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거의 무한한 종류의 물질들이 있으나, 이들은 모두 제한된 수의 근본적인 물질, 즉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물질이 원소이며, 이들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오랫동안 자연과학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가 되어왔다. 이 의문에 대한 답으로 기원전 5세기경에 물, 불, 공기, 흙을 원소로 보는 4 원소설이 제시되었고 이것이 170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었는데, 제대로 된 답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 250여 년 전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8가지(이중에서 4가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음)이나, 이 중에서 지구의 생성시부터 존재한 원소는 84가지이며, 나머지는 지구에서 자연적 핵 변환으로 생성되어 존재하거나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들이다. 원소의 기원에 대해 현재 가장 널리 받아 들여지고 있는 이론은 원소들이 대폭발(빅뱅, Big Bang)로 시작한 우주의 탄생, 별의 진화와 소멸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며, 이 이론은 우주에서 측정된 원소들의 분포를 잘 설명해 준다. 원소들 중 몇 가지는 선사시대부터 사용되었으나, 대부분의 원소는 18세기 이후에 발견되었으며, 20세기 이후에는 여러 인공 원소들이 합성되었다. 원소들의 기원, 원소에 대한 개념의 변화, 그리고 원소 발견의 역사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원소의 기원
천연 원소들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뜨거운 대폭발(빅뱅)(hot big bang) 이론으로, 1948년에 가모(가모브, George G. Gamow, 1904~1968)와 알퍼(Ralph A. Alper, 1921~2007)가 제안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물질은 한때 지극히 높은 온도(~1032 K)에서 극히 큰 밀도(~1096g/cm3)로 아주 작은 공간에 들어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138억년 전에 폭발하여 에너지와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면서 우주의 팽창과 진화가 시작되었다. 원소 합성은 대폭발(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항성 핵합성(stellar nucleosynthesis), 초신성 폭발 핵합성(supernova explosive nucleosynthesis)의 3 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지고 있다.
원소 합성은 대폭발(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항성 핵합성(stellar nucleosynthesis), 초신성 폭발 핵합성(supernova explosive nucleosynthesis)의 3 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지고 있다.
대폭발(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대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아주 뜨거운 상태에서는 물질이 있을 수 없었고 다만 열과 에너지만 있었다. 대폭발 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갔으며, 4가지 기본 힘, 즉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분화되었다. 폭발 후 6x10-6초에는 온도가 대략 1.4x1014 K로 내려가고, 소립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쿼크(quark)에서 양성자(p, 수소의 원자핵 1H)와 중성자(n)가 생성되고, 뒤이어 전자가 안정화되었다. 1초 후에는 우주가 이들 입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후 강한 핵력으로 양성자가 융합하여 중수소(2H) 원자핵이 만들어졌고, 2H와 1H의 결합으로 3He이 생성되고, 이들은 다시 융합되어 헬륨(4He)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1H + 1H → 2H + e+
2H + 1H → 3He
3He + 3He → 4He + 2 1H
그리고 극 미량의 베릴륨(7Be, 3He + 4He)과 리튬(7Li, 7Be + n – 1H)과 같은 핵들도 생성되었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식으면서 폭발 약 3분 후에는 핵 합성이 멈추었는데, 이러한 대폭발에서 우주 질량의 약 25%는 헬륨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로 남아있게 되었으며, 중수소와 리튬으로 전환된 양은 각각 약 10-3%와 10-6%인 것으로 계산된다. 이러한 계산 결과는 우주에 있는 수소와 헬륨의 실제 양이 각각 전체 질량의 75%와 25%를 차지하는 사실과 매우 잘 일치한다.
대폭발 후 약 10만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는 약 4,000 K까지 내려가는데, 온도가 이처럼 낮아지면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여 원자가 만들어진다.
항성 핵합성(stellar nucleosynthesis)
대폭발 이후 약 10억년이 지난 후, 급격하게 팽창하던 우주는 어떤 이유로 여기 저기에서 수소와 헬륨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별이 탄생하고, 별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별들의 거대한 집단이 은하계이다. 별에서는 높은 온도로 인해 수소가 핵 융합하여 헬륨이 만들어지고, 헬륨에서 다시 무거운 원자핵들이 만들어졌다. 태양이 많은 에너지를 내면서 빛나는 것도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3개의 4He 원자핵이 융합하여 탄소 원자핵(12C)이 생성되고, 탄소 원자핵이 다시 헬륨과 융합하여 산소 원자핵(16O)이 만들어졌다.
