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114번 원소 플레로븀(flerovium, Fl)은 주기율표에서 7주기 14족에 있는 원소이다. 1998년 12월에 러시아 합동핵연구소(JINR)와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공동 연구진이 처음 합성·발견하였으며, 2011년에 116번 원소 리버모륨과 함께 새로운 원소로 공식 인정되었다. 원소 이름은 러시아 핵 물리학자 플레로프(Georgy Flerov)가 JINR에 설립한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FlNR)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2012년 5월 30일에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다. 한편, 동위원소 298Fl는 1960년대 후반에 이론적으로 예측된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 아래 참조)’의 중앙에 있을 것으로 예견된 원소이나, 아직 이런 긴 수명의 동위원소는 발견되거나 합성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5가지 동위원소들이 검출되었는데, 가장 안정한 것이 반감기가 2.6초인 289Fl이다. 휘발성이 큰 원소로, 상온 1기압에서 기체일 가능성도 있다. 플레로븀의 발견과 성질, 그리고 ‘안정성의 섬’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원자번호 114번, 플레로븀
플레로븀(flerovium)1)은 원자번호 114번의 초중(超重) 인공 원소로, 원소 기호는 Fl이다. 주기율표에서는 7주기의 14족(탄소족)에 위치하며, 7p계열의 두 번째 원소이다. 14족 원소로는 탄소(C), 규소(Si), 저마늄(Ge), 주석(Sn), 납(Pb)도 있는데, 납 바로 아래에 있으므로 에카-납(eka-lead)이라 부를 수 있다. 화학적 예비 실험 결과, 플레로븀은 14족 원소로는 예외적으로 휘발성이 크며, 비활성 기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질 것으로 보고되었다. 산화상태는 +2와 +4가 가능한데, +2의 상태가 더 안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녹는점과 끓는점은 각각 약 70℃와 150℃이고, 고체 밀도는 14 g/cm3으로 예측되었다.
- 수치로 보는 플레로븀
- 플레로븀은 원자번호 114번의 원소로, 원자의 바닥상태 전자배치는 1s22s22p63s23p64s23d104p65s24d105p66s24f145d106p65f146d107s27p2 ([Rn]5f146d107s27p2)이다. 1998년 12월에 처음 합성되었고, 2011년 6월에 새로운 원소로 공식 인정되었으며, 2012년 5월 30일에 정식 이름이 채택되었다. 질량수가 285~289인 5가지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는데, 모두 핵 융합 반응으로 합성될 수 있고, 285Fl을 제외한 동위원소들은 원자번호 116번 리버모륨(Lv)의 α 붕괴로도 검출된다. 알려진 가장 안정한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2.6초인 289Fl이다. 아직 미검증된 핵 이성질체 287mFl과 289mFl의 반감기가 각각 5.5초와 66초로 관찰되었다. 녹는점과 끓는점은 각각 약 70℃와 150℃로 예측되었는데, 실온 1기압에서 기체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고체 밀도는 14 g/cm3, 원자 반경은 약 180 pm로 예측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823.9, 1602, 3367 kJ/mol로 예측되었다. +2와 +4의 산화 상태가 가능하며, +2의 상태가 보다 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의 이름을 딴 원소 |
플레로븀의 원소정보 |
플레로븀은 1998년 12월에 러시아 합동핵연구소(JINR)에서 플루토늄-244(244Pu) 표적에 가속된 칼슘-48(48Ca) 이온 빔을 쪼여 289Fl로 해석되는 원자 1개를 처음 합성하였는데, 지금의 해석으로는 이것이 준 안정한 핵 이성질체 289mFl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같은 반응에서, 혹은 244Pu대신 242Pu를 사용한 반응에서 여러 플레로븀 동위원소의 생성이 확인되었다. 처음 발견 후 10여 년 간의 후속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1년 6월에 새로운 원소로 인정되었고, 공식적인 원소 이름은 2012년 5월 30일에 채택되었다. 지금까지 질량수 285~289인 5가지 동위원소들이 검출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핵 융합 반응으로 합성될 수 있으며, 285Fl을 제외한 4가지 동위원소는 116번 원소 리버모륨(Lv)의 α 붕괴 생성물로도 관찰된다. 가장 안정한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2.6초인 289Fl이다.
