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며칠에 한번은 전기분해를 하면서 살고 있다. 전기분해는 일상에서는 전지를 충전하는 간단한 일에 사용되지만 공장에서는 염소가스(Cl2(g))를 생산하거나, 알루미늄 혹은 구리를 생산할 때에도 사용된다. 또한 잠수함 혹은 우주선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필요한 산소를 즉석에서 제조할 때도 전기분해를 이용한다. 전기분해란 무엇이며, 전기분해를 위해서는 무슨 장치가 필요하며,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지 알아보자. | |
물을 전기분해하는 모습.
전기분해 반응의 특징
전기분해(electrolysis)는 반응용기(cell)에 전기에너지를 가해서 물질의 분해 혹은 변환을 유도하는 모든 반응을 말한다.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전극을 통해서 공급된다. 사용되는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면 된다. 그러므로 모든 금속은 물론, 흑연(연필 심) 등의 전도체도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는 외부 전원으로부터 전극과 접촉하고 있는 화학물질까지 공급된다. 그 결과 화학물질들(분자 혹은 이온)은 전극을 통해서 전자를 받아들이거나, 화학물질이 가지고 있던 전자를 전극에 주고 나면 산화 혹은 환원이 되어 새로운 화학물질로 변신을 한다. 특기할 점이 있다면 전기분해에서 나타나는 화학반응은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진행되는 반응이 아니라, 전극 주위에서만 진행되는 불균일(heterogeneous)반응이라는 점이다.
전기분해 장치의 구성
전기분해를 위해서는 전해용기, 2개의 전극, 산화 혹은 환원이 될 수 있는 화학물질(화학종), 전해질, 전원(전기에너지 공급장치)이 있어야 된다. 전극은 화학물질에 전자를 공급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극 자체가 직접 반응에 참여하기도 한다. 반응하는 화학물질은 전해질(electrolyte)에 녹아 있다. 전해질은 용기내의 상태(액체 혹은 고체)가 전도성(conductivity)을 띨 수 있게 해준다. 전원은 전선으로 전극과 연결되어 있고, 용기내부는 전도성을 띠는 전해질로 채워져 있어서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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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분해 장치. <출처: (cc) Ivan_Akira at wikipedia> | |
전해질은 용매에 녹아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는 물질로, 단순히 용액의 전도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극 반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염화나트륨(NaCl, 염화소듐)은 그것이 녹아있는 용액의 전도성을 유지시켜 준다. 또한 특정한 반응조건에서는 나트륨이온 혹은 염소 이온이 전극 반응에 참여하여 금속 나트륨 혹은 염소가스로 변한다. 전원(DC 전원 혹은 전지)은 +극과 -극이 있다. 전지 전원은 +, -로 표기해 놓아 쉽게 구분이 된다. 표기가 없는 경우에는 빨간색 단자(terminal)가 +극, 검정색 단자가 –극인 것이 일반적이다. 전원의 +극은 전해용기의 + 전극에, -극은 전해용기의 – 전극에 연결하여 사용한다. | |
물의 전기분해
순수한 물은 전기가 흐르지 않으므로 전기분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물을 전기분해 하려면 전해질이 녹아 있는 수용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황산나트륨(Na2SO4)을 녹인 물에는 나트륨이온(Na+)과 황산이온(SO42-)이 포함된 전해질 용액이 되고, 전기가 흐를 수 있으므로 물의 전기분해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2개의 전극을 담그고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면 전극 주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이 전기분해 된다. 마찬가지로 물에 진한황산을 넣은 묽은 황산 용액에서도 물의 전기분해가 일어난다. 이 경우에 황산은 '전해질'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황산이 해리되면서 생성되는 수소이온이 직접 반응에 참여하므로 '화학물질' 역할도 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묽은 황산용액 혹은 황산나트륨 수용액에 2개의 탄소(혹은 금속) 전극을 담그고, 전원을 연결하면 각 전극에서 수소 가스(H2(g))와 산소 가스(O2(g))가 발생한다.
