪽으로 오봉탐방안내소가 나온다. 여성봉까지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오른쪽으로 상장능선과 백운대·인수봉을 내내 바라보며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아 백운대·인수봉은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했다. 여성봉 밑에서 길이 가팔라진다.
여성봉(女性峰·495m)은 원래 이름없는 봉우리였다. ‘북한지’(北漢誌)를 비롯해 옛 자료나 과거 신문을 찾아봐도 이 같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아주 근래에 등산객들에 의해 이름이 붙여졌고 최근에야 등산지도에도 이름이 올랐다. 여하튼 이전에는 ‘째진바위’ 등으로 불렸는데 그나마 품위있는 이름이 생긴 셈이다.
여성봉은 오봉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바로 오봉에서도 여성봉이 잘 바라보인다. 그래서인지, 근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되는 전설이 있다. 옛적 도봉산 아래 힘이 장사인 다섯 형제가 살았는데, 새로 부임한 원님의 외동딸에게 모두 홀딱 빠져버렸다. 원님은 형제 중에 산꼭대기에 가장 큰 바위를 올려놓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네 형제는 거대한 바위를 올려놓았지만 좀 힘이 떨어지는 넷째는 제대로 올려놓지 못했다. 오봉 중에 꼭대기부터 네번째 바위에만 ‘감투바위’라고 부르는 바윗덩어리가 없다.
그러나 원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혼사를 기다리다 지친 딸은 죽고 말았다. 옥황상제가 딸을 가엾이 여겨 여성봉으로 환생시켜주었는데, 짓궂게도 쩍 다리를 벌리고 있는 형상으로 만들었다. 다섯 형제도 각각 오봉으로 환생해 여성봉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는….
여성봉에서 오봉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린다. 오봉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등반 코스 중 하나다. 위로부터 1∼2봉까지는 숙련된 사람이라면 릿지로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은 위험하다. 여럿이서 자일을 타야 한다. 오봉은 도봉산을 포함하는 북한산 전체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명품바위’다.
오봉에서는 삼각산과 북한산 사이 놓인 우이령계곡이 가장 잘 바라보인다. 북한산에서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오봉에서 자운봉으로 더 치고 올라 도봉유원지 쪽으로 하산하면 뻐근한 산행이 된다. 원점회귀를 하자면 송추계곡갈림길로 내려오는 게 편하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코스
▲ 송추계곡 입구 ~ 오봉탐방지원센터 ~ 여성봉 ~ 오봉
“백두산의 기운이 북에서 내려오다 강원도 평강에서 서남쪽으로 꺾여 한북정맥을 형성하면서 의정부 남쪽에서 도봉산을 일으키고 다시 서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을 만들었다….”
북한 땅 강원의 철령은 평강군에 접한 고개다. 다시 최창조의 글로 돌아가면, “도봉산에서 한껏 생기를 뭉쳤다가 북한산으로 기맥을 넘기기 전에 한번 한껏 졸라맸다 보내는 자리”가 바로 우이령이다. 호스의 물을 힘차게 쏘려면 주둥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듯, 우이령도 벌(蜂)의 잘록한 허리를 닮았다 하여 봉요처(蜂腰處)라 부른다. 도봉산 오봉은 바로 삼각산으로 맥세가 넘어가기 직전에 떡하니 밀어 올린 봉우리다.
도봉산은 우이남능선과 도봉주능선, 포대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오봉은 그 주능선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삐죽이 뻗어 있다. 오봉을 보면 거기서 가까운 여성봉을 안 볼 수 없다. 그러자면 송추유원지 쪽을 들입목으로 송추남부능선을 타는 게 가장 좋다. 여성봉까지는 1시간 이내, 오봉까지 1시간 반이면 넉넉히 올라간다.
지난 19일 송추로 해서 오봉능선을 찾았을 때 날씨가 기가 막혔다. 길었던 장마가 그친 직후 무더위가 몰려온 터여서 한낮 산행이 엄두가 안 났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눅눅하지 않았고 산에는 바람도 모자가 벗어질 정도로 셌다. 정상에 오르니, 믿어지지 않겠지만, 멀리 남서쪽으로 인천공항, 남동쪽으로 팔당호 두물머리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한 중년의 등반객은 “오늘 산에 온 사람은 땡잡은 것이여”하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나중에 알아보니 기온은 높았지만 습도가 50% 정도에 불과했다. 주말까지 이런 날씨가 이어진다면 꼭 오봉능선에 가보시라.
