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지리산 칠암자길
삼정리 양정 - 도솔암 - 영원사 - 영원봉 - 삼정산 - 상무주암 -문수암 - 삼불사 - 도마 - 마천
그동안 일반인들의 산행이 금지되었던 지리산 7암자길이 열렸다는 글을 보고
지리산의 칠암자길 산행에 나섰다.
최근에는 서울 인근의 세파(?)에 시달린 산들만 다니다가 오랫만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호젓한 산길을 걸어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단순해진다.
힘겹게 도솔암에 오르니 아무도 없는 암자에는 능선위에서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과
청량한 풍경소리에 내 마음의 티끌이 저절로 씻어지는것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외에는 정말 고요한 분위기의 도솔암....
주인도 없는 암자를 조심스럽게 돌아본다.
어렸을때 어느집에서나 흔하게 보았던 장독대는 지리산 산골의 고요한 암자에서도 여전히 정겹고
무언지 모를 아련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도솔암에서 바라보면 천왕봉을 포함한 지리산 주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통나무 샘터....
한모금만 마셔도 그동안 목말랐던 갈증을 풀어주고 마음속 티끌이 저절로 씻어질것만 같다.
아무도 없는 암자에 능선위에서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과 청량한 풍경소리......
들리지요? -_- ~ ~ ~ !!!
아직도 내 귀에 청아한 도솔암의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영원사로 발길을 옮긴다.
호젓한 오솔길과 계곡을 지나자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시작되고 오르막을 5분쯤 올라가니 영원사가 보인다.
신라 경문왕 3년 영원조사에 의해 창건되어 한때 해동 제일의 화엄도량이었다는 영원사.
지금의 절은 한국전쟁때 소실되어서 1971년경부터 다시 지은거라 한다.
이곳도 도솔암 못지않게 조용하면서 그윽한 분위기가 나는 사찰이었다.
영원사에서 비티재로 바로 오르는 길을 막아놓아서 잠시 망설이다가 , 그냥 돌아서
가기로 하고 영원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랐다.
약간 돌아가는 길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시간으로 2시간 정도 더 산행을 하여야 했다.
길도 확실하지 않고 이정표라곤 산악회에서 달아둔 리본만 띄엄띄엄 달려있다. 그래도
이 산악회 리본이라도 보이면 제대로 길을 가고 있구나 하고 안심할 정도로 산죽만 무성한
길을 힘들게 찾아가며 영원재로 향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수액 채취중인 나무들만
계속 나타난다.
몇번의 알바를 하면서 산죽 사이의 흔적으로 길을 찾아가며 능선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이런 산죽들을 헤치고 능선위에 오르니 누군가가 실상사는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판을 붙여 놓았다. 이때까진 이곳이 비티재로 알고 바로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가
당연히 삼정산으로 알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능선의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꽤나 급한 경사의 산을 올랐다.
산 정상에 오르니 지리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삼정산 정상 가기전에 헬기장이 있다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조금 기다려 뒤에 오는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이곳이 삼정산이 아니고 영원봉
정상 이었다.(해발 1289m) 이곳에서 삼정산 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한다.
영원봉에서 작은 봉우리를 몇번을 더 넘어가니 비로소 삼정산과 영원사 가는 길이 표시된
이정표가 서있는 비티재가 나온다. 아까 막아진 길로 그냥 올라왔으면 30분이면 충분했는데
빙 돌아서 그것도 1289m짜리 산도 하나 넘어서 왔다 생각하니 갑자기 다리의 힘이 빠져 나간다.
삼정산에는 기품있고 멋있게 잘 자란 소나무들이 많이 서있다.
드디어 삼정산 정상.....
정상에 오르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 오더니 꽤 큰 우박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삼정산 정상에서도 지리산 능선이 다 보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구름때문에 천왕봉이 보이지
않는다.
삼정산에서 내려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무주암이 나온다. 상무주암은 고려때 타락한 현세를 벗어나
참된 깨달음을 얻으려 정혜결사운동을 펼친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여 깨침을 얻었던 곳으로, 그 후에도
여러 유명한 선승들이 거쳐하며 수행하여 한국 선불교에서 중요한 사찰이라 한다.
상무주암은 사진 찍지 말라는 표시가 있어서 가까이서 찍지는 못하고 멀리서 한장 찍고, 소심하게
담넘어로 처마에 매달린 풍경 사진만 다시 한장 찍고는 발길을 재촉한다.
상무주암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수암으로 향했는데 암자를 바로 도니 평평한 공간에
평상이 하나 놓여있다. 참선을 위한거라지만 사실 암자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여 약간
야박하게 생각되었는데, 아마도 암자 대신 이곳에서 쉬어가라는 노스님의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수암으로 가는 길....
문수암에 도착....
한 눈에 보아도 역시 최고의 조망지에 세워진 암자답다는 생각이 든다.
암자 앞쪽으로 지리산 주능선과 여러 산자락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마 이보다 근사한 곳에 있는 화장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최고 전망의 화장실인 문수암 해우소 ...
문수암 해우소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보이는 경치는 최고일지 몰라도 화장실에 앉아서 제대로 볼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언덕 끝에 걸쳐있는듯
세워진 해우소는 안에 들어가면 앞을 보나 아래를 보나 현기증이 나서 나는 그냥 서있기도 힘들었다.
문수암 인법당...
문수암은 조계종 10대 종정이었던 혜암 스님이 창건한 암자로 지금은 혜암 스님의
상좌였던 도봉스님이 30년째 지키고 있다한다.
노스님이 사용하고 있는 낡은 의자...
이 의자에 앉아서 따사로운 봄 볓을 쬐면서 첩첩이 펼쳐지는 앞 산들을 바라보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노스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문수암에서 15분여를 내려가니 비구니들이 수행중인 삼불사가 나온다.
문수암과 15분여의 거리인데도 삼불사에서 보이는 풍경은 일반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훨 가까워 보인다.
삼불사에서 약사암으로 바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조금 진행해보니 길들이 너무 안좋아서
다시 돌아와서 도마 마을로 향했다.
한동안 바위와 자갈이 깔린 길이 계속되어 무릎 관절에 신호가 올 즈음에 콘크리트 포장 도로가 나탄난다.
드디어 다랭이논 아래로 도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복숭아꽃이 만발하다는(桃滿) 뜻이라는 도마마을은 맑은 물이 흐르는 견성골 계곡이 마을을
휘돌아 엄천강으로 내려가고 , 듬성듬성 피어있는 벛꽃들로 풍요롭고 평화로와 보인다.
도마에서 약사암들려서 실상사로 가기엔 이미 시간이 늦어서 마천으로 나가서 버스를
타고 차가 있는 실상사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도마에서 마천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다랑이논 사이로 난 길들을 따라서 걸어갔는데 20여분이나 걸렸다.
걸어오면서 보니 마천쪽의 산에 아직 벛나무들이 활짝 피어있고 그 위로 다시 맑게 개인
하늘위엔 흰 뭉게구름들이 떠다니며 환상적인 경치로 지리산이 오늘의 마지막 선물을 준다.
뜰 가득 봄꽃들이 만개한 실상사앞 찻집 소풍에서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마음 편한 칠암자길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