4He + 4He → 8Be; 8Be + 4He → 12C
12C + 4He → 16O
또한 탄소 원자핵은 네온(Ne), 소듐(Na), 마그네슘 (Mg) 원자핵으로 융합되고, 산소 원자핵은 마그네슘(Mg), 규소(Si), 황(S)까지 이르는 여러 원자핵으로 융합되었다(이들 반응에서 1H나 4He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원자핵들은 다시 서로 융합하여 보다 무거운 다른 원자핵들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것은 원자핵이 무거워질수록 더 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이 되기 때문인데, 이것은 26번 원소인 철(Fe)의 원자핵까지만 그렇다. 철 원자핵보다 무거워지면 오히려 에너지가 더 높아져서 철 이후의 원자핵은 이 과정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신성 폭발 핵합성(supernova explosive nucleosynthesis)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들은 두 가지 경로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적색 거성(red giant star)에서 철 원자핵이 중성자를 포획하고 β- 붕괴를 하면서 느린 속도로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경로인데, 이에 의해 83번 원소 비스무트(Bi)까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경로는 초신성 폭발에서 합성되는 경우이다. 초신성 폭발에서는 양성자가 붕괴하여 중성자가 만들어지는데, 이 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인해 무거운 원자핵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 때의 핵 융합은 주로 산소(원자번호 8)와 규소(Si, 원자번호 14)의 연소(원자핵이 다른 원자핵과 융합되어 좀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것) 과정에서 일어나는데, 원자번호 28번인 니켈(Ni)까지의 여러 원소들이 만들어져 초신성에서 방출된다. 니켈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빠른 중성자 포획(r-과정) 후의 β 붕괴, 또는 빠른 양성자 포획(rp-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져 방출되는 무거운 원소들은 새로운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원자번호 82번인 납 이후의 원소들은 안정한 동위원소가 없고 방사성 붕괴를 하므로, 초신성 폭발로 생성되는 원소들의 원자번호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고 흔히 92번 원소인 우라늄(U)까지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플루토늄(Pu, 원자번호 94) 동위원소 244Pu도 초신성 폭발에서 r-과정으로 생성된 원시 원소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주선 파쇄(cosmic ray spallation)
핵이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에 의해 파쇄되어 여러 가벼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데, 헬륨-3(3He)과 리튬(Li), 베릴륨(Be), 붕소(B)가 주로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원소는 성간(interstellar)에 존재하는 탄소(C), 질소(N), 산소(O) 원자핵에 우주선(대부분이 고속 양성자)이 충돌하여 이들 원자핵이 깨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7Li과 7B의 일부는 빅뱅과정에서도 만들어졌다), 이것이 태양 대기보다는 우주에 이들 가벼운 원소들이 월등히 많이 존재하는 이유로 여겨진다. 수소(1H)와 헬륨(4He)은 우주선 파쇄의 생성물은 아니며, 우주에서 이 두 가지 원소의 분포는 태초의 분포와 거의 같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분포 추정치. 이 분포는 대체로 빅뱅과 이후의 핵 합성에서 생성된 원소들의 분포를 반영하는데, 수소와 헬륨이 가장 많으며, 그 다음 3가지 원소 Li, Be, B는 비교적 적다. 규소(Si)의 분포량을 106으로 하여 상대적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Y축의 1 단위는 10배 차이를 나타낸다. <출처 : (cc) 28bytes at en.wikipedia>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원자핵 변환
