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한 국 인

세계 대통령’ 연임 성공한 한국인 반기문

나 그 네 2011. 6. 22. 12:30

세계 대통령’ 연임 성공한 한국인 반기문

특유의 성실함과 능력으로 국제사회 전폭적 지지 얻어


"충청도 촌놈이 참 출세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언젠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해방직전인 194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6.25의 참화를 겪었고, 충주고등학교 3학년때인 1962년 영어웅변대회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뒤 `외교관'의 꿈을 키웠던 소년은 한국 외교 수장을 거쳐 2006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고 5년후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재선에 당당히 성공했다. 세계의 대통령을 2016년까지 더 하게 된 것이다.

`성실과 노력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임을 알게 해준 분입니다'

4년반 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좌했던 유엔 외교관들은 이구 동성으로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tireless effort)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반 총장은 "나는 탁월한 사람이 아니다. 어떤 자리를 바라고 일하지도 않는다.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릴적 부터 `책벌레', `공부벌레'라는 말을 듣고 자랐던 반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외시에 합격해 첫 임지인 인도에서 외교관 입문을 한 이후에는 `일 벌레'라는 별칭을 더 얻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상사들은 "반 총장과 함께 일하면 든든하다"며 더할수 없는 신뢰를 보냈고, 후배 외교관들은 "믿고 따를 만한 선배"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미주국장, 외교정책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 차관으로 동기생 가운데 최선두로 승승장구했다.

이런 그의 외교관 경력에서도 시련이 없지는 않았다. 2001년 한.러 정상회담 합의문에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폐기를 주장하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의 보존과 강화를 뜻하는 문장이 포함됐고, 그 책임을 지고 반 총장은 차관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야인으로 지낸지 넉달 후 한승수 당시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 의장이 되면서 그를 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한다.

그 때 반 총장은 유엔 무대의 실질적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후일 사무총장이 된 뒤 당시의 경험이 비효율적인 유엔 조직을 개혁하는 밑거름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재직할 때는 당시 실세그룹인 386들과 외교안보 노선을 놓고 치열한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조정 화합 능력과 `사심' 없는 보좌와 성실성을 인정받아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됐다.

40년이 넘는 외교관 경력은 그에게 화려하면서도 실수 없는 언변을 갖추게 했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해 미국 ABC 방송의 한 앵커는 그에게 `기름 뱀장어'(slippery eel)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간다는 의미다.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4년 반 동안 반 총장은 식사 자리에서의 와인 한 두잔외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한때 폭탄주 10잔 가까이 마신 술 실력이었지만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극도의 자기절제를 발휘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 동구유럽, 남미 등 세계 도처의 안보와 평화 문제는 그 지역의 특수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또 기후변화, 개발 의제 등도 워낙 전문적인 지식과 상식을 필요로 해서 틈틈이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지요. 또 매일 만나는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미리 그 나라의 현안과 지도자에 대해 파악해 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반 총장의 성실함은 인간 관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매년 정초면 2천명 가까운 국내외 지인들에게 직접 연하장을 쓴다. 사무총장이 된 뒤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그의 편지 쓰기 작업은 대부분 기내에서 이뤄진다.

그는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운동 신경도 별로 없고 일을 하다보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하는 그다. 시간이 나면 한 달에 한 두번 골프를 치는 것이 운동의 전부다.

풀(full) 스윙을 하지 않고 3분의 1 정도의 스윙으로 정확히 스윗 스팟(sweet spot)을 맞추려고 노력 하지만 드라이버 샷의 거리가 170야드 안팎이어서 파4에서 두번에 공을 그린위에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그 이지만 그린 주변에서의 숏 게임은 수준급이다.

올 봄 미국 뉴저지의 한 골프장에서 10여 미터 거리의 칩샷을 성공시켜 `파'를 한 그는 어린아이 처럼 좋아하면서 "모름지기 설걷이(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글로벌 이슈를 선도하기도 하지만, 지구촌의 각종 재난과 분쟁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그에게 썩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미국 명문 존스 홉킨스 대학원 졸업식 축사에서 "봉사하는 삶이 가장 위대한 삶"이라고 역설했던 그가 향후 5년 동안 `인류애'를 바탕으로 어려운 지구촌 구석구석을 얼마나 변화시킬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