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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이론 치중… 우린 응용과학자도 우대" -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이사장

나 그 네 2019. 10. 29. 16:49

이종환 이사장, 97세로 현역 복귀… '세계관정과학상' 창설 계획 밝혀
"아시아와 제3세계 출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

지난 22일 서울 명륜동 집무실에서 만난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은 가칭 '세계관정과학상' 창설의 구체적인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앞서 그는 이달 초 3년 만에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는데, 이번 상 제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1959년 플라스틱 제조로 시작해 지금은 대부분 전자제품의 핵심소재인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 등을 만드는 삼영화학을 경영해 온 그는 전 재산의 97%가 넘는 1조원 이상을 재단에 쾌척했다. 그 덕분에 관정재단은 19년간 1만명이 넘는 장학생에게 240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급해 온 아시아 최대 규모 장학재단이 됐다. 또 5년 전 서울대 도서관 건립에 600억원을 기부해, 서울대 사상 최대 기부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사장이 세계적인 과학상인 가칭 ‘세계관정과학상’을 창설해 이르면 3년 뒤부터 시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명륜동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 이사장.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사장이 세계적인 과학상인 가칭 ‘세계관정과학상’을 창설해 이르면 3년 뒤부터 시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명륜동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이 이사장. /김연정 객원기자

이 이사장은 "일단 내년 6월까지 재단 산하에 국내외 최고 권위자로 구성되는 세계관정과학상위원회를 두고, 분야별 국내 최고 권위 대학과 학술단체에 의뢰해 수상자를 심사 선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재단 수익이 연 3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연간 지급하는 장학금 13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과학상을 운영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거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같이 존경받는 경제인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번 세계관정과학상 신설 배경에 대해, 그는 "노벨상이 과학 이론 중심이었다면 우리는 응용과 실용화에 공헌한 사람에게도 문호를 넓힐 것이며, 아시아나 제3세계 출신 과학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호적상 1924년생이지만 실제는 1923년생이라고 한다. 우리 나이로 올해 97세다. 하지만 요즘도 가끔 골프장에 나갈 정도로 정정하다. 이 이사장은 "3년 전만 해도 필드에 나가면 늘 에이지 슈터(age shooter·한 라운드를 자신의 나이 이하 타수로 마치는 사람)였는데, 요즘은 안 된다"면서 "지난 주에도 제주도 골프장에 나갔는데 좀 힘들더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도 아침 7시에 기상하고 식사 때는 드레싱 없는 야채 한 그릇을 꼭 먹는다. 70대 후반 때 전화번호 100개를 외웠는데, 요즘도 30개 정도는 외운다고 한다. 그의 휴대폰에는 저장된 번호가 없는데 필요한 번호는 다 외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세를 눈앞에 둔 그의 입에서 '양자 컴퓨터' 같은 미래의 얘기가 인터뷰 도중 수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그는 후배 경영자들에게 당부를 해달라고 하자 "과거와 현재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미래를 기준으로 오늘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 "단적으로 미래는 반도체 이후 양자 컴퓨터 시대가 온다는데 지금부터 먼저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올여름 남모르게 애를 태웠다. 서울대 관정도서관 때문이었다. 도서관 유리 천장에서 물이 새는 일이 발생해 올 초 서울대와 함께 직접 조사해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 이사장은 "일부에서 공기 단축 때문에 그랬다면서 마치 시공사가 아닌 기증자의 잘못 때문이란 얘기가 나와 몹시 언짢았는데, 올해 장마에는 물 한 방울 새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도서관은 최첨단 건물로 지어 해외에서 벤치마킹하러 온 사람만 3000명이 넘는다"면서 "최근엔 세계도서관협회연맹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1001개 도서관'의 하나로 국내에선 유일하게 등재돼 기뻤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03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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