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지구과학

규모와 진도

나 그 네 2013. 1. 10. 18:09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 동북지역의 태평양 연안(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97km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 등 일본 동북부 지역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일본 동북․태평양연안 지진’으로 명명된 이번 지진은 크기가 규모 9 또는 진도9로 측정됐다. 그런데 과연 규모와 진도는 동일한 의미를 갖는 용어일까? 지진의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각각의 현상 및 실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진의 규모 - 지진계 측정 기준, 절대적 개념의 단위

규모(M; magnitude)는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절대적 개념의 단위로, 1935년 미국의 지질학자인 리히터(Charles Richter)가 제안했다. 제안자의 이름을 따서 ‘리히터 규모’라고도 부른다. 이 당시에는 전 지구적으로 지진의 강도를 비교할 수 있는 단위가 없었는데, 리히터는 지진 자체의 크기를 측정하여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규모의 개념을 제안했다. 즉, 리히터 규모는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측정해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데, 진폭과 진동주기의 함수[리히터 규모(M)=log(최대진폭/1회 진동시간)+보정계수]로 표현된다. 보정계수는 지진계와 진앙 사이의 거리에 비례하는 계수로 S파P파의 도달시간 차이로부터 계산된다. 이 경우 진폭이 10배 증가하면 리히터 규모는 1이 증가하므로,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이 갖는 진폭은 리히터 규모 6의 지진보다 진폭이 10배 커진다. 또한 지진발생시 방출되는 에너지는 리히터 규모 1이 증가할 때 마다 32배만큼 커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은 리히터 규모 6의 지진보다 32배 큰 에너지를 방출하며 리히터 규모 5의 지진보다는 약 1,000배(32x32)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2008년 미국 LA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5의 치노힐 지진 <출처: Rorry1 at en.wikipedia.org>

인간은 보통 리히터 규모 2보다 작은 지진은 잘 느끼지 못하는데, 전 지구적으로 규모 2 이하의 지진은 하루에 약 8,000건 발생한다. 인간은 또한 2.0~2.9사이의 지진도 일반적으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지진계에는 기록된다. 전 지구적으로 규모 2.0~2.9 사이의 지진은 하루에 약 1,000건 발생한다. 규모 3.0~3.9 사이의 지진은 인간은 자주 느끼지만 피해는 입히지 않는데, 1년에 약 49,000건 발생한다. 규모 3.0은 474kg의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규모 4.0~4.9는 방 안의 물건들이 흔들리는 것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지만 심각한 피해는 입히지 않는 상태이다. 1년에 약 6,200건 발생한다. 규모 5.0~5.9는 좁은 면적에 걸쳐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1년에 약 800건 발생하는데,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치노힐(Chino Hills) 지진의 규모가 5.5에 해당한다.

규모 6.0~6.9는 최대 160km에 걸쳐 건물들을 파괴하며, 1년에 약 120건 발생한다.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가 6.9로 336킬로 톤의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규모 7.0~7.9는 넓은 지역에 걸쳐 심한 피해를 입히며, 1년에 약 18건 정도 발생한다. 1976년 중국 당산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7.8로 240,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 8.0~8.9는 수백km 지역에 걸쳐 심한 피해를 입히며, 1년에 1건 정도 발생한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8.3으로 측정됐는데 이로 인해 1,500명이 사망하고 화재에 의해 심한 피해를 입었다. 규모 8.3은 50메가 톤의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이다. 규모 9.0~9.9는 수천km 지역을 완전히 파괴하는데, 약 20년에 1건 꼴로 발생한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이 규모 9.0이다. 규모 9.0은 474메가 톤의 TNT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2011년 일본 지진피해 현장 <출처: wikipedia>

지진의 진도 - 피해 정도를 기준, 상대적 개념의 단위

진도(I; intensity)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대적 개념의 단위로,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정도와 건물의 피해 정도를 기준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피해 정도는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진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1902년에 주세페 메르칼리(Giuseppe Mercalli)가 10단계의 진도를 제안했는데, 그 뒤 이 척도는 각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수정된 형태로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건물들을 기준으로 삼아 개발된 12단계의 수정 메르칼리 진도(modified mercalli intensity)가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수정 메르칼리 진도를 사용하고 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 1은 특별한 최적 상태에서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상태이며, 진도 2는 소수의 사람들, 특히 건물의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느끼는 상태이다. 진도 3은 실내에서 현저하게 느껴지는 상태로, 건물의 위층에 있는 사람은 더욱 현저하게 느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지진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진도 4는 실내의 많은 사람들은 느낄 수 있지만 실외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상태이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며, 나무나 전신주 등의 교란이 심한 상태이다. 진도 6은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어나가는 상태이다. 진도 7은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나오며, 서 있기가 어려운 상태로 서투르게 설계되거나 건축된 건물은 아주 크게 피해를 입는다. 진도 8은 건축물이 부분적으로 붕괴되는 단계이다. 즉, 굴뚝, 기둥, 벽돌 등이 무너진다. 2011년 2월 22일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이 진도 8에 해당된다.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현장
<출처: Gabriel at en.wikipedia.org>

일본 고베 지진. 1995년 발생한 고베 지진은 수정 메르칼리 진도 10~11에 해당된다. <출처: 松岡明芳 at en.wikipedia.org>

진도 9는 건물이 기초에서 벗어나고 땅에 명백한 금이 가는 상태이다. 진도 10은 대부분의 석조건물과 그 구조물이 기초와 함께 무너지며 땅에 심한 금이 가는 상태이다. 진도 11은 남아 있는 석조 구조물이 거의 없으며 다리가 부서지고 땅에 넓은 틈이 생기는 상태이며, 진도 12는 완전히 파괴되고 지표면에 파동이 보이는 상태이다. 물체가 하늘로 튀어 오른다.

한편 일본은 자체적으로 진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진도 0은 무감으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이다. 진도 1은 미진으로 민감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상태이며, 진도 2는 경진으로 보통 사람이 느끼고, 문이 약간 흔들리는 상태이다. 진도 3은 약진으로 가옥이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지며, 그릇에 담긴 물이 진동하는 단계이며, 진도 4는 중진으로 가옥이 심하게 흔들리고, 물이 담긴 그릇이 넘쳐흐르는 상태이다. 진도 5는 강진으로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다소 무너지는 상태이다. 진도 6은 열진으로 가옥 파괴가 30% 이하이며,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단계이다. 진도 7은 격진으로 가옥 파괴가 30% 이상이며, 산사태가 일어나고 단층이 생기는 상태이다. 이처럼 7단계로 나눠 쓰던 일본의 진도는 1996년에 진도 5와 진도 6 단계가 각각 2개로 나뉘어 총 10개의 단계로 구분되었다. 이처럼 진도는 각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서로 다른 기준을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규모와 진도의 비교

리히터 규모와 수정된 메르칼리 진도의 크기를 서로 비교할 수 있다. 즉, 리히터 규모 1.0~3.0은 수정된 메르칼리 진도 1에, 규모 3.0~3.9는 진도 2~3에, 규모 4.0~4.9는 진도 4~5에, 규모 5.0~5.9는 진도 6~7에, 규모 6.0~6.9는 진도 7~9에 그리고 규모 7.0 이상은 진도 8 이상으로 비교된다. 그 이상의 경우는 발생하는 지진의 사례가 적어 비교하기 어렵다.

리히터 규모와 수정 메르칼리 진도의 크기 비교

김동희 /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
충북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자연사박물관과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공룡화석은 왜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될까요], [지구], [지구시스템의 이해] 등이 있다.

협조국립중앙과학관


발행일
201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