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요도에 탈날 때 이 과일 먹으면 '베리 굿'

소변·요도에 탈날 때 이 과일 먹으면 '베리 굿'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한 ‘2월의 웰빙 농산물’은 딸기다. 아직 때가 이르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한창 맛이 오른 겨울 딸기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트로베리(딸기)· 라즈베리(산딸기)· 블랙베리(흑딸기)· 블루베리(청딸기)· 크랜베리(월귤)· 엘더베리· 멀베리· 구스베리…. 영어 단어의 끝자리가 베리(berry)인 ‘베리 형제들’이다. 복분자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 이들 ‘베리 형제들’이 영양계의 새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리’가 건강에 ‘베리 굿’(very good)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져서다. ‘베리 형제들’의 일원인 크랜베리(cranberry)는 추운 곳에서 주로 자라는 과일이다. 제철이 짧아 신선한 것은 가을 몇 달만 맛볼 수 있다. 대개는 말리거나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말린 크랜베리는 맛이 너무 시큼해 설탕 등 감미료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랜베리는 블랙 푸드(검은 식품)다. 색이 마치 학(crane)의 머리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과일이 짙은 붉은색을 띠는 것은 껍질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유해(활성)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抗酸化) 성분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북미에선 포도· 블루베리와 함께 3대 과일로 꼽힌다.
과거 인디언들은 소변이나 요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 과일을 날로 또는 말려서 먹었다. 인디언 아이들은 아마도 부모가 내민 크랜베리를 ‘너무 시다’며 피해 다녔을 것이다. 잘 익은 것이라도 신맛이 매실 이상이어서 생으로 먹기가 녹록지 않다.

크랜베리의 대표적 약성(藥性)은 방광염·요도염·신우신염 등 요로(尿路) 감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1994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크랜베리 주스를 즐겨 마시면 요로 감염 위험을 42%나 낮출 수 있다.

실제로 북미에선 요로 감염 환자에게 매일 크랜베리 주스를 240 mL가량 마실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크랜베리가 어떻게 요로 감염을 막는 것일까? 최근엔 크랜베리에 든 유기산이 직접 병원균(요로 감염의 80% 이상을 대장균이 유발)을 죽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크랜베리에 든 과당과 안토시아닌이 대장균 등 세균이 요로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장 결석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있다. 그러나 신장 결석의 원인 중 하나인 수산(oxalate)이 소량 들어 있으므로 이미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은 크랜베리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현명하다.

위궤양·위암 예방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크랜베리 추출물이 헬리코박터균(위·십이지장 궤양과 위암 발병 원인 중 하나)이 위 점막이나 상피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크랜베리는 노화 억제, 혈관 건강 유지에도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다. 배·포도·사과 등 20가지 주요 과일을 대상으로 항산화 성분의 일종인 폴리페놀 함량을 조사한 결과 크랜베리가 1위였다(농업·식품화학회지 2001년).

영양적으론 저열량·고식이섬유 식품이어서 변비 예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항산화 비타민이면서 피부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C 함량(생과는 100g당 13㎎, 주스는 42㎎)은 딸기(71㎎)보다 적다. 열량(생과 100g당 49㎉, 주스는 54㎉)은 같은 무게의 딸기(35㎉)·산딸기(22㎉)보다 높고 블루베리(52㎉)보다 약간 낮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도 나와 있다. 세척하지 않은 신선한 크랜베리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냉동 크랜베리는 수년간 두고 먹을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