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조명탄

나 그 네 2014. 7. 8. 20:06

 

조명탄 밤을 환하게 밝힌다

2014년 4월 16일 밤 침몰한 세월호 위를 조명탄이 밝히고 있다.<출처 : 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의 원인과 수습 과정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대비책을 세워서 불행한 사건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싶다. 미래에도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겠지만 기본 원칙만 지켜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참사 현장에서 밤 바다를 환희 밝히려고 조명탄을 사용했다. 조명탄은 무엇이고, 밝은 빛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물질과 빛의 상관관계

빛은 종류도 많고, 빛 방출을 일으키는 원인도 다르다. 절대온도 0K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물질이면 품고 있는 열 에너지 때문에 그 물질 고유의 빛(파)을 방출한다. 이런 종류의 빛 방출은 물질의 종류에 상관없이 온도에 의존하며, 이것을 흑체 복사(black body radiation)라 한다. 밤 하늘의 별이 방출하는 빛의 파장(색)을 측정하면 별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별의 온도와 별이 방출하는 최대 파장은 서로 반비례 관계가 있으며, 그것을 비엔 법칙(Wien’s law)이라 한다.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별들. 별의 색은 별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물질을 태우거나 가열하여 온도를 올리면 물질이 방출하는 색은 주로 빨강색이다. 더 가열이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이 방출하는 빛에는 점점 더 짧은 파장의 빛이 섞인다. 그래서 물질의 색이 주황에서 노랑으로 보이게 된다. 계속해서 더 가열이 되면 온도가 올라가며, 그 때 방출하는 빛에는 파랑 색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도 방출되어 그 물질은 백색으로 보인다. 모든 색이 합쳐진 빛들은 백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라멘트의 백색 빛을 분석해 보면 약 90% 는 빨강색(가시광선)을 비롯한 적외선 영역의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필라멘트의 온도를 더 올려서 파랑 색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그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필라멘트가 녹고, 끓어서 증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푸른 별의 표면온도는 1만도가 훨씬 넘는다.

한편 인체(물질)도 빛을 낸다. 그 빛은 원적외선 영역이며, 눈으로 볼 수는 빛의 파장의 범위 밖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외선을 볼 수 있는 뱀은 어두운 밤에도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벌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인간과 동물이 보는 자연풍경은 많이 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흑체 복사와는 달리 물질의 구성 성분에 의존하여 가시광선의 빛을 방출하는 경우도 있다. 물질은 에너지(열, 빛, 전기)를 흡수하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혹은 분자에 포함된 전자들이 들뜬 상태가 된다. 들뜬 상태의 수명은 매우 짧아서 즉시 안정한 상태로 되돌아 간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빛으로 나타난 것을 발광(luminescence)이라 부른다. 이 때 방출되는 빛의 특성(파장 및 세기)은 물질 고유의 에너지 준위와 물질의 상에 의존한다. 흑체복사와 달리 온도와 색이 관계 있는 것은 아니다.

발광현상. 루미놀은 헤모글로빈과 만나면 빛을 낸다. 범죄 수사에서 흔히 혈흔을 감식하는데 쓰이는 현상이다. 뜨겁지 않아도 푸른 빛을 낸다. <출처 : (cc) everyone's idle from berlin, Germany>

조명탄과 화학반응의 종류

거의 모든 화학반응은 에너지의 출입을 동반한다. 그 에너지의 크기와 존재는 열과 빛의 강약으로 느끼기도 하고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섬광조명(플래시)을 화학반응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만들었다. 사진사는 마그네슘 리본(혹은 분말)을 담은 기구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점화를 한다. 그러면 마그네슘이 산소와 반응을 하여 산화마그네슘이 형성된다. 이때 순간적으로 매우 강하고 밝은 빛이 발생된다. 아주 순간의 차이로 셔터를 누르면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빛이 발생되지만 동시에 열과 펑 하는 굉음, 그에 따른 분진도 발생된다. 그런 섬광조명을 이용해서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눈은 거의 전부 이상해 보인다. 강한 빛에 눈을 감기도 하고, 굉음에 놀라 정상적인 눈이라도 마치 사팔뜨기처럼 찍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밤에 넓은 지역을 밝히는 조명탄 역시 화학반응의 결과로 생성된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주로 항공기 혹은 포를 사용하기에 군사목적으로 이용될 때가 많다. 위치를 알리려는 신호용 조명탄과 밝은 빛을 위한 조명탄은 다른 성분의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반응을 시켜야 된다. 조명탄에 이용되는 화학반응은 가급적 긴 시간 동안 빛을 방출할 수 있어야 된다. 급격한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폭탄의 폭발 화학반응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급격한 압력과 부피 변화를 동반하는 폭발 반응은 상당한 열과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까지 수반된다. 그에 비해서 조명탄의 비교적 긴 시간 동안에 안정적인 화학반응 혹은 필요에 따라서는 소음을 동반하지 않는 화학반응이 적합할 것이다. 일단 점화된 후에 발광체가 천천히 낙하할 수 있도록 소규모 낙하산이 달려 있는 조명탄도 있다. 공중에 좀 더 머물기 위한 낙하산이다. 연료를 태워가며 계속 밤을 밝히는 횃불과 조명탄은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다른 규모와 위치의 차이 때문에 사용하는 재료와 방법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군사훈련에서 사용되는 조명탄