플레로븀의 발견과 역사
1960년대 후반에 시보그(Glenn Seaborg, 1912~1999)는 특별히 긴 수명의 초중원소들로 이루어진 ‘안정성의 섬’(아래참조)이 존재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하였는데, 시보그는 원자번호 94~102번의 초우라늄 원소들을 인공적으로 합성·발견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초우라늄 원소 발견의 공적으로 1951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하였고, 106번 원소가 그의 이름을 따서 시보귬(Sg)으로 명명될 정도로 핵화학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이 ‘안정성의 섬‘의 중앙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 원자가 플레로븀(당시로는 114번 원소로 불렸음) 동위원소 298Fl로, 1996년의 한 논문에서는 이의 반감기가 1억년이 넘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당시는 소련)의 합동핵연구소(Joint Institute for Nuclear Research, JINR)는 광물 시료에서 114번 원소를 검출하려고 시도하였고,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LBL)도 광물에서 110~114번 원소를 발견하려는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또 LBL은 가속기를 이용하여 이 원소를 합성하려고도 하였으나, 모두 성공하지 못하였다.
플레로븀은 마침내 1998년 12월에 처음 합성·발견되었는데, 이는 러시아 두브나(Dubna)에 있는 JINR에서 오가네시안(Yuri Organessian)이 이끄는 JINR과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LLNL)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 연구진은 LLNL에서 공급한 플루토늄-244(244Pu) 표적에 가속된 칼슘-48(48Ca) 이온 약 50억 개를 40일간에 걸쳐 충돌시켜 반감기 30초로 α 붕괴를 하는 새로운 원자 1개와 이의 α 붕괴 사슬을 검출하였다. 그들은 이 원자를 289Fl로 해석하고, 그 결과를 1999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그 후, 1999년 3월에는 244Pu대신 242Pu을 표적으로 사용한 반응에서 반감기 5.5초로 α 붕괴를 하는 원자 2개를 검출하고, 이를 287Fl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들 두 실험에서 관찰된 생성물의 붕괴 사슬은 이후의 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검출한 원자들이 모두 준 안정한 핵 이성질체일 가능성이 있다.
1999년 6월에는 1998년에 했던 244Pu와 48Ca 사이의 반응을 다시 수행하여 반감기 2.6초로 α 붕괴를 하는 2개의 원자를 검출하였는데, 이번에는 이를 288Fl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2000년의 후속 실험에서는 289Fl 원자 3개, 288Fl 원자 12개, 287Fl 원자 1개를 검출하였다. 이 실험 결과가 바탕이 되어 이전의 결과들이 재해석되었는데, 1998년에 발견되어 289Fl로 해석된 원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원자(아마도 289mFl)로, 1999년 6월에 발견되어 288Fl로 해석된 원자는 289Fl로 재해석되었다. 이후, 2004년에는 242Pu/48Ca 반응을 반복하여 288Fl, 287Fl, 286Fl를 검출하고, 이들의 붕괴 사슬을 확인하였다.
