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옛 날 신 문

콩 보리 (菽麥) 이야기 - 숙맥 이야기

나 그 네 2014. 6. 29. 09:19

 

♠ 콩 보리(菽麥) 이야기 ♠

박 상 인

지금 “밀서리” “보리서리” 그리고 “콩서리”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에 생긴 말로 그리운 풍경이고 정경이다. 서리란 남의 논밭에 막 익어가고 있는 열매(곡식과 과실)를 주인 몰래 장난기 섞인 행동으로 잠시 실례하여 간식삼아 맛을 즐기고 허기진 배를 간단히 채우는 행동을 이른다. 남의 과수원에 몰래 들어가 실례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세대 전까지는 이 행동이 허용법위 안에서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던 일이나 지금은 어림없이 도둑으로 몰리어 변상을 하거나 밭을 통체로 맡아야 하는 범죄이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해 전다는 증거이다. 겨울살이 겨우 넘긴 가난한 농가는 보릿고개 넘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아침 밥 저녁 죽(早飯夕粥) 먹는 집은 그래도 사는 집, 아예 저녁 굴뚝에서 연기 안나오는 집이 있었다면 상상이 가는가? 봄날 해는 길고 속은 비었고 눈에 아지랑이가 일면 마을 몇몇 악동 아닌 아이들은 정지깐에서 유엔성냥 몇 개비와 모서리 붙은 마찰 면을 찢어 주머니에 넣고 마을 앞 등넘어 이제 막 누릇누릇한 보리밭이나 밀밭으로 잠입한다. 일찍 잘 익은 이삭이 붙은 줄기 허리를 입으로 물어뜯어 크기가 결혼식장 코싸지만 하게 모아 밭등성이 위로 나온다. 위치가 잘 노출되지 않는 자리를 잡고 급히 솔 갈비라는 소나무 낙엽을 한 아름 긁어모아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밀 보리 또는 콩주저리를 얹어 놓는다. 이때는 굽는 다기 보다 그스른다고 한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밀 보리는 까락이 타고 고소한 냄새와 함께 이삭 사이 청옥 부스러기 같은 알맹이가 검은 점을 남기며 익는다. 불길을 꼬챙이로 해치고 익은 이삭을 꺼내어 두 손 바닥에 놓고 월매 정화수 떠놓고 빌듯 비비다가 손 별러 입바람으로 후욱 불면 알맹이만 남는다. 한입 털어 넣고 씹을 때 그 촉감과 고소한 맛은 서리 해본이만 안다. 주인 몰래 맛보는 금단의 식품 스릴과 서스펜스 만점이다.

그런데 밀과 보리를 봄에 심으면 이삭이 안 생기는 소위 불임현상이 된다. (봄보리는 예외) 일찍이 한흑구 선생의 수필 “보리”에서 언급되었지만 보리나 밀 싹은 추운 겨울을 이겨나야 다음해에 결실을 맺는다. 사람도 밀 보리처럼 시련을 이겨야 성공한다는 예증으로 자주 나온다. 보리의 영명은 BARLEY(보리)이다 아마 우리나라 종자가 세계로 퍼져나간 증거가 아니가 한다. 보리밥 집이 전국에 대유행을 넘어섰다. 소화 잘되고 건강에 좋다고, 그래나 보리밥 먹은 후는 조심해야 한다. 그 주식이 보리밥이고 이를 먹고 학교 간 공부하는 학동들은 실수로 가스 발사를 흔히 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보리밥 먹고 공부하는 아이란 뜻의 보리문동(文童)이다. 이 말이 “보리 문디. 가 됐다고 한다. 경상도에는 보리밭이 많다. 그래서 “경상도 보리문디”가 생겼다하 그럴 뜻 하다. 요즘 와서 보리밭만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도 여럿 나왔다(이숙자 등등). 싱그러운 청보리 들판, 생각만 해도 풋내 음이 물신난다. 5월초 산 넘어 훈풍이 불어오는 들판에 나가면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물결, 바닷물결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난다. 이를 맥랑(麥浪)이라 한다.. 이 멋을 보여주려고 지금 남도의 여려 지자체들은 오월에 보리밭 관광 이벤트도 하여 손님을 모은다.