지구 생성시에 존재했던 방사성 원소(동위원소 포함)들 중에서 반감기가 지구의 나이(약 45억년)보다 월등히 짧은 원소들은 방사성 붕괴에 의해 이미 다른 원소로 변환되어 지금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로 지구의 생성시 존재했던 반감기 8000만년의 원소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분율은 약 1.4x10-17(1/256)인데 이를 검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지구 상에서는 우주선의 작용이나 방사성 붕괴에 의한 자연적인 핵 변환으로 여러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우주선의 작용에 의한 자연적인 핵 변환의 예로는, 성층권에서 우주선에 의해 질소-14(14N)가 탄소-14(14C)로 변환되거나, 제논(Xe)이 아이오딘-129(129I)로 변환되는 것 등이 있다. 방사성 원시 원소들의 방사성 붕괴에 의해 만들어진 원소들의 예는 상당히 많은데, 예로, 아르곤-40(40Ar)은 포타슘-40(40K)의 전자포획과 양전자 방출(β+ 붕괴)로 생성되며, 지각에 갇혀있는 헬륨 (4He)은 주로 α 붕괴에서 방출되는 α 입자(4He 원자핵)가 전자를 포획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또 토륨-232(232Th), 우라늄-235(235U), 우라늄-238(238U)의 자발적 방사성 붕괴에 따른 중간생성물로 원자번호 84~89번과 91번 원소들이 생성된다. 235U와 238U는 자발적 핵분열을 일으켜 여러 작은 원소들을 생성할 수 있는데, 천연 테크네튬(Tc, 원자번호 43)과 프로메튬(Pm, 원자번호 61)은 이러한 경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자발적 핵분열에서는 중성자가 방출되며, 이들 중성자는 여러 원소들을 다른 원소로 전환시키는데, 예로 네온-21(21Ne)과 네온-22(22Ne)는 각각 마그네슘 동위원소 24Mg과 25Mg가 중성자를 포획한 후 α 입자를 방출하여 만들어지며, 자연에서 극미량 발견되는 원자번호 93~98번 원소들은 우라늄 원자핵이 일련의 중성자 포획과 후속적인 β- 붕괴를 일으켜 생성된 것들이다.
지구상에서 자연적인 핵 변환 과정으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몇 가지(40Ar, 21Ne, 22Ne 등)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사성 원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지각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붕괴되며, 정상 상태(stationary state)에서 극미량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99번 이후의 원소나 유용성이 크지만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인공적으로 핵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인공적 원소 합성
오늘날 알려진 동위원소는 3100가지 이상이다. 이 중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천연 동위원소는 339가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동위원소들은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들이다. 이들 합성 원소들은 방사성 붕괴를 하므로 합성 방사성 동위원소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은 사용 후 핵 연료에서 분리해서 얻거나, 또는 원자로에서 모(母) 동위원소에 중성자를 쪼이거나, 입자 가속기에서 가속된 고에너지의 입자(α 입자, 이온 등)를 모 동위원소에 쪼여 만든다. 여러 합성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의료 진단과 치료, 산업용 방사선원으로 사용된다.
최초의 인공 원소는 원자번호 43번 테크네튬(Tc)인데, 이는 1937년에 몰리브데넘(Mo) 표적에 가속된 중양성자(중수소 원자핵)를 쪼이는 방법으로 처음 합성되어 발견되었다. 테크네튬은 원자력 발전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생성물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사용 후 핵 연료의 약 6%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합성되어 발견된 원소는 원자번호 85번 아스타틴(At)인데, 1940년에 83번 원소 비스무트(Bi)에 α 입자를 쪼여 처음 만들어졌다. 초우라늄 원소(우라늄 이후의 원소)들은 모두 인공적 핵 합성을 통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들 중에서100번 원소 멘델레븀까지는 원자로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에 가속된 중성자를 쪼여 만든 반면, 101번 이후의 원소들은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여 적절한 원소의 표적에 이온을 충돌시키는 핵 융합 반응을 통해 만든다. 후자의 핵 합성에서는 표적 원소와 충돌 이온의 원자번호(양성자 수)의 합에 해당하는 원자번호를 갖는 원소가 만들어진다.
원소의 역사
여기서는 원소 정의의 변천과 원소 발견에 대한 역사를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각 개별 원소의 발견과 역사는 해당 원소에 대한 화학산책에서 이미 소개하였다.
