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크라켄의 ‘지동설’을 이해하려면 우선 야구를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로 보는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야구는 9명씩 팀을 이뤄 하는 구기 종목’이라는 사전적 정의로 회귀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자. 어떤 투수도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낼 수는 없고, 반대로 어느 타자도 모든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낼 수는 없는 법. 결국 투수가 던지고 타자가 치면, 그 이후는 수비와 행운의 몫이 된다. 사람들은 흔히 투수가 자기가 원하는 공을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던지고, 타자가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받아쳐서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투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손에서 공이 떠나면 닌텐도 게임이 아닌 이상 투수가 공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공을 던진 투수는 그저 공이 타자의 배트를 비껴가기를, 맞더라도 타구가 수비수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재수 없게 아무도 없는 곳에 떨어져 안타가 될 수도 있는 게 야구다.
타자 역시 마찬가지. 흔히 ‘안타를 만들어내는 선수’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타자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투수의 공을 정확하게 좋은 타이밍에 받아쳐서 보다 강하고 멀리 뻗어가는 타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의 타구가 수비수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떨어지게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타자는 없다. 투수와 마찬가지로 타자도 정통으로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아웃이 되는가 하면, 형편없이 빗맞은 뜬공이 텍사스성 안타가 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다만 좋은 타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면 그만큼 안타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맥크라켄의 주장에 처음 사람들이 보인 것과 같은 반응(그의 말에 따르면 “당신 미쳤소?”가 대부분이었다)을 나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맥크라켄의 주장은 기존 야구계의 고정관념을 통째로 뒤흔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처음 발표 당시 일반 야구팬은 물론 세이버 메트리션 중에도 맥크라켄의 주장을 비웃는 이가 적지 않았을 정도. 하지만 야구 통계 역사상 가장 뜨거운 논쟁과 검증이 뒤따른 결과, 현재는 맥크라켄의 주장이 상당부분 ‘근거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이렇다: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에는 투수의 능력도 어느 정도는 관련되어 있다. 특히 너클볼 투수의 인플레이 타구 피안타율은 역사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도 다른 투수들과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여부에 ‘수비’와 ‘운’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맥크라켄의 기본적인 발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이제 맥크라켄의 주장을 실제로 검증해볼 차례다. 이를 위해서는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나타낸 통계 수치인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를 살펴봐야 한다. BABIP는 의미 그대로 인플레이 상황, 즉 타자가 친 공이 페어 영역 안에 떨어진 경우만을 토대로 구하는 스탯(Stats)이다. BABIP는 (안타-홈런)/(타수-삼진-홈런+희생타)로 계산하는데, 여기서 홈런을 제외하는 건 홈런은 인플레이가 아닌 그 자체로 플레이가 종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앞서 언급된 매덕스의 연도별 성적 변화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