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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그림판이 이명박을 '대머리'로 그리는 까닭

나 그 네 2008. 7. 27. 12:56

한겨레그림판이 이명박을 '대머리'로 그리는 까닭

  
7월18일자 한겨레 그림판. 이명박 대통령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다.
ⓒ 한겨레
한겨레 그림판

 

'한겨레 그림판' 속 이명박 대통령이 변했다. 헤어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어느 순간, 이명박 대통령은 무성하던 머리숱을 포기했다. 머리 숱 없는 얼굴이 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얼굴이 누군가와 닮았다. 말투도 닮았다. "본인은……." 이거, 누가 즐겨 쓰던 말투더라. 이명박 대통령 얼굴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명박 대통령 헤어스타일을 확 바꿔버린 '한겨레 그림판' 장봉군 화백을 2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7월18일 한겨레 그림판부터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장악을 위해 노고가 많은 여러분! 본인은……."이라고 YTN 사장선임에 동원된 용역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검찰들에게 말하는 걸로 나온다. 그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머리 스타일이 변했다. 이마 정수리 머리가 사라졌다. "본인은……."이란 말투도 그렇고 헤어스타일이 딱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어떤 의도가 있는가?

 "맞다. 그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 머리가 바뀌었다. 그때부터 벗겨서 그리고 있다. 전두환에 비유해서다. 여러 가지 신공안 정책이라든지 행태들이 5공이나 5공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서다. 어디선가 이명박더러 '전명박'이라고 하더라."

 

- 그럼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 머리숱 없는 전명박으로 '한그레그림판'에 등장하는 건가?

"큰 항의가 없으면 계속 나가도 될 것 같다."

 

- 이렇게 그리는데 대해 항의나 반응이 있나?

"한겨레 신문쪽으론 잘 안 온다. 대머리로 그리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옛날에도 대머리이신 분들이 대머리를 안 좋은 사람에 비유한다고 해서 항의한 적도 있다. 그것과 별개이긴 한데, 계속 (대머리로) 그려볼 생각이다."

 

"대머리 표현이 동물 비유보단 수위 낮은 표현"

 

- 여러 고민도 많이 했겠다?

"처음엔 그냥 그렸다. 이걸 전두환에 비유해야겠다 해서 대범하게 그린 것 같고, 몇 번 그리다보니까 이걸 계속 가져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이리 그려도 적합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어서 계속 할 생각이다."

 

  
'한겨레 그림판'을 그리는 장봉군 화백.
ⓒ 장봉군
장봉군

 

- 한겨레 편집국에서 뭐라진 않나?

"동물에 비유하는 것보단 훨씬 수위가 낮은 표현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동물 비유하는 것도 쥐라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천대받는 동물이라 그렇지, 외국에선 미키마우스도 있지 않나. (외국 시사만화에서) 외국 수상이나 대통령 비유할 때 동물에 비유하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부분도 자유롭고 폭넓게 표현의 자유를 바라봐야할 것 같다."

 

- 검열은 없나? 이건 좀 심하다고 편집국에서 '다시'를 외칠 것도 같다.

"글쎄, 아직 그런 건 없다. 언뜻이라도 얘기되는 부분도 없다. 쥐를 암시하거나 대머리 표현에 대해서 태클은 전혀 없다."

 

- 항상 이명박 대통령 얼굴 옆엔 짙은 아이라인에 머리에 꽃을 단 소가 등장한다. 마스코트 같다.

"이명박과 연계해 그리면서 옆에 있는 게 어울릴 것도 같아서 그렇게 그렸다. 나중엔 네티즌들이 그런 방식으로 그리는 걸 원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댓글을 본다. 예전에 이 소가 2메가바이트보다 1메가바이트 높다고 해서 3메가바이트로 지칭해 그린 적이 있는데, 그 뒤 누리꾼들이 이름을 확정했다. '한겨레 미친소는 3메가바이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 속 미친 소가) 3메가바이트로 확정됐다."

 

- 이명박 대통령을 그릴 때 어떤 특징을 잡아서 그리나?

"그날 느낌 따라 왔다 갔다 한다. 특징이 일단 코가 매부리코 느낌이 있어서 강조됐고, 눈은 작고,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이명박 스타일이 예전에 이인제하고 비슷하더라. 악수를 할 때, 상대 눈을 쳐다보지 않는 아주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자기 속마음을 표출하지 않는 인상이다.

 

  
7월25일자 '한겨레 그림판'
ⓒ 한겨레
한겨레 그림판

눈도 작기도 하지만, 처음엔 눈을 안 그렸다. 눈을 안 그렸더니 사람들이 '너무 그로테스크하다' '너무 흉측하다' 그런 의견이 있어서 코믹하게 하기 위해 가끔 눈도 그린다. 아주 느낌 안 좋을 때는 눈을 빼기도 하고. 난 그림은 이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떨 땐 '아. 이사람 왜 그러지?' 할 땐 안 좋게 그린다. 느낌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만평 그릴 소재가 떨어지지 않아 좋겠다.

"소재는 많아서 좋긴 한데, 흘러가는 흐름을 보면 답답하고 걱정이 된다."

 

"미친 소 '3메가바이트' 캐릭터로 굳어져"

 

- 만평 그리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노무현 디제이 때보단 선명해지니까, 비판할 대상들이 선명해지고 그러니까 만화 그리긴 좋다. 각이 예리해지니까."

 

- 만평 아이디어를 채택할 때 가장 먼저 어떤 부분을 고려하나?

"사건이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가, 아니면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인가를 본다."

 

- 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 장봉군 화백이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은 뭔가?

"제일 큰 건 역시 소 문제다. 먹거리 문제는 계속 갈 것 같고, 경제가 가장 크다. 양극화되다 못해 이건 굉장히 '있는 사람들' 위주로 따지면서 4개월 만에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빠지지 않았나. 물가, 사교육비, 너무나 문제가 많다. 경제적 문제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IMF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현 정권이 너무나 경제 철학이 없다."

 

- 독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정치적으로 다시 예리한 국면이 되니까 예전에 비해 시사만화를 많이 보시는 것 같다. 평화적인 시기엔 시사만화를 잘 찾지 않는 것 같다. 시사만화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 앞으로 장봉군 화백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이번에 미친 소를 캐릭터화 한 부분이 있는데, 시사만화에서 캐릭터 한 건 처음 같다. 그 '3메가바이트' 미친 소 캐릭터를 '82쿡'에서 케이크에 올려놓거나, 이 '미친 소'를 찰흙으로 인형 만들어 올려놓기도 하고, 아이콘으로 만들어 올려놓기도 한 걸 봤다. 시사만화도 틀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 접할 가능성을 봤달까. 시사만화도 팬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의도하지 않고 그렇게 됐는데, 시사만화도 좀 더 대중적인 방식, 좀 더 새로운 방식을 발굴해야 한다. 작가도 고민 많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