114번 원소 플레로븀(Fl)은 116번 원소 리버모륨(Lv)과 함께 2012년 5월 30일에 정식 이름이 정해졌는데, 이들이 현재로는 마지막으로 정식 이름이 정해진 원소들이다. <출처 : LLNL>
이러한 JINR/LLNL 공동 연구진에 의한 실험결과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되었는데, 2009년에 LBL 팀이 286Fl과 287Fl을 검출하였으며, 독일 중이온 가속기연구소(GSI) 팀은 289Fl과 288Fl을 검출하였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과 국제순수∙응용물리연맹(IUPAP)이 공동으로 구성한 합동실무위원회(Joint Working Party, JWP)는 JINR에서의 114번 원소 발견 주장을 검토한 끝에 2011년 6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들의 초기 연구 결과는 확정적이지 않으나, 후속 연구 결과는 플레로븀을 확인한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어 이 원소 발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참고로, 이때 JINR/LLNL 공동 연구진에 의한 116번 원소 리버모륨(Lv)의 발견도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원소 이름 명명
원소 발견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114번 원소는 IUPAC의 잠정적 계통적 원소 명명법에 따라 우눈쿼듐(ununquadium, 원소 기호 Uuq)이라 명명되었는데,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114번 원소’라 부르고, 원소 기호를 단순히 ‘114’로 표기하였다.
2011년 6월 1일에 114번과 116번 원소의 발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IUPAC은 이 원소의 발견을 주도한 연구팀에 원소 이름과 기호를 제안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들은 이 연구가 수행된 JINR 산하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Flerov Laboratory of Nuclear Reactions)의 설립자 플레로프(Georgy Flerov, 1913~1990)의 이름을 따서 플레로븀(flerovium)으로 할 것을 제안하였다. IUPAC은 이를 채택하였는데, 공식적으로는 플레로프 개인의 이름이 아닌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고 하였다. 참고로, 116번 원소는 이에 대응되게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이름을 따서 리버모륨(livermorium)으로 채택하였다. 플레로프는 러시아 핵 물리학자로, 러시아에서의 초우라늄 원소 발견과 핵 분열 연구를 오랫동안 주도하였으며, 러시아도 핵 무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이끈 사람인데, 아마도 후자의 활동이 그의 이름을 따서 원소 이름을 짓는 것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플레로븀은 공식적으로는 러시아의 핵 물리학자 플레로프(Georgy N. Flerov. 1913~1990)의 이름을 딴 것이 아니고, 그가 설립한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안정성의 섬과 마법의 수
핵 물리학에서,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은 원자번호가 우라늄(U, 원자번호 92)에 가까운 원소들보다도 더욱 안정한(반감기가 긴) 초중원소들의 집합을 말한다. 이들 원소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는데, 반감기가 적어도 몇 분 또는 몇 일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어떤 과학자들은 수백만 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원소들의 존재 가능성은 1960년 후반에 시보그(Glenn T. Seaborg)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는데, 이는 원자핵 껍질 모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완전히 채워진 전자 껍질 구조를 갖는 원자들이 특별히 화학적으로 안정하듯이(이 경우 전자 수는 비활성 기체 원자의 전자 수와 같은 2, 10, 18, 36, 54, 86), 원자핵도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완전히 채워진 껍질 구조로 배열되는 경우에 방사성 붕괴에 대해 특별히 안정하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 핵의 양성자 수(Z)와 중성자 수(N)를 두 축으로 하는 평면 위에 핵의 수명을 높이로 하는 그림에서 이론상 수명이 길 것으로 예측된 원소들로 이루어진 안정성의 섬(오른쪽에 있음)이 나타나 있는데, 플레로븀-298(Z=114, N=184)이 이 섬의 중앙에 있다. <출처 : (cc) nvaderXan at Wikimedia.org.>
완전히 채워진 원자핵 껍질 구조를 하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마법의 수(magic number)’ 라 부르는데, 잘 알려진 마법의 수는 2, 8, 20, 28, 50, 82, 126이다. 또한 구형의 핵에서는 중성자의 경우에 184, 양성자의 경우에 114, 120, 126이 마법의 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되었다. 양성자 수(Z) 114가 마법의 수인 것은 플레로븀(Z=114)의 동위원소가 이보다 질량수가 4만큼 적은 코페르니슘(Z=112)이나 질량수가 4만큼 큰 리버모륨(Z=116) 동위원소들에 비해 월등히 긴 수명을 갖는 것에서 증명된다고 볼 수 있다.
