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Cathode & anode

나 그 네 2012. 12. 28. 12:59

캐소드와 애노드

전극은 전도성이 있는 물질로, 그 모양과 재질은 쓰임에 따라 각기 다르다. 전지 혹은 기구(device)의 주요 부품에서 전극은 보통 쌍(pair)으로 사용된다. 전극은 전류 혹은 전자를 필요한 장소로 흘려주는 역할을 하며, 혹은 직접 화학반응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전극을 부르는 이름인 캐소드와 애노드, 양극과 음극에 대해서 알아보자.

다양한 전지들. 전지에는 전극이 2개 붙어있다. <출처 : (cc) Lead holder>

캐소드-애노드, 양극-음극

캐소드와 애노드는 전기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패러데이가 작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지 혹은 전기분해 용기(cell)에는 전극이 쌍으로 사용된다. 2개의 전극 각각에서 진행되는 산화 혹은 환원 반응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따라 전극에서 진행되는 반응을 구별하고 설명하는 방편으로 전극을 캐소드, 애노드라 불렀다. 일반적으로 어떤 실험 조건에서든 전극에서 환원반응이 진행되면, 그 전극의 이름을 캐소드(cathode)라고 하며, 전극에서 산화반응이 진행되면, 그 전극은 애노드(anode)라 한다.

한편 관례에 따라서 직류 전류(DC current)는 양극(positive electrode)에서 음극(negative electrode)으로 흐른다(전자(electron)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른다). 양극(陽極)은 플러스를 의미하는 양(陽, +)과 전극(電極)을 의미하는 극(極)이 합쳐진 합성어이며, 양극의 전위는 음극보다 높다. 또한 음극(陰極)은 마이너스를 의미하는 음(陰)과 전극(電極)의 극(極)이 합쳐진 합성어이며, 음극의 전위는 양극보다 낮다.

결국 양극·음극은 전극의 극성(혹은 전위차)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캐소드·애노드는 전극에서 진행되는 반응(즉, 산화환원)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전지에서 진행되는 산화 환원반응

전지를 방전할 때 : 양극은 캐소드 음극은 애노드

전지는 자발적으로 산화 환원 반응이 진행되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도구이다. 전지의 한 전극에서 화학물질이 산화되면 혹은 전극 자체가 산화되면 전자(electron)가 생성된다. 그 전자들은 전극 외부로 연결된 도선을 따라서 쌍을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전극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또 다른 전극에서는 전자가 유입되면서 전극에서 화학물질이 환원되거나 혹은 전극 자체가 환원된다. 전자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므로 결국 산화반응이 진행된 애노드에서 환원반응이 진행된 캐소드로 흐른다. 그러므로 애노드가 음극, 캐소드가 양극이 된다. 이런 종류의 자발적인 산화 환원 반응은 1차 전지 혹은 2차 전지 내부에서 전지를 사용할 때(방전할 때) 진행된다.

전지를 사용할 때. 양극이 캐소드, 음극이 애노드이다.

전지를 충전할 때 : 양극은 애노드, 음극은 캐소드

1차 전지는 다 사용하고 나면 버리고 더 이상 충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2차 전지는 충전을 해서 재사용한다. 충전할 경우에는 외부전원(power supply)의 음극을 전지가 방전할 때 음극이었던 전극에, 외부 전원의 양극을 전지가 방전할 때 양극이었던 전극에 연결한다. 즉, 방전할 때 음극은 충전할 때 음극으로, 방전할 때 양극은 충전할 때 양극으로 연결되므로 전극의 극성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충전할 때 각 전극에서 진행되는 산화 환원 반응은 방전할 때와는 정반대로 진행된다. 즉 음극과 연결된 전극에서 환원반응이 진행되어, 음극이 캐소드가 되고, 양극에 연결된 전극에서 산화반응이 진행되어, 양극이 애노드가 된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전과는 달리 충전은 전기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화학반응을 진행하는 전기분해의 경우에도 용기(cell)에 담가있는 전극에서도 전지를 충전할 때와 같은 산화 환원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전지를 충전할 때, 양극이 애노드, 음극이 캐소드이다.

캐소드=음극, 애노드=양극이 아니다.