송추유원지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다가 오른쪽으로 오봉탐방안내소가 나온다. 여성봉까지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오른쪽으로 상장능선과 백운대·인수봉을 내내 바라보며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아 백운대·인수봉은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했다. 여성봉 밑에서 길이 가팔라진다.
여성봉(女性峰·495m)은 원래 이름없는 봉우리였다. ‘북한지’(北漢誌)를 비롯해 옛 자료나 과거 신문을 찾아봐도 이 같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아주 근래에 등산객들에 의해 이름이 붙여졌고 최근에야 등산지도에도 이름이 올랐다. 여하튼 이전에는 ‘째진바위’ 등으로 불렸는데 그나마 품위있는 이름이 생긴 셈이다.
여성봉은 오봉을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이기도 하다. 바로 오봉에서도 여성봉이 잘 바라보인다. 그래서인지, 근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되는 전설이 있다. 옛적 도봉산 아래 힘이 장사인 다섯 형제가 살았는데, 새로 부임한 원님의 외동딸에게 모두 홀딱 빠져버렸다. 원님은 형제 중에 산꼭대기에 가장 큰 바위를 올려놓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네 형제는 거대한 바위를 올려놓았지만 좀 힘이 떨어지는 넷째는 제대로 올려놓지 못했다. 오봉 중에 꼭대기부터 네번째 바위에만 ‘감투바위’라고 부르는 바윗덩어리가 없다.
그러나 원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혼사를 기다리다 지친 딸은 죽고 말았다. 옥황상제가 딸을 가엾이 여겨 여성봉으로 환생시켜주었는데, 짓궂게도 쩍 다리를 벌리고 있는 형상으로 만들었다. 다섯 형제도 각각 오봉으로 환생해 여성봉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는….
여성봉에서 오봉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린다. 오봉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등반 코스 중 하나다. 위로부터 1∼2봉까지는 숙련된 사람이라면 릿지로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은 위험하다. 여럿이서 자일을 타야 한다. 오봉은 도봉산을 포함하는 북한산 전체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명품바위’다.
오봉에서는 삼각산과 북한산 사이 놓인 우이령계곡이 가장 잘 바라보인다. 북한산에서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오봉에서 자운봉으로 더 치고 올라 도봉유원지 쪽으로 하산하면 뻐근한 산행이 된다. 원점회귀를 하자면 송추계곡갈림길로 내려오는 게 편하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등산코스
▲ 송추계곡 입구 ~ 오봉탐방지원센터 ~ 여성봉 ~ 오봉
여성봉에 금줄이 쳐졌다. ‘19금(禁)’인가? 마치 다리를 벌리고 은밀한 부위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을 한 도봉산 여성봉은 근래 등산객들의 사랑을 몹시 받고 있는 봉우리다. 그래서 문제가 됐다. 등반객들이 많이 찾다 보니 일부가 훼손돼 지난 3월 도봉산관리사무소가 오르지 못하도록 줄을 쳐 놓은 것이다. 지난 19일 찾았을 때 역시 훼손이 눈에 띄었다. 우선 2년 전에 왔을 때는 갈라진 틈에 풀과 이끼가 자라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풀과 이끼가 있을 때는 아주 가물은 철이 아니면 물기도 다소 있었지만 지금은 싹 말라있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면서 모양을 망쳐놓은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송추분소에 따르면, 특히 남성 등반객들이 굳이 갈라진 틈새를 밟고 지나다닌다는 것이다. 은밀한 ‘둔덕’도 다소 바위들이 닳아 있었다. 이날 만난 50대 여성 등반객은 “특히 단체로 온 남자등반객들이 술을 마시고 공연히 틈새에 발을 담그거나 차서 이런 훼손이 생겼다”며 “막아놓길 참 잘했다”고 말했다. 여성봉 입구의 갈라진 틈 위쪽에는 바위 위에 절묘하게도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질 듯 위태하게 살아남아 있다. 기자가 살펴보느라 가까이 가자 한 중년등반객이 “올라가지 말라고 줄을 쳐놓았는데 못 보았느냐”며 야단을 친다. “미안하다”고 하고 자리를 비켰다. 이처럼 등반객들이 서로 주의를 주면서 보호한다면 더 이상 훼손이 없이 보존이 될 것 같다.
여성봉의 갈라진 부위로 올라서자면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무리하게 올라가려다 다리 근육이 파열된 등산객도 나왔다고 한다. 관리공단은 여성봉 오른쪽으로 나무계단을 만들어 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봉의 훼손을 막고 부상당하는 일도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관을 해치지 않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조물주의 짓궂음이 빚어놓은 여성봉을 사람들이 헤쳐서야 되겠는가.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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