양성자의 수와 중성자의 수가 모두 마법의 수인 ‘이중 마법(double magic)’ 원자핵은 이웃하는 다른 원소나 동위원소들에 비해 특별히 안정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실제로 확인되었는데, 초우라늄 이전의 원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이중 마법 원자는 208Pb(양성자 82, 중성자 126)이다. 초우라늄 원소 중에서 이중 마법의 원자핵을 가져 특별히 안정할 것으로 기대되는 구형 원자핵은 플레로븀-298(양성자 114, 중성자 184), 운비닐륨(unbinillium)-304(양성자 120, 중성자 184), 운비헥슘(unbihexium)-310(양성자 126, 중성자 184) 등인데, 특히 플레로븀-298(298Fl)은 예측된 ‘안정성의 섬’의 중앙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최근에 오가네시안(Yuri Organessian)은 제2의 안정성의 섬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는데, 298Fl과 비슷한 안정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164번 원소 운헥쿼듐 동위원소 482Uhq(양성자 164, 중성자 318)이 이 섬의 중앙에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한편, 큰 핵이 변형되면 마법의 수가 변하며, 변형된 원자핵의 마법의 수는 108과 162이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르면 하슘-270(양성자 108, 중성자 162)이 변형된 이중 마법 원자핵이 되어 특별히 안정해야 하지만, 실제로 측정된 반감기는 3.6초에 불과하다.
‘안정성의 섬’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섬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는 동위원소를 발견하거나 합성하여 이의 안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핵융합 반응으로 합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예로, 298Fl을 합성하려면 표적과 충돌 이온의 쌍이 248Pu/50Ca쌍처럼 둘의 중성자 수의 합이 최소한 298이 되어야 하는데, 이처럼 많은 중성자를 갖는 동위원소들을 실험에 사용할 정도로 얻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들 표적과 충돌 이온이 장기간의 실험에 쓰일 만큼 반감기가 충분히 길어야 하는데,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2008년에 JINR 연구진은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초중원소 합성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무거운 악티늄족 원소의 원자핵들이 저에너지 충돌을 할 때 다중 핵자 이동이 일어난다면, 안정성의 섬에 있는 동위원소를 생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로 298Fl은 다음의 반응으로 합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인데,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물리 및 화학적 성질
플레로븀은 지금까지 약 80개의 원자만 검출되었고 반감기도 아주 짧기 때문에, 물리∙화학적 성질들이 실험적으로는 거의 조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7~2008년에 스위스의 폴쉐르연구소(Paul Scherrer Institute, PSI)와 러시아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 공동연구진은 핵융합 반응으로 합성한 287Fl와 288Fl 원자 3개를 써서 금 표면에서의 흡착 실험을 수행하였는데, 이를 통해 플레로븀이 최소한 수은(Hg), 아스타틴(At), 코페르니슘(Cn)만큼 휘발성이 크며, 비활성 기체와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후속 연구에서는 플레로븀이 코페르니슘과 반응성이 비슷하거나 더욱 큼을 보였다). 플레로븀의 녹는점과 끓는점은 각각 약 70℃와 150℃로, 그리고 증발열은 38 kJ/mol로 예측되었는데, 이러한 성질은 14족 원소로는 아주 예외적인 것이다. 참고로 주기율표에서 플레로븀 바로 위에 있는 납은 녹는점이 327℃이고 끓는점은 1749℃이며, 거의 휘발성이 없다. 플레로븀은 납과 마찬가지로 금속 성질을 보이고, 14족 원소 중에서는 반응성이 가장 작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표준 온도와 압력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플레로븀은 코페르니슘과 함께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단 두 가지 금속이 될 것이다. 흡광 성질은 일반 금속과 비활성 기체의 중간쯤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 상태의 밀도는 약 14 g/cm3, 원자반경은 약 180 pm로 예측되었다.