원소 정의의 변천
기원전 600년경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가 ‘세상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묻고는 ‘물이다’라고 답한 것으로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 즉 원소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어떤 사람은 ‘공기’, 어떤 사람은 ‘불’을 만물의 근본 요소(원소)라 여겼는데, 기원전 약 450년경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공기, 물, 흙, 불이 만물의 기본 요소’라는 소위 말하는 4원소설을 제안하였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만물의 변화에 대한 설명도 시도하였는데, 기원전 460년경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세상 만물은 더 이상 변하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원자(atom)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당시에는 원소와 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가 오늘날처럼 구분되지 않았으며, 그 개념이나 종류가 지금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엠페도클레스와 같은 시대 사람인 아낙사고라스(Anaxagoras)는 씨앗(seed)이라 불리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원시 원소가 있으며, 이들은 영원 불변이고, 물질에는 여러 종류의 씨앗들이 섞여 있는데 가장 많이 포함된 씨앗의 형태가 그 물질의 성질을 결정짓는다고 하였다.
자연 법칙에서 수학을 중시한 플라톤(Plato)은 4원소설을 믿었으며, 공기는 8면체, 물은 20면체, 흙은 6면체, 불은 사면체 형태를 갖는다고 여겼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중에서 후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이다. 자연과학에서 경험을 중시한 그는 원소의 일차적인 성질은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공기는 따뜻(온, 溫)하고 건조한 성질을, 물은 차(냉, 冷)고 습한 성질을, 흙은 차갑고 건조한 성질을, 그리고 불은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을 가지므로 이들 네 가지 원소가 지상의 근본 원소로 타당하다고 설파하였다. 또한, 그는 천상(天上)은 제 5의 원소 에테르(aether)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여러 가르침과 주장은 중세 말까지 진리로 여겨졌으며, 이 때문에 4원소설은 이후 2000년이 넘도록 물질에 대한 화학적 사고의 바탕이 되었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연역한 원소의 성질
4원소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금은 원소가 아니다. 따라서 중세 화학자들은 다른 물질에서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鍊金術, alchemy)에 몰두하였는데, 이는 아랍에서 특히 유행하였다. 4원소설과 연금술에 반기를 든 첫 번째 사람이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인데, 그는 4원소설 대신에 황, 수은, 염을 기본 원소라고 하는 3원소설(원리설)을 주장하였다.
1661년에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은 세상 만물이 단지 3~4개의 원소로 구성되었다는 당시의 믿음을 반박하며 원소의 종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모든 순수한 물질을, 보다 간단한 물질로 분해될 수 있는 화합물과 더 이상 간단한 물질로 분해되지 않는 원소로 구분하였다. 1766년에 캐번디시(Henry Cavendish, 1731~1810)는 강산에 금속을 넣어 수소를 얻고, 수소가 공기의 일부(산소)와 반응하여 물이 되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물이 원소가 아닌 화합물임을 보였다. 그리고 1771~4년에는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 등 여러 화학자들이 산소를 발견하고 공기는 산소와 질소의 혼합물임을 밝힘으로써 공기도 원소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4원소설이 틀렸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전에 발견된 여러 물질들이 원소로 인식되었다.
1789년에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는 ‘화학의 원소(Elements of Chemistry)’ 에서 33가지 원소들을 열거하였는데, 이중에는 빛과 열소(calorie)도 들어있었다. 1818년에 베르셀리우스는 당시까지 알려진 47가지 원소 중 45가지 원소들의 상대 질량(원자량)을 구하였다. 이후, 1869년에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 1834~1907)는 66가지 원소들의 주기율표를 만들었는데, 몇 가지 원소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알려진 원자량을 과감하게 수정하였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여러 원소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원자량과 성질들을 예언하였다. 뒤에 이러한 수정과 예측들이 모두 옳은 것으로 밝혀져 화학은 비로소 예측 가능한 학문이 되었다.
1913년에 모즐리(Henry Moseley, 1877~1915)는 원자핵의 전하를 측정하고, 이것이 원자 번호의 바탕이 됨을 발견하였다. 당시까지는 원자번호를 원자의 상대 질량이 증가하는 순서로 나열하여 정하였는데, 이후에는 원자핵의 양성자 수로 하였다. 1932년에는 채드윅(James Chadwick, 1891~1974)에 의해 중성자가 발견됨으로써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으며, 원자핵의 양성자 수는 원자의 전자 수와 같음이 판명되었다. 또 원자핵의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를 합한 질량수가 정의되었으며, 동위원소의 설명이 가능해졌다.
