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취하라고 마시는 거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일명 '고도주(高度酒)'가 뜨고 있다. 한동안 저도주 경쟁이 치열했던 주류업계가 잇달아 도수를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15일 알코올 도수 6.9도짜리 고알코올 맥주 '카스 레드'를 선보였다. 수입 맥주로는 7도짜리 홀스텐 페스트 북이나 8도짜리 맥큐언스 스카치 에일 등 고도주가 있지만 흑맥주를 제외한 국산 맥주로 5도가 넘는 것은 처음이다. 6.9라는 도수는 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기존 맥주 맛을 유지하면서도 도수 상승 효과를 살린 최적 수치라고 오비측은 설명한다. 카스 하이트 등 기존 맥주가 4.5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40%가량 알코올 함량이 늘어난 셈. 오비맥주 관계자는 "단순하게 카스레드 두 병을 먹으면 소주 한 병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에 앞서 보해양조도 지난 2일 '잎새주' 후속으로 알코올 도수 22도인 '천년잎새'를 시장에 내놓았다. 최근 출시된 20도 이하 소주들에 비하면 2~3도가량 높은 도수다. 지방 소주사에서 고도주를 개발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처럼 고도주가 잇따라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주류시장 메인 트렌드인 저도주에 대한 역편향. 웰빙 트렌드를 타고 도수가 낮은 술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젊은층과 여성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30대 이상 소비자와 헤비 유저들 사이에서는 예전 쓴 소주와 진한 맥주맛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오비맥주측은 "뿐만 아니라 맥주를 마시기보다 소주 한두 잔을 선호하는 층에서도 도수가 높은 맥주가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지난해 6월 실시한 '맥주에 대한 불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3%가 '배부름이 심하다'고 답했으며 이어 41%가 '알코올 도수가 너무 낮다'는 의견을 냈다. 고알코올주를 선호하는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고도주 성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 시음조사에서도 참여자 가운데 남자 87.9%, 여자 71.7%가 구매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알코올 제품이 업계 바람대로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1년 하이트맥주에서 알코올 도수 7도짜리 흑맥주 스타우트를 냈지만 시장조성에 실패했고 결국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낮춰 새로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소주 역시 두산주류 BG가 출시했던 22도짜리 '산'이 실패한 바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술시장 제품들이 대부분 유사하기 때문에 고도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좋은 시도"라며 "그러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고알코올 제품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도수를 높이면 증류과정이 길어져 가격이 상승하고, 카스레드처럼 가격은 기존 맥주와 같게 책정하면 업체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고도주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김지영 기자 / 이명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