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타임스 | 김홍석]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이어 매니 라미레즈까지 금지약물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이제 팬들이 믿을 것은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버트 푸홀스, 그리고 블라드미르 게레로 정도뿐이다. 이들 역시도 깨끗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칸세코가 자서전과 언론을 토해 밝혔던 내용들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팬들은 이제 알게 되었다. 그의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이 아무리 부인해봤자, 속속들이 드러나는 진실 속에서 팬들은 자신들의 마음 둘 곳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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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한 장본인들. 명예의 전당이 아니라 '약물의 전당(Hall of Juice)'에 올라야할 선수들을 살펴 본자.
▷ 포수 : 이반 로드리게스
MVP 1회, 골드 글러브 13회, 실버슬러거 7회, 올스타 14회
칸세코는 자서전을 통해 텍사스 시절(92~94년) '역대 최고의 포수'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이반 로드리게스에게 자신이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해주었다고 밝혔다. 이반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지금까지 칸세코가 물고 늘어졌던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 상황이라 애써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개 안팎의 홈런과 4할대 중후반의 장타율을 기록하던 이반은 99년 갑자기 35홈런 113타점과 5할대 중반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리그 MVP를 수상했고, 2000년에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많은 경기에 결장했지만 91경기에서 27홈런 83타점(140경기 기준 42홈런 128타점 페이스) 그리고 .347/.375/.667의 엄청난 비율스탯을 동시에 기록하기도 했다. 통산 298홈런 1229타점 타율 .301을 기록 중이다.
▷ 1루수 : 마크 맥과이어
통산 583홈런(8위) 1414타점, 타수 당 홈런개수 역대 1위(10.6타수당 1개)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려 새미 소사와 함께 '세기의 홈런 대결'을 펼쳤던 장본인. 당시 언론의 엄청난 조명을 받으면서 배리 본즈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인이었던 87년에 49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96년부터 99년까지는 4년 동안 245홈런을 몰아치며 메이저리그를 홈런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미국 어린이들의 우상이었으며, 동료 선수들을 향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등 팬과 선수 모두에게 존경 받았던 맥과이어는 스테로이드 사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득표율이 문제라고 여겨졌던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3년 연속 처참한 득표율로 낙방한 상태다.
▷ 2루수 : 브렛 분
1992년에 데뷔해 2000년까지 '정확성은 없지만 파워는 뛰어난 2루수'로 여겨졌던 분은 2001년 '투수들의 구장'인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갑작스레 37홈런 141타점 타율 .331을 기록, 이치로와 함께 팀을을 116승으로 견인했다. 그 전까지는 24홈런 95타점이 최고 기록이었으며, 92~00시즌 동안 평균 타율은 .255였다. 발코 스캔들이 터지고 본격적인 스테로이드 규제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성적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선수 중 한 명이며, 2005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골드 글러브 4회, 실버슬러거 2회, 올스타게임에 3번 출장했다.
▷ 3루수 : 알렉스 로드리게스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올해를 포함해 9년간의 선수 생활이 보장되어 있는 에이로드는 언젠가는 역대 홈런-타점-득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통산 2404안타 553홈런 1606타점 1605득점 283도루, 그리고 3번의 MVP와 4번의 행크 아론 어워드, 올스타 12회, 실버슬러거 10회, 골드글러브 2회 등의 수상 내역은 그의 나이(만 33세)를 감안했을 때 타의 추종을 불어하는 대기록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스테로이드'라는 금단의 영역 앞에서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말았다.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모든 선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의 은퇴가 예상되는 10년 후의 평가가 궁금할 뿐이다.
▷ 유격수 : 미겔 테하다
76년생이라던 테하다는 알고 보니 74년생이었고, 미첼 레포트에서 이름이 언급되며 진흙탕에 몸을 담그고 말았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평균 31홈런 123타점을 기록하며 에이로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최고 유격수로의 명성을 쌓아갔지만, 그 모든 것은 금지된 약물의 힘이었음이 드러났다. 미첼 레포트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테하다를 트레이드해 온 휴스턴은 땅을 치고 통곡했다는 후문. 장타력을 상실한 테하다의 현재 성적은 실망스럽기만 하고, 올해로 계약이 종료된다. 테하다는 2002년 리그 MVP였으며, 2004년에는 150타점으로 리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외야수 : 배리 본즈
98년 자신이 역사상 첫 400홈런-400도루를 달성했음에도 언론이 빅맥-소사의 홈런 대결에만 관심을 보이자, 그 둘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본즈는 자존심이 상했고 결국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스테로이드 없이도 90년대를 지배했던 본즈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신'의 레벨로 올라선다. 2001년부터 4년 동안 본즈가 기록한 어마어마한 성적(평균 52홈런 108타점 189볼넷 .349/.559/.809)은 야구 역사를 새로 쓰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7번의 MVP와 762홈런(1위), 1996타점(4위)과 2227득점(3위) 그리고 2558볼넷(1위) 514도루 등의 대기록은 스테로이드와 더불어 모두 허망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의 자취를 지워줄 유일한 희망으로 기대했었던 에이로드마저도 믿음을 저버린 터라 팬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하다.