원소들의 지각에서의 상대적 분포. 암석을 형성하는 원소(녹색 영역)들이 많은 양으로 존재하고, 금과 백금족 원소(노랑색 영역)는 존재량이 아주 적다. 희토류 원소(청색)들은 존재량은 비교적 많으나 조금씩 널리 퍼져있어 분리가 어렵다. 주된 산업용 금속들은 붉은색으로 나타내었다. 규소(Si)의 분포량을 106으로 하여 다른 원소들의 상대적 분포를 나타내었으며, 극 미량으로 존재하는 원소들은 나타내지 않았다. <출처 : (cc) Michbich at wikimedia.org>
원소의 발견과 인지
고대 유물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원소로 알려진 것들 중 최소한 11가지 물질들이 기원전의 고대 문명에서 사용되었다고 여겨지는데, 이들은 탄소(C), 황(S), 구리(Cu), 납(Pb), 금(Au), 은(Ag), 철(Fe), 주석(Sn), 수은(Hg), 안티모니(Sb), 아연(Zn)이다. 진시황(BC 259~210)의 능(陵)인 병마용갱에서 발굴된 여러 무기들이 크로뮴(Cr)으로 도금된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는 기원 전에 이미 크로뮴을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기술이 후대에 이어지지 않고 사장되어 크로뮴은 1797년에 새로운 원소로 재발견되었다. 기원 후 1500년 이전에 비소(As)와 비스무트(Bi, 1753년에 확실하게 확인)가 원소로 인식되었으며, 이후 1650-1750년 사이에 인(P), 코발트(Co), 백금(Pt)이 분리되었다. 1750년에서 1800년까지에는 앞서 언급한 크로뮴과 비스무트 외에도, 수소(H), 산소(O), 질소(N), 염소(Cl)의 기체 원소 4가지와 니켈(Ni), 마그네슘(Mg), 망가니즈(Mn), 몰리브데넘(Mo), 텔루륨(Te), 텅스텐(W), 지르코늄(Zr), 우라늄(U), 타이타늄(Ti), 베릴륨(Be)의 금속 원소 10가지를 합한 모두14가지 원소가 분리되어 발견되었다.
19세기에는 나머지 대부분의 천연 원소들이 발견되었는데, 이 기간에는 원소를 분리하고 확인하는 여러 방법들이 새롭게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1803년에 남미에서 가져온 백금 광석에서 테난트(Smithson Tennant)는 오스뮴(Os)와 이리듐(Ir)을, 그리고 울러스턴(William H. Wollaston)은 로듐(Rh)과 팔라듐(Pd)을 분리·발견하였다. 1807~1808년에 영국의 데이비(Humphry Davy)는 전기분해 방법을 사용하여 반응성이 큰 포타슘(K), 소듐(Na), 칼슘(Ca), 바륨(Ba), 스트론튬(Sr)을 분리하여 발견하였다. 이들 외에 리튬(Li)과 플루오린(F)도 전기분해 방법을 써서 각각 1821년과 1886년에 원소 상태로 처음 분리되었다. 스웨덴에서 발견된 무거운 광석으로부터 1803년에 분리한 세리아(ceria, 당초에는 순수한 세륨(Ce) 산화물로 여겼음)와 역시 스웨덴에서 발견된 가돌리나이트(gadolinite)로부터 1797년에 분리한 이트리아(yttria, 당초에는 순수한 이트륨(Y) 산화물로 여겼음)에서 프로메튬(Pm)을 제외한 모든 란타넘족 원소들과 이트륨(Y), 스칸듐(Sc)이 1839년~1907년의 기간에 걸쳐 분리·발견되었다. 이들 원소들을 희토류 원소라 하는데, 이들은 자연에서 실제로 그렇게 희귀하지는 않으나, 순수한 상태로 분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1859년에 분광기(스펙트럼을 얻는 장치)를 처음 발명한 독일의 키르히호프(Gustatav R. Kirchhoff)와 분젠(Robert Bunzen)은 분광기를 사용하여 1860~1861년에 세슘(Cs)과 루비듐(Rb)을 발견하였으며, 이후 인듐(In), 탈륨(Tl), 헬륨(He), 갈륨(Ga) 등이 분광기를 사용하여 얻은 스펙트럼을 통해 그 존재가 발견되고 나중에 분리·확인되었다. 