콩서리는 물론 가을에 한다. 근년에 와서 소위 건강식품으로 여러 가지 콩요리가 개발 되었으나 콩이 “밭고기”라는 별명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콩밥 먹인다”는 말을 아시는지? 감옥 간다는 뜻이다. 일본 강점기 죄수들에게 비싼 곡식 밥 먹일 수 없으니까 만주에서 많이 나는 콩으로 만든 겨우 생명 유지 할 수 있도록 콩밥을 먹였다. 패망 직전에는 콩으로 기름 찐 소위 대두박이란 걸 죄수뿐만 아니라 백성에게도 먹였다. 좋은 곡식은 수탈해 가고--. 지금은 전혀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뱃가죽이 두꺼워야 부자로 산다! 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외갓집에 가서 콩죽 얻어 먹이고 돌아온다. 애잔한 맘의 외할머니가 영양실조에 가까운 외손주에게 내리는 보약이고 응급처방 이다. 육류는 설이나 한가위 아니면 제사든 날 겨우 맛볼 수 있는 영양식이다. 콩이 좋다는 것은 나는 일찍 확인 할 수 있었다. 농가에서 제산목록 1호인 누렁이 황소가 겨우살이를 하고난 봄이 되면 겨우내 지푸라기만 먹었기에 쇠털은 까칠하고 유기를 잃고 얻덩이 쪽이 뾰족해 보인다. 말랐다는 증거이다. 이럴 때 우리 할아버지는 쇠죽솥에 작년 가을 콩타작 하고 남은 조각난 콩일과 그 깍지들이 섞인 소위 콩무거리 한줌을 넣고 끓인 쇠죽을 끓이신다. 한 이틀만 콩섞인 죽을 먹이면 소는 금세 털에 윤기가 나고 엉덩이가 펑퍼짐 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와 콩과 나는 삼각관계 있었다. 추운 겨울에는 소도 겨울 방한복을 입는다. 소위 쇠덕석 이라고 해서 볏짚으로 멍석 역듯이 만든 이불을 소 목에서 꼬리 기리 폭으로 엮어서 추운 겨울에 등에서 양쪽으로 걸친다. 이 쇠덕석 입히고 벗기는 시기를 소홀히 하지 말란 뜻으로쇠덕석은 늦가을 콩타작 할 때부터 입히고 늦봄 콩심을 때 벗긴다”는 격언을 만들어 전해왔다. 나는 소팔아 유학했다. 또 군 제대할 때 받은 야전점퍼 하나로 버텼었다. 몰론 청계천 오간수 다리 아래 드럼통에서 검정 염색 한 것이지만- 졸업할 때까지 3년을 -. 모두 내 그 옷을 쇠덕석이라 했다. 콩에 식물성 단백질이 많다. 그래서 몸에 좋단다. 전에는 영양실조는 곧 단백질 결핍을 말했다. 단백질은 우리 눈에 희게 보이는 물질이니 백자가 붙으나, 영어 단어로는 프로테인(PROTEIN)임은 다 안다. 이때 프로(PRO)는 앞 혹은 으뜸이라는 뜻이고 테인(TEIN)은 물질. 즉 단백질은 우리가 먹는 음식 물 중에 “으뜸가는 물질”이란 뜻이 된다. 사람 몸에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단백질 이니 그 소중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콩을 잘도 이용했다. 된장, 간장, 청국장 그리고 콩나물, 이런 이야기도 있다. 유럽에서 십자군이 성지회복을 위한 수백 년 걸친 전쟁을 해도 결국 이기지 못했다. 청일 노일 전쟁도 청나라, 러시아가 모두 일본에게 젓다. 그 때 한국사람 한명만 있었더라도 문제는 전혀 달랐다고― 이 전쟁에 진 원인은 각기병이 이었다. 만약 그 때 우리나라 사람 한명만 있어 그 흔한 콩을 시루에 길러 콩나물국을 끄려 병사들에게 먹였다면 이겼다는 것이다. 콩은 그래서 위대한 식품이다.

젊은 세대들에겐 사어가 되어가고 있지만 지금도 시골 촌로들은 사람이 영리하지 못하거나 어리석고 데데할 때 “저놈 숙맥 같은 놈” 혹은 “숙맥”이라 한다. 지능 지수가 높지 못한 바보라는 뜻이다. 이 말의 근원은 다음과 같다. 시골 농가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이 그 흔한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 그래서 소위 덜 떨어진 자을 이른 다.

이 말을 문자로 하면 숙맥불변(菽麥不辨)이 된다. 이때 숙은 콩 숙(菽)과 보리 맥(麥)인데. 이 말이 줄어서 그냥 “숙맥” 나중에선 아예 숙 으로 줄고 숙이 되어져서 쑥 쑥이 되었다. 지금 쑥은 어리석다와 동의어가 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바로 내가 숙맥이다. 밤새며 끙끙거리고 딴에는 굳은 머리 짜내어 독수리 타법으로 한 꼭지 생산해 내도 지루하다고 눈길 한번 안주고 설사 인내심을 가지고 훑어 내려갔다 해도 꼬리말 한마디 올리지 않은 이 작업을 하고 있으니 바로 숙맥이다. 눈치코치 없게 스리― 하긴 이 세상에는 너무 똑똑한 자가 많고 넘쳐 시끄러우니 나 같은 숙맥 한들이 있는 것도 희소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어쩜 내 체면 봐서 아님 이 양반이 또 무슨 횡설수설하나 하고 인내심 가지고 끝가지 읽어준 당신도 숙맥일 수도 있다. 왜나면 내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으니― 우리 다같이 숙맥 될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