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전설에 나오는 용궁(龍宮)은 바다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용궁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곳이 지상에도 있다. 바로 예천군에 있는 용궁이 그런 곳이다. 지명이 예사롭지 않은 용궁은 시골의 작은 면 단위치고 짭짤한 볼거리가 의외로 많고 전설도 많은 신비의 고장이다.
나그네가 되어 구름 따라 물 따라 가다가 혹여 충효의 고장 예천을 지날 일이 있다면 일부러 발품을 들여서라도 용궁에 가 보아야 한다. 그냥 스쳐가기에는 아까운 문화재 명승 천연기념물 등이 여기저기에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용궁에 가더라도 낭만을 즐기는 나그네라면 현지에서 다소 불편한 교통을 감수할 각오를 하고 열차편을 이용하는 것도 한결 운치가 있어 좋다. 경북선이 지나가는 용궁에는 삼등열차가 머무는 작은 간이역이 있다. 주홍색 기와지붕이 이채로운 아담한 간이역에는 상주하는 직원도 없다. 타고 내리는 여행객들이 드문 탓에 역사가 한가롭다. 역사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정취가 우선 넘친다.
강으로 둘러싸인 섬마을 회룡포 마을
국가지정문화재인 회룡포(명승 제16호)는 전설의 용궁처럼 신비를 간직한 지상의 용궁에서 볼 수 있는 빼어난 명승지로 정평이 났다.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 만든 회룡포의 선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전망이 좋은 비룡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시원한 산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흡사 용이 꿈틀대며 돌아가는 것 같은 회룡포의 신비로운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멀리 강을 끼고 한가운데 떠있는 섬과 같은 회룡포 마을에서는 녹색농촌체험을 겸한 민박도 가능해 가족단위 휴양지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간이역인 아담한 용궁역.
비룡산 중턱에는 신라시대 고찰인 장안사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시대의 문장가 이규보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유서 깊은 산사다. 또 인근에는 삼한시대부터 격전지로 유명한 원산상이라는 성터가 남아 있다. 이 성은 마한의 마지막 남은 산성으로 백제 온조 7년에 패망한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세금 내는 천년기념물 팽나무.
금남리(금원마을)의 들판에 있는 팽나무는 감천면에 있는 석송령이라는 소나무와 함께 토지를 보유하고 세금을 내는 천연기념물로 유명하다. 20여 마지기((12,899㎡)의 논을 법적으로 보유한 화제의 팽나무가 지난해 낸 세금은 2만2천원이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15m, 둘레 3.2m의 팽나무는 사람처럼 ‘황목근(黃木根)’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누런 꽃을 피운다 하여 성을 황이라 하고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에서 이름을 목근이라 지었다고 전해지는 재미있는 노거수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대보름날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당제를 팽나무 아래서 올리고 있다. 지난 당제 때 사용한 금줄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수령 500여년의 팽나무는 황목근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덕봉 마을 서북쪽에 위치한 왕의산(王衣山)은 고려 공민왕의 전설이 내려오는 야산이다.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이 복주(현재 안동시)로 내려가는 도중 이 산에 이르러 소나무에 옷을 걸어 놓고 쉬어 갔다고 해 왕의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기생 이계의 전설이 깃든 회룡리 마을 앞 절벽 위에는 20여 명이 앉아도 좋을 만큼 커다란 ‘이계바위’라는 바위 2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예부터 풍류를 즐기는데 더없이 좋은 장소로 꼽힌다. 또 조선시대 용궁현의 소재지였던 향석리의 석조여래좌상과 용궁향교 그리고 무이리의 무이서당은 용궁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비룡산 중턱에 위치한 천년고찰 장안사.
이 같은 곳은 회룡포의 명성에 가려져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용궁의 숨은 볼거리다. 용궁을 여행할 때 지나치지 않고 찾는다면 얻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용궁 장터에는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순대와 돼지고기국밥 등으로 이름난 음식점들이 있다.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볼거리와 먹거리를 갖춘 땅위의 용궁은 발품을 들인 만큼 여행객들이 섭섭지 않게 보람을 안겨주는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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