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빈곤하여 영양분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설탕 물 한 잔이 마치 만병 통치 약처럼 사용되었지만, 요즈음에는 설탕을 준 위험 물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설탕을 대신한 합성 감미료의 사용이 늘고 있다. 당뇨 환자처럼 설탕 섭취를 제한 받는 사람들은 많은 양의 설탕 섭취로 인해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설탕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화학물질)은 적절한 수준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사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예외 없이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반면에 보툴리눔 독소처럼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성 물질이라도 규격에 맞는 양을 사용하면 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물질을 대하는 자세도 물질 자체가 좋고 나쁘다는 판단은 가급적 삼가고, 물질을 적절한 용도로 적정한 수준과 시기에 사용했느냐 안 했느냐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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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은 단맛이 강하고 칼로리가 적어, 설탕 대체재로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인공감미료다. | |
아주 오래된 인공감미료, 사카린
사카린의 분자구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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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귀했던 옛날, 여름철에 달콤한 냉수를 마시고 싶을 때는 설탕 대신 흰색 분말을 타서 마셨다. 그 분말은 합성 감미료인 사카린(saccharin, C7H5NO3S, 우리가 흔히 감미료로 쓰는 것은 나트륨염인 C7H4O3NSNa/2H2O)이었다. 사카린 자체를 입에 넣고 빨아 먹으면 단맛 대신 오히려 쌉쌀한 맛이 나는 이상한 물질로 기억하고 있다. 사카린은 라틴어로 설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카린은 아주 오래된 인공감미료로써 1879년 존스 홉킨스 대학의 화학교수를 지낸 아이라 램슨(Ira Remsen, 1846~1927)과 제자인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 1850~1910)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미국에 건너와 연구를 하고 있던 독일인 팔베르크는 타르(tar)에 포함된 화학물질(toluene sulfonamides)의 산화 반응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실험 후에 손을 씻지 않고 맨손으로 빵을 먹던 그는 강한 단 맛을 느꼈다. 단 맛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노력한 결과 단 맛을 내는 물질이 사카린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며, 그 연구 결과를 지도교수(Remsen)와 공동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설탕 가격이 불안했던 당시에 설탕 대용으로써 사카린의 효용을 감지한 팔베르크는 지도교수 몰래 단독으로 특허를 출연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 |
그래서 사카린의 대량 생산은 독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제약회사의 구매담당 직원이었던 존 퀴니(John F. Queeny) 부인과 함께 회사를 만들어 사카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회사는 현재 세계적인 다국적 화학회사 몬산토(Monsanto)이며, 회사의 첫번째이자 유일한 화학제품이 사카린이었다. 대량 생산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에서는 설탕 제조업자들의 로비 실력과 설탕 판매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를 걱정했던 정부 당국의 긴밀한 협조(?)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사카린을 팔 수 없다는 법을 시행하였다고 한다. | |
사카린을 발견한 콘스탄틴 팔베르크. |
사카린 생산 초기 사카린 패키지. |
설탕보다 300배 정도 달다?
대부분의 나트륨 염은 물에 잘 녹으며 사카린 역시 나트륨 염이므로 물에 매우 잘 녹는다. 따라서 물에 녹여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 물질(약, 음식, 보존제등)들은 나트륨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나트륨 염으로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카린은 실온에서 물 100 밀리리터(mL)에 약 67 그램이 녹는다. 같은 부피의 물에 소금이 약 36 그램이 녹는 것과 비교하면 사카린은 매우 잘 녹는 물질임을 알 수 있다. 설탕의 섭취를 제한 받는 당뇨 환자나, 칼로리가 적어서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단 맛을 내는 데 좋은 물질이다. 사카린의 단맛은 설탕보다 약 300~350배 정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스파테임(aspartame, C14H18N2O5)과 같은 합성 감미료와는 달리 사카린은 열에도 안정하여 열을 가하면서 만드는 음식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설탕보다 약 300배 정도 단맛이 강하다는 것은 단 맛에 대한 개인차를 고려하면 주관적일 수 있다. 많은 특정 물질에서 단맛을 느끼는 정도는 개인 별로 다르며, 매운 맛을 비교하는 단위(scoville)와는 달리 별도로 정해진 단위가 아직 없다. 단 맛을 비교하려는 물질로 10% 용액을 만들어서, 맛을 감별하는 사람들이 마셔서 단 맛을 느끼는 정도를 비교하고 있다. 설탕을 1로 하여 상대적인 단 맛의 강도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설탕이 포함된 용액(설탕물)에 포함된 설탕의 양을 나타낼 때는 브릭스(oBx)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20oBx로 표시된 용액은 설탕물 100 그램에 20그램의 설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사카린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다이어트 음료. 사카린은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음료에 첨가되기도 한다. <출처: (CC)lokate366 at Wikipedia.org> |
사카린은 열에도 안정하여 열을 가하면서 만드는 음식이나 고온에서 섭취하는 음식에도 사용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
사카린, 먹어도 될까?
사카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카린이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논란 거리가 되어왔다. 캐나다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라 1977년에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사카린을 식품첨가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개인적으로 음식에 첨가하는 것은 허용하였다. 그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카린을 먹인 실험 동물(쥐) 집단에서 방광암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과정은 사카린의 해악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주 이상했다. 보통 마시는 음료 800개 정도에 포함된 분량의 사카린을 매일 실험동물에 투여하고 실험을 진행하였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어떤 물질이라도 실험동물에게 이 정도의 분량을 계속 투여한다면 어떠한 병이라도 틀림없이 발생했을 것이다. 만약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진행했다면 연구를 종료하기도 전에 연구자들이 매우 곤경에 빠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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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음료의 패키지에 삽입된 “실험동물에게 암을 유발한 사카린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 <출처: (CC)Maksim at Wikipedia.org>
그 후 많은 연구를 통하여 사카린의 인체에 대한 영향이 동물 실험결과와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사카린 사용금지에 관한 법률을 1991년도에 폐기하였고, 2000년에는 사카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 명단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현재에는 사카린이 첨가된 식품에는 주의 문구만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임류, 청량음료 등 일부 품목 외 대부분의 식품에 대해 사카린 첨가를 제한하고 있었는데, 세계 각국에서 사카린의 안전성 논란이 해소되면서 201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카린 사용 규제를 완화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사카린은 열량이 거의 없는 합성감미료의 시조가 되는 물질로, 순수하게 진행된 대학의 연구결과를 상업화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예이다. 자기 일에 몰두하여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하늘은 보답을 하는 것 같다. 그것도 설탕 보다 진한 단맛으로… | |
- 아스파테임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테임은 열에 의해 쉽게 분해되므로 가열과정을 거쳐 만드는 음식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아스파테임은 아스파틱산(aspartic acid)과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라는 2개의 자연산 아미노산이 결합된 다이펩타이드(dipeptide)이며, 우리나라에서는 CJ에서 생산하여 판매되는 ‘화인스위트’라는 상품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설탕보다 약 200배 정도 달지만 칼로리는 설탕과 비슷(4Kcal/g)하므로 소량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서 다이어트용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스파테임 역시 손을 잘 안 씻은 연구자인 제임스 슐레이터(James M. Schlatter)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사카린 발견 과정과 너무 유사하다. 위염 치료에 필요한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한 연구자가 합성실험을 한 후에 손을 씻지 않았는데, 그것이 아스파테임을 발견하는 행운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나 화학실험 후에 손을 안 씻을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 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제공 대한화학회 <화학세계>
발행일 201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