전지가 방전할 때 음극은 애노드(산화반응이 진행되는 전극)이고, 충전할 때 음극은 캐소드(환원반응이 진행되는 전극)이다. 또한 방전할 때 양극은 캐소드이지만, 충전할 때 양극은 애노드이다. 전지를 충전한다는 것은 전자를 방출했던 전극에 전자를 다시 공급하여 환원반응이, 전자가 유입되었던 전극에서 전자를 다시 빼내어 산화반응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충전으로 인해서 산화 환원 반응이 완결되면 전지내부에 있는 화학물질들은 전지를 사용하기 전 상태와 같게 되고, 방전을 시작하면 다시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전기화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또한 캐소드와 애노드라는 전극 명칭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서 기구(device) 혹은 기기에서 외부전원의 음극에 연결되어 전자를 방출하는 전극을 캐소드라 한다. 그러므로 그 경우에는 쌍이 되는 전극은 양극 혹은 애노드라 부른다. 그렇지만 앞선 설명처럼 전지의 충/방전의 경우처럼 음극은 산화반응이 진행되어 애노드가 될 때도 있지만, 환원반응이 진행되어 캐소드가 될 때도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음극을 캐소드라고만 해도 안되며, 그것에 쌍을 이루는 양극을 애노드라고만 불러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을 방위를 가르키는 상황과 비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방위인 동 혹은 서를 말할 때 동과 서의 위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향에 무관하고 항상 일정하다. 그러나 동쪽을 말할 때 북쪽을 향한 사람은 오른쪽이 동이 되지만, 남쪽을 향한 사람은 왼쪽이 동쪽이 된다. 동쪽은 변함이 없지만, 사람들이 어떤 쪽을 향해 서 있는지에 따라 동쪽이 오른쪽 혹은 왼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음극-양극, 캐소드-애노드도 동서와 좌우가 다른 개념인 것과 마찬가지다.

오른손이 가리키는 방향이 항상 서쪽은 아니다. <출처 : gettyimages>

한글 표기 혼란스러워

그간 캐소드-애노드, 음극-양극은 여러 문헌에 다양한 용어 혼란이 있었다. 이는 캐소드(cathode)를 음극으로 번역하면서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캐소드(cathode)를 음극이라고 고정시켜 놓았으니, 그에 대응되는 애노드는 양극이라 부르고, 그렇게 하다 보니 negative 혹은 positive electrode를 각각 음극 혹은 양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캐소드를 음극이라고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엉터리 번역문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정말 난감하지 않은가?

In a primary cell, the cathode is always the positive electrode.
1차전지에서는 음극이 항상 양극이다(???)


 

플러스·마이너스 대신 정(正)·부(負)를 써서 정극 혹은 부극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정극 부극은 주로 일본 문헌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자 발음대로 우리말로 표기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극-부극을 캐소드-애노드에 대응하거나 혹은 정극-부극을 양극-음극에 대응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그러므로 글을 읽은 사람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캐소드는 캐소드로, 애노드는 애노드로

캐소드는 환원반응이 진행되는 전극을, 애노드는 산화반응이 진행되는 전극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므로 캐소드를 그냥 캐소드, 애노드를 그냥 애노드로 부르던가, 전극에서 진행되는 화학반응을 구분하여 캐소드를 환원전극으로, 애노드를 산화전극으로 부르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캐소드, 애노드를 음극·양극, 부극·정극 등으로 부른다면 전극에서 진행되는 산화 환원 반응을 구분하는 용어를 전극의 극성을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니 절대로 하지 말아야 된다. 나아가 캐소드와 애노드가 포함된 과학 용어들도 제 뜻에 맞게 변경하여 혼란을 제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에 캐소드 물질(cathode material)을 어떤 이는 양극 물질로, 어떤 이는 음극 물질로 번역을 해 놓는다면 너무도 이상하지 않는가?

학술논문에서 cathode를 검색한 결과. 양극이라는 번역과 음극이라는 번역이 뒤섞여 있다.

사람의 이름도 정확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사람을 의미하는 것처럼, 과학 용어 역시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관련 학계, 업계, 교육계, 정부에서 용어의 제정과 통일 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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