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터는 미시령 초입에서 시작되는 서쪽 들머리에서 한시간 거리인 작은 샛령 너머에 있다. 70년대 초반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정리사업 때 사람들을 내보내고 심었다는 낙엽송이 빽빽하게 시야를 가리는 곳부터가 마장터다. “여기가 마장터요. 저기는 주막이 있던 자리라고 하고 마방은 저쯤에 있었대요. ” 샛령에 들어와 산 지 햇수로 8년이 됐다는 이천만(48)씨는 오가는 약초꾼들에게 들었노라며 약간의 내력을 들려준다. 마장(馬場)터란 이름도 원통장으로 향하던 마꾼들이 쉬는 주막이 있던 데서 연유된 것이다. 인근 산골 사람들이 그들에게 물건을 구하려고 모여들다 보니 자연스레 장이 서게 돼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땅이 비옥하여 농사가 잘돼 봄이면 종자를 구하기 위해 인근 농부들이 몰리던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밭에 같은 종자를 몇 년 심으면 병도 많아지고 소출도 줄어요. ” 도원리 전 이장도 종자를 구하러 이른 봄 녹지 않은 눈에 다리가 푹푹 빠지는 고갯길을 넘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놓는다. 마장터 종자는 소출도 많아 인근 농부들에겐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마장터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지은 지 70∼80년이 됐다는 귀틀집은 굴피지붕 위로 비닐 천막이 얹어지고 그 위는 억새로 이은 초가가 또 얹혀 있다. 이런 집 세 채가 샛령으로 난 길에서 살짝 빗겨난 골짜기에 그림처럼 놓여 있다. 속초 사람인 전중기씨가 산다는 귀틀집에는 소나무를 깎아 만든 문패까지 걸려 있다. 겨울에는 이천만씨 혼자 집을 지키고 있지만 여름에는 개울가 움집에까지 나물꾼이며 약초꾼이 들어와 제법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 한다. 미시령 길가 천막집에서 살며 버섯이며 약초를 직접 캐어 팔며 가끔 마장터로 넘어오는 영봉섭씨, 어쩌다 오가는 등산객들만이 이씨의 유일한 친구이다. 마장터를 지나 샛령 마루로 가는 길 곳곳에 널려 있는 집터들에는 흔한 깨진 기왓장 하나 보이지 않는다. 돌담의 흔적만이 이곳이 집터였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남을 게 뭐 있우, 기껏해야 굴피 아니면 너와였을 테고 벽이야 흙이 고작인데 벌써 바람에 다 날려갔거나 썩어 버렸지. ” 옛 사람들의 집은 사람들이 떠나면 이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해방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샛령 정상 성황당에서는 매년 인제군수와 양양군수가 성황제를 올렸더래요. 소까지 한 마리 잡고 크게 지냈어요.” 전 이장의 말마따나 마루에는 커다란 돌로 이뤄진 성황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옛 모습은 간데 없고 돌무더기는 여기저기 돌담을 짓느라 흩어져 있었다. 대간을 남북으로 이어 걷는 종주 산행에 나선 이들이 하룻밤을 머무느라 그랬을 것이다. 나뭇가지에는 온통 빨갛고 노란 표지기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샛령 동쪽 사면은 지난 12월에 내렸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경사가 급하고 오가는 이가 없는 탓에 길은 여기저기 끊어지기도 하고 갈지(之)자 굽이가 일자로 이어지기도 했다. 폐결핵 환자가 3년 동안 머물면서 병을 고쳤다는 찬샘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다고 했는데…. 도원리 전 이장은 자신이 동행했으면 찬샘을 찾아 물 맛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간밤의 심한 바람에 쓰러지거나 부러진 가지들이 가뜩이나 스산한 겨울풍경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다. 계곡은 온통 이끼가 뒤덮여 있고 낙엽은 무릎까지 쌓여 있다. “봄이 오면 좀 나은데 요즘 누가 산에 올라가나.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고 인공 때는 공산당이, 전쟁이 끝난 뒤에는 국군이 후생사업을 한다고 나무를 베어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숲은 우거져 있었다
용대 3거리와 알프스리조트 사이에 있는 물굽이골은 소간령의 줄기다.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과 마산 사이에 있는 계곡.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설피를 신고 다닌다는 흘리마을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활엽수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가을이면 단풍잔치가 벌어진다. 계곡에 들어서면 유리처럼 투명한 물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 정상과 계곡 초입의 표고차가 겨우 200m. 신선봉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가는 길이 힘들지 않다. 마장터에 들어서면 억새지붕을 이은 귀틀집이 아름답다. 대간령에는 옛 주막터의 자취도 볼 수 있다. 단풍철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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