용액이 중성 혹은 염기성이면 – 전극에서 수소(H2(g))가 발생하면서 동시에 수산화이온(OH-)이 생성된다. 용액이 산성이면 수소이온이 환원되어 수소가 발생한다. +전극에서는 산소(O2(g))가 발생하는 동시에 수소이온이 생성된다. 용액을 흔들지 않고 전기분해를 계속하면 – 전극 주위는 염기성으로, +전극 주위는 산성으로 변한다. 그러나 용액을 잘 저으면 전기분해로 생성된 수산화 이온과 수소 이온이 반응하여 물이 되므로 용액 전체의 pH는 변함이 없다. 결국 물을 전기분해 하면 – 전극에서는 수소가, + 전극에서는 산소가 발생된다. 이것을 이용하면 잠수함 혹은 우주선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도 즉석에서 제조할 수 있다. 전기분해를 통해서 산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덤이다.
(- 전극) 2H2O(l) + 2e → H2(g) + 2OH-(aq) (염기성) (- 전극) 2H+(aq) + 2e → H2(g) (+ 전극) 2H2O(l) → O2(g) + 4H+(aq) + 4e(산성) | |
소금물의 전기분해
염화나트륨(NaCl) 용액에 2개의 전극을 담그고 외부에서 그 전극에 전원을 연결하면 전기분해가 시작된다. 이때 – 전극에서는 수소와 수산화이온이 생성되며, + 전극에서는 염소가스 (Cl2(g)) 가 발생한다. 이런 방법은 염소가스를 생산하는 공업적 방법(Chloralkali process)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용액에는 전해질의 일부인 나트륨이온(Na+)과 전기분해 결과 생성된 수산화이온(OH-)이 만나 수산화나트륨(NaOH) 용액이 된다. | |
소금물의 전기분해 방법. 가운데 멤브레인이 설치되어 있고,
+극에서 염소 가스를 얻을 수 있다. <출처: (cc) Jkwchui at Wikipedia>
전기분해를 계속하면 진한 수산화나트륨 용액이 형성되며, 그것을 농축하면 수산화나트륨 결정을 얻는다. 염소가스를 얻기 위해서 전기분해를 하지만, 수산화나트륨을 부산물로 얻는다.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 전극에서 생성된 염소가스가 – 전극에서 생성된 수산화이온 또는 수소가스와 반응을 하면 본래 원했던 염소가스 대신 원치 않은 화학물질이 만들어 진다. 이런 부가 반응을 막기 위해서 – 전극과 + 전극 사이에 막(membrane)을 설치하여 두 극을 격리시켜 놓으면 원하는 염소가스와 수산화나트륨을 얻을 수 있다.
(- 전극) 2H2O(l) + 2e → H2(g) + 2OH-(aq) (+ 전극) Cl-(l) → Cl2(g) + 2e | |
2차 전지를 충전하는 것도 전기분해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것도 전기분해 실험을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전지와 충전기 접합점만 잘 맞추어 끼워 놓으면 전지는 충전이 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충전은 전지내부에서 전기분해 반응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원의 –극에 연결된 전지내부의 - 전극에서는 환원(reduction) 반응이, 전원의 +극에 연결된 전지내부의 + 전극에서는 산화(oxidation) 반응이 진행된다. | |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도 전기분해이다. <출처: Gettyimage>
예를 들어 니켈 카드뮴(Ni-Cd) 전지는 – 전극이 금속 카드뮴이며, + 전극이 니켈 산화물인 2차 전지이다. 다 사용하고 난 니켈 카드뮴 전지를 충전하려고 – 전극에 – 전원을, + 전극에 + 전원을 연결하면 전지 내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 전극) Cd(OH)2 + 2 e → Cd + 2OH- (+ 전극) 2Ni(OH)2 + 2OH- → 2NiO(OH) + 2H2O + 2e
전지를 사용할 때(방전)는 각각의 전극에서 위 반응의 역으로 반응이 진행된다.