플레로븀의 바닥상태 전자배치 <출처 : (cc) Pumbaa at Wikimedia.org>
14족 원소 원자들의 바닥상태의 최외각 전자배치는 ns2np2인데, 플레로븀은 이와 부합되게 7s27p2 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성질은 다른 14 족 원소들과 비슷하나, 몇 가지 성질은 상당히 다를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초중원소들의 경우에는 핵의 큰 양 전하 때문에 전자가 월등히 빠르게 움직이고, 이에 의해 전자 운동과 스핀 사이의 상호작용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이런 강한 상호작용은 플레로븀의 7s와 7p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낮추고, 2개의 7p 전자 준위가 다른 4개보다 더욱 안정화되게 하는데, 이러한 것이 플레로븀이 다른 14족 원소와는 달리 휘발성이 크고, 녹는점이 낮으며, 화학 반응성이 작은 이유가 된다고 여겨진다. 플레로븀은 +2와 +4의 산화상태가 가능하나 7s2전자가 매우 안정화되어 전자를 잃기 어렵기 때문에 +2의 상태가 더욱 안정하며, 산화상태가 +4인 대부분의 화합물(예로 FlO2, FlH4)은 불안정하여 쉽게 분해되고, FlF4가 유일하게 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위원소와 방사성 붕괴 성질
지금까지 확인된 플레로븀의 동위원소는 질량수가 285~289인 5가지이며, 핵이성질체로는 287mFl과 289mFl이 보고되었으나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286Fl은 118번 원소 우눈옥튬 동위원소 294Uuo의 두 번의 α 붕괴 생성물로 처음 검출되었으며, 다른 동위원소들은 핵 융합 반응으로 합성되어 발견되었다. 가장 수명이 긴 동위원소는 289Fl로 반감기는 2.6초이며, 아직 미검증된 핵 이성질체 287mFl과 289mFl의 반감기가 각각 5.5초와 66초로 보고되었다. 모든 동위원소들은 α 붕괴를 하고 코페르니슘(Cn) 동위원소가 된다. 다만 286Fl은 40%만 α 붕괴를 하고 60%는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는데,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 종 중에서 가장 질량수가 크다.
플레로븀의 합성
알려진 5가지 플레로븀 동위원소들은 모두 핵 융합 반응으로 합성될 수 있으며, 285Fl을 제외한 4가지 동위원소들은 116번 원소 리버모륨(Lv) 동위원소의 α 붕괴 생성물로 관찰된다. 286Fl은 118번 원소 우눈옥튬 동위원소 294Uuo의 α 붕괴 사슬에서도 관찰된다.
핵 융합반응에 의한 합성
플레로븀은 244Pu 표적에 48Ca 이온을 충돌시켜 처음 합성되었는데, 287Fl, 288Fl, 289Fl가 검출되었다.
JINR/LLNL 공동연구진은 러시아 두브나의 JINR에서 수행된 이 반응에서, 1998년에 289Fl원자 1개를 검출하였고, 1999년에 반복한 실험에서는 288Fl 원자 2개를 검출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후에 1998년의 289Fl은 289mFl으로, 1999년의 288Fl은 289Fl로 재해석되었다. 그리고 2002년의 재실험에서는 289Fl 원자 3개, 288Fl 원자 12개, 그리고 287Fl 원자 1개를 검출·확인하였다. 2009년에 독일 중이온 가속기연구소(GSI) 연구팀은 이 반응에서 288Fl 원자 9개와 289Fl 원자 4개를 검출하고, 이들의 붕괴 데이터를 확인하였다.
위 반응의 244Pu 대신 242Pu를 표적으로 사용하는 핵 융합 반응에서도 플레로븀 동위원소들이 검출되었다.