램지(William Ramsay)는 1894~1898년에 액화 공기의 분별 증류에서 헬륨(He)을 제외한 비활성 기체 원소 네온(Ne), 아르곤(Ar), 크립톤(Kr), 제논(Xe)을 분리하여 발견하였으며, 1895년에는 태양 스펙트럼 분석에서 1869년에 그 존재 만이 확인되었던 헬륨을 우라늄 광석에 갇힌 기체에서 분리·확인하였다. 여러 천연 광석이나 물질에서도 다양한 원소들이 발견되었는데, 바나듐(V), 나이오븀(Nb), 탄탈럼(Ta), 붕소(B) 루테늄(Ru), 아이오딘(I), 토륨(Th), 리튬(Li), 셀레늄(Se), 카드뮴(Cd), 규소(Si), 알루미늄(Al), 브로민(Br)이 1801~1825년 사이에 발견되었으며, 저마늄(Ge)은 1886년에 발견되었다. 한편, 1896년에 베크렐(Henri Becquerel)에 의해 발견된 방사능(radioactivity)은 새로운 방사성 원소의 검출에 중요한 몫을 하였는데, 우라늄이나 토륨 광석에서 방사선 추적과 분별을 통해 폴로륨(Po), 라듐(Ra), 악티늄(Ac), 라돈(Rn)이 1898~1899년에 발견되었다.
1700년부터 2000년까지의 기간 동안 당시까지 알려진 원소의 수. 1940년 이후에 더해진 원소들은 인공적으로 합성되어 발견된 인공원소들이다. <출처 : (cc) Soerfm at Wikimedia.org>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란타넘족 원소 중 19세기에 발견되지 않았던 유로퓸(Eu)과 루테튬(Lu)이 각각 1905년과 1907년에 분리·발견되었다. 또한 하프늄(Hf)과 레늄(Re)이 각각 1923년과 1925년에 발견되었으며, 방사성 원소 프로악티늄(Pa)과 프랑슘(Fr)이 각각 1913년과 1939년에 발견되었다. 레늄은 자연계에 안정하게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원소이고, 프랑슘은 자연계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원소이다.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여러 원소들이 인공적으로 합성되어 발견되었다. 1937년과 1940년에 테크네튬(Tc)과 아스타틴(At)이 각각 합성·발견되었음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1940~1950년 사이에는 원자번호 61번, 93~98번 원소들이 인공적 핵 변환으로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천연 우라늄 광석에도 미량 존재함이 뒤에 밝혀졌다. 1952년에는 수소폭탄 실험 잔해에서 원자번호 99번 아인슈타이늄(Es)과 100번 페르뮴(Fm)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후에 우라늄 표적에 중성자를 쪼여 합성되었다. 1955~1974년에는 앞서 인공적으로 만든 96~99번 원소들의 표적에 가벼운 원자의 이온을 충돌시키는 핵 융합 반응을 통해 101~106번 원소들이 미국과 러시아에서 합성되어 발견되었다. 이후 107번에서 112번까지의 원소들은 독일에서 납 또는 비스무트 표적에 중이온을 충돌시키는 핵 융합반응으로 합성되었으며, 113~118번 원소들은 주로 미국과 러시아 협동 연구진이 94번 이후의 원소 표적에 적절한 중이온을 충돌시키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합성하였다. 핵 융합 반응에서는 표적 원소와 충돌이온의 원자번호(양성자 수)의 합에 해당하는 원자번호를 갖는 원소가 만들어진다. 119번 이후의 원소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합성하려는 많은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네이버캐스트 ‘원자번호 119번 이후의 원소’ 참조)
- 글
- 박준우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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