리튬이온 2차 전지는 요즈음 사용되는 휴대전화의 전지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리튬이온 전지는 – 전극으로 리튬 금속을 포함하고 있는 흑연(graphite) 전극 혹은 그것을 변형한 전극이 주를 이룬다. + 전극으로는 금속 산화물, 인산 음이온(PO43-)을 포함하여 다중 전하를 띠는 결정성 화학물질, 혹은 스피넬(spinel) 구조를 가진 결정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 |
전지를 사용할 때(방전)와 충전할 때 모두 + 전극은 리튬이온이 들어가거나 나갈 수 있는 틈새 혹은 구멍 구조를 유지해야 되기에 결정성 물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 전극 물질들은 리튬이온이 제 집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격자 구조를 유지하고 결정성을 지닌 물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 사용한 리튬이온 전지를 충전기에 연결하면 전기분해가 시작된다. -전극에서는 리튬이온(Li+)이 환원되어 리튬 금속(Li)으로 석출된다. 리튬이온은 이미 전해질의 일부로 - 전극 주위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계속해서 충전을 하면 – 전극은 많은 양의 금속 리튬을 포함한 상태로 변한다. 한편 +극에서는 전극을 구성 물질에 포함된 금속 양이온이 더 높은 산화상태로 변한다. 다시 말해서 금속 양이온의 산화가 일어난다. 그 결과 + 전극에는 결정구조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 전하가 존재하는 상황에 처한다. 더 많아진 +전하를 줄이는 방법은 금속 양이온이 결정격자로부터 이탈하거나 리튬이온이 결정격자를 탈출해야 된다. 만약에 리튬이온이 빠져 나오는 대신에 금속 양이온이 빠져 나온다면 +전극의 결정구조가 망가진다. 그렇게 되면 충전을 완료해도 그 전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 |
흑연을 –극으로, 리튬코발트산화물을 +극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 모식도.
그러므로 해결 방법은 리튬이온이 결정격자로부터 빠져 나와 넘쳐 나는 + 전하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방전하는 동안 이미 + 전극으로 리튬이온이 상당량이 들어 갔으므로 다시 빠져 나올 수 있는 리튬이온은 풍부하게 있다. 그러므로 리튬이온이 빠져나오면 결정구조의 변형이 없이 + 전극에서 넘쳐나는 +전하가 줄게 된다. 결국 충전과정에서 리튬이온 전지에 공급되는 전기에너지는 + 전극에서 리튬이온 튕겨져 나오고, – 전극에서 금속 리튬으로 석출되는데 사용되며, + 전극에서는 금속 양이온이 산화되는 화학반응, – 전극에서 리튬이온이 환원되는 화학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충전은 전기분해를 하는 것이고, 전기분해를 하면 전지 내부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리튬 금속을 담고 있는 흑연을 – 전극으로,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을 + 전극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2차전지를 충전하게 되면 전지내부의 각 전극에서는 다음과 같은 산화·환원 반응이 진행된다.
(- 전극) x Li+ + x e + 6C → LixC6 (+ 전극) LiCoO2 → Li1-xCoO2 + x Li+ + x e | |
전기분해 결과 생성된 화학물질의 양과 주입된 전기의 양은 비례한다
전기분해는 공장이나 가정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전기분해를 통해서 화학반응을 진행시키는 것은 친환경적이다. 유해한 화학물질을 유용하고 덜 유해한 화학물질로 변환시키는데 화학물질 대신에 전자(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전기분해 결과 생성되는 화학물질의 양과 용기에 주입된 전기의 양은 비례한다. 이것은 패러데이(Faraday)가 발견하여 전기분해에 관한 패러데이 법칙이라 한다. | |
- 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2.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