플레로븀을 합성하는데 사용된 러시아 합동핵연구소의 중이온 사이클로트론(원형 가속기) U400의 일부를 보여주는 사진. <출처 : JINR>
JINR에서 1999년에 수행된 위 반응에서는 287Fl로 해석한 원자 2개를 검출하였으며(이는 후속 실험에서는 재현되지 않았고, 287Fl은 287mFl이었을 가능성이 있음), 2003년에 반복된 실험에서는 288Fl, 287Fl, 286Fl를 검출하였다. 스위스 폴쉐르연구소(PSI)와 플레로프 핵반응연구소(FLNR) 공동연구진은 2006년에 이 반응에서 287Fl를 검출하였고, 2009년에는 이의 딸 핵종 283Cn을 확인하였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L) 연구진은 2010년에 이 반응을 통해 새로운 동위원소 285Fl 원자 1개를 검출하고. 이의 α 붕괴 사슬에서 딸 원소의 새로운 동위원소 5가지를 관찰하였다.
위의 두 반응은 모두 악티늄족 원소를 표적으로 사용하는 소위 말하는 핫퓨전 반응들이다. 여러 연구소들이 다른 핫퓨전 반응들, 예로 232Th, 238U, 239Pu, 248Cm, 249Cf를 표적으로 사용하고 충돌이온은 각각 54Cr, 50Ti, 48Ca, 40Ar, 36S를 사용하는 핵융합 반응들을 시도할 계획으로 있는데, 만약 이들 반응이 성공한다면, 보다 질량수가 작은 플레로븀 동위원소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콜드퓨전 반응도 시도되었는데, 2003년에 프랑스의 거대 중이온 가속기연구소(Grand accelerateur national d’ions lourds, GANIL)에서 납-208(208Pb)를 표적으로 하고 저마늄-76(76Ge)를 충돌이온으로 하는 콜드퓨전 반응을 시도하였으나 플레로븀 검출에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도 이 반응을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는 콜드퓨전 반응으로 원자번호 114 이상인 원소 합성에 성공한 예가 없다.
리버모륨(Lv)과 우눈옥튬(Uuo)의 α 붕괴 생성물로 관찰
질량수가 286~289인 플레로븀 동위원소들은 질량수가 290~293인 116번 원소 리버모륨(LV) 동위원소들의 α 붕괴 생성물로 관찰된다. 현재 알려진 리버모륨 동위원소들은 이들이 모두이며, 285Fl은 이의 전구 원자핵인 289Lv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α 붕괴 생성물로 관찰되지 않았다. 또 원자번호 118번인 우눈옥튬은 294Uuo가 유일하게 알려져 있는데, 이는 248Cf 표적에 48Ca 이온을 충돌시켜 합성되며, 290Lv를 거쳐 286Fl로 붕괴된다. 286Fl는 이 경로로 2002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 글
- 박준우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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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 1수치로 보는 플레로븀
- 플레로븀은 원자번호 114번의 원소로, 원자의 바닥상태 전자배치는 1s22s22p63s23p64s23d104p65s24d105p66s24f145d106p65f146d107s27p2 ([Rn]5f146d107s27p2)이다. 1998년 12월에 처음 합성되었고, 2011년 6월에 새로운 원소로 공식 인정되었으며, 2012년 5월 30일에 정식 이름이 채택되었다. 질량수가 285~289인 5가지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는데, 모두 핵 융합 반응으로 합성될 수 있고, 285Fl을 제외한 동위원소들은 원자번호 116번 리버모륨(Lv)의 α 붕괴로도 검출된다. 알려진 가장 안정한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2.6초인 289Fl이다. 아직 미검증된 핵 이성질체 287mFl과 289mFl의 반감기가 각각 5.5초와 66초로 관찰되었다. 녹는점과 끓는점은 각각 약 70℃와 150℃로 예측되었는데, 실온 1기압에서 기체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고체 밀도는 14 g/cm3, 원자 반경은 약 180 pm로 예측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823.9, 1602, 3367 kJ/mol로 예측되었다. +2와 +4의 산화 상태가 가능하며, +2의 상태가 보다 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Ununquadium
Ununquadium is a placeholder assigned until the element has been given a final name. Its discovery has been reliably claimed, but remains to be independently verified before a name is officially assigned. Scroll down to see examples of Ununquadi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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