▷ 외야수 : 매니 라미레즈
자신은 '의사의 처방에 따랐을 뿐'이라며 " 세심하지 못했던 내 실수 " 라고 말하고 있지만, 팬들은 오히려 그 궁색한 변명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ESPN은 일부 소식통을 통해 매니가 구입한 것이 여성 배란촉진제였음을 보도했고, 이는 스테로이드로 인해 호르몬의 균형상태가 깨진 남성이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약간은 '게으른 천재'로 여겨졌던 매니가 스테로이드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이긴 하지만, 오히려 낙천적인 그의 성격이 스테로이드 사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만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MVP를 수상하지 못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은 그 수식어에서 '제왕'이라는 단어마저 삭제해 버릴 것이다. 매니는 통산 533홈런 1745타점을 기록 중이며, 실버슬러거 9회, 올스타에 12회 선정되었다.
▷ 외야수 : 새미 소사
소사는 발코 스캔들에도 연루되지 않았고 미첼 레포트에도 그 이름이 빠져 있었다. 자신 스스로도 스테로이드 사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그가 금지약물과 관계가 있음을 확실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십수년을 살았으면서도 의회 공청회에 통역을 대동했고, 소사에 관한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는 발코 스캔들이 터지기 전인 2002년으부터 있어왔다는 점에서 예외가 되긴 힘들 것을 보인다. 통산 609홈런(6위) 1667타점을 기록했으며 맥과이어와 홈런 대결을 펼쳤던 98년에는 MVP를 수상한 바 있다.
▷ 지명타자 : 라파엘 팔메이로
1964년생인 팔메이로는 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 연속 38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30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역사상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토록 꾸준한 성적을 보인 히스패닉 계열의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팔메이로는 이반 로드리게스, 후안 곤잘레스 등과 더불어 텍사스 시절 팔메이로가 손수 주사해주었다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05년 8월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양성 판정을 받아 10경기 출전정지를 당했고, 의회 조사에서는 미겔 테하다까지 걸고 넘어졌다. 화려한 수상 경력은 없었지만 꾸준함으로 승부하며 569홈런(10위) 1835타점(14위)의 뛰어난 기록을 쌓아 올렸던 그의 마지막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그 외 후보들 - 후안 곤잘레스(96,98년 MVP, 통산 434홈런 1404타점), 호세 칸세코(88년 MVP, 462홈런 1407타점), 모 본(95년 MVP, 328홈런 1064타점) 게리 셰필드(500홈런 1637타점), 제이슨 지암비(2000년 MVP, 397홈런 1289타점), 켄 캐미니티(95년 MVP,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심장발작으로 2003년 사망)
▷ 선발 : 로저 클레멘스
사이영상 7회, 올스타 11회, 그리고 투수로서는 드물게 MVP(86년)까지 수상한 클레멘스는 미국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2007년 12월 미첼 레포트를 통해 그의 이름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본즈, 맥과이어, 에이로드, 매니 등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미국 현지의 팬들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장본인은 다름 아닌 클레멘스였다. 한 때 그의 트레이너였던 브라이언 맥나미와의 추한 공방전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보스턴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이후 재기를 노리고 금지약물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후 화려하게 부활하여 40대 중반까지도 리그 최고수준의 투수로 군림했었지만 그것들이 악마와의 거래로 인한 대가임이 드러난 상태다. 본즈와 더불어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도 명예의 전당에 올라라고도 남을 만한 화려한 커리어를 지녔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통산 355승(9위) 184패 4672탈삼진(3위) 방어율 3.12를 기록했다.
그 외 후보들 - 앤디 페티트(217승 128패 3.89), 케빈 브라운(211승 144패 3.28)
▷ 마무리 : 에릭 가니에
단 하나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하지 않으며 1.20의 방어율로 55번의 세이브 찬스를 모두 성공시켰던 가니에의 2003년은 '역대 마무리 최고시즌'으로 손꼽히며, 그 대가는 사이영상이었다. 릭 엔키엘과 비교되던 선발 유망주였던 가니에는 2002년 마무리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했고, 3년 동안 그가 기록한 152세이브는 메이저리그 기록이다. 하지만 가니에는 '공급책'이던 폴 로두카로부터 성장 호르몬을 구입한 사실이 미첼 레포트를 통해 드러났고, 그걸 모르고 가니에를 붙잡았던 밀워키(1년 1천만불)는 지난 1년 동안 한숨만을 내쉬었다(10세이브 7블론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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