조명탄의 성분

조명탄의 빛은 연료와 산화제가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불의 색이며, 빨강 색이 많다. 신호용 조명탄은 연료와 산화제 이외에도 특정한 색의 빛 방출을 위한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그러나 연료와 산화제를 적절하게 선택하면 별도의 첨가물질이 없어도 원하는 색의 빛을 얻을 수 있다. 빛의 색은 보통 금속화합물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 빨강 빛은 스트론튬 혹은 리튬 화합물이, 노랑 빛은 나트륨(소듐) 화합물이, 오렌지 빛은 칼슘 화합물이, 초록 빛은 바륨화합물, 푸른 빛은 구리 화합물, 보라색은 스트론튬 혹은 구리 혼합물이 사용이 된다. 금속 질산염과 금속 염화물이 주로 이용된다. 금속질산염은 그 자체가 산화제이기도 하다. 조명탄에는 연료와 산화제 외에도 주로 폴리머(송진 혹은 합성수지 등)가 포함된다. 폴리머는 연료와 산화제를 결속해서 사용 전에 조명탄의 안정을 유지한다. 또한 폴리머 자체가 연료이기도 하다. 조명탄의 주 연료로는 금속 분말(마그네슘 분말, 알루미늄 분말, 혹은 그것을 섞은 혼합물 및 화합물)을 사용한다. 화학반응 속도를 조절하려면 연료의 양, 연료의 물리적 형태와 비율의 조절이 필요하다. 금속연료는 작은 알갱이(granule), 얇은 조각(flaked), 부스러기(chipped)들의 분말로, 섞는 비율과 성분, 양은 제조사의 기밀 사항이다. 조명탄에 이용되는 금속 분말은 옛날 사진관의 섬광조명(플래시)에 이용되는 분말과는 종류, 형태, 양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 조명탄은 사진관의 섬광조명보다 더 많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므로 다루기도 어렵고 매우 위험하다.

20세기 초 카메라와 플래시로 사진 찍는 모습을 재현한 사진<출처 : (cc) Race Gentry>

화약의 연료로 탄소, 황, 인이 있다. 금속 분말이 화약의 연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목적에 맞추어 연료, 산화제, 첨가제의 종류와 비율이 달라지는 것이다. 조명탄의 금속 분말은 산소와 반응하여 금속산화물(산화마그네슘, 산화알루미늄)로, 폴리머도 탄소산화물(예: 이산화탄소) 및 질소 혹은 황 산화물로 변환될 것이다. 이 때 발생되는 흰 불빛은 매우 강해서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연료의 양과 종류를 조절하면 발생되는 빛의 세기와 색을 조절할 수 있다.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도 있다. 황은 산소와 반응하면 이산화 황이 되면서 청록색 빛을 방출한다. 황은 점화속도를 조절하고, 점화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성냥의 머리에도 황이 포함되어 있다. 단단한 표면에 힘을 주어 문지르기만 해도 불이 붙는 딱 성냥도 황과 인이 결합된 화학물질로 점화되면 연료(나무 혹은 종이)가 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명탄 용 화약은 연료의 비중이 가장 크다. 대략적으로 연료가 약 60%, 산화제가 약 30%, 결합제 폴리머가 약 10% 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폭발용 화학은 약 70% 이상이 산화제이다. 그 이유는 조명을 위한 화학반응은 폭발을 위한 화학반응보다 천천히 진행시켜야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서서히 반응이 진행되므로 공기 중의 산소까지도 이용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산화제의 비율은 줄었지만 산화에 필요한 산소를 공기에서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다. 연료가 충분하다면 불꽃이 유지될 것이고, 연료가 다 소모되기 전까지는 조명의 밝기와 세기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폭발용 화약은 질산칼륨(칠레초석)과 같은 산화제의 비중이 크다. 높은 온도에서 화학반응이 순식간에 진행될 때 필요한 산소를 즉시 공급하려면 산화제가 필요한 것이다. 주로 과염소산염과 질산염이 산화제로 이용된다. 두 염 모두 산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연료 곁에서 신속한 산소 공급이 가능한 물질이다. 그런데 과염소산염의 잔해로부터 발생되는 과염소산이온은 환경과 인체에 영향을 준다. 체내에 흡수 혹은 흡입된 과염소산이온은 아이오딘의 흡수를 방해하여 갑상선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다. 따라서 화약, 로켓 추진, 불꽃놀이에 필요한 화약에 포함되는 산화제를 가급적 과염소산이온이 포함되지 않은 산화제를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조명탄은 야간의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도 자주 활용된다. <출처 : 연합뉴스>

조명탄 화약, 폭탄 화약, 불꽃놀이 화약 모두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재료가 들어 있다. 재료의 특성에 맞게 화학반응의 완급을 조절하고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 조성의 변화를 줄 뿐이다. 조명탄의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조명탄을 목숨 구하는 일에 사용한다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여인형 이미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일반인을 위한 저서로 [퀴리부인은 무슨비누를 썼을까?](2007),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2013)가 있다.
발행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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