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능성 옷은 기록 단축을 위한 운동선수들은 물론 야외활동을 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성 옷은 방수는 잘 되면서 동시에 몸에서 배출되는 땀은 신속히 옷 밖으로 빼낼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것이면 좋을 것이다. 흔히 기능성 옷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고어텍스(Gore-tex)처럼 말이다. | |
고어텍스는 방수와 땀 배출의 기능성을 가진 기능성 소재로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다.
고어텍스는 무엇일까?
고어텍스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의 연구원이었던 빌 고어(Bill Gore, 1912~1986)로, 그는 2006년도에 발명자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고어텍스는 이 물질을 제조하는 회사의 등록상표이며, 고어텍스의 방수와 땀 배출 기능의 비밀은 고어텍스에 포함된 매우 작은 구멍의 크기와 개수에 있다. | |
고어텍스(Gore-tex)는 고어텍스를 제조하는 회사의 등록상표다. <출처: (CC)W.L. Gore & Associates at Wikipedia.or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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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는 섬유를 만들 때 사용되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와 같은 고분자에 다공성 고분자의 얇은 막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소재이다. 고분자(polymer)는 분자량이 작은 분자(단량체, monomer)들이 반복해서 결합을 하여 분자량이 커진 분자를 일컫는 보통 명사이다. 그러므로 분자량이 작고 구조가 같은 분자들이 계속 반복해서 결합을 한 고분자도 있고, 분자량이 작고 구조가 다른 분자들이 결합을 하여 분자량이 매우 커진 고분자도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생활도구와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소위 “플라스틱” 제품은 모두 고분자를 가공해서 만든 것이다. 원래 플라스틱은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영어이며, 형용사로 많이 사용된 말이다. 아마도 가공, 변형 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고분자의 특성을 살려서 많이 사용하다 보니 보통 명사화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이 개발한 다양한 성능과 특성을 지닌 고분자도 많지만 자연산 고분자도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자연산 고분자로서는 단백질을 예로 들 수 있다. 단백질은 분자량이 작은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서 분자량이 매우 큰 분자가 된 것을 말한다. 20종의 아미노산의 종류와 순서, 개수를 달리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단백질 조합이 가능하다. 현재 인간이 가진 단백질의 종류는 약 8만개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 |
고어텍스와 테프론
에틸렌(C2H4)은 탄소 원자 2개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된 분자이며, 2개의 탄소원자들은 이중결합이 되어 있는 특징을 가진 분자이다. 각 탄소원자에 2개씩의 수소 원자가 결합된 형태이다. 수소원자 4개를 모두 불소 원자로 바꾸면 이름이 사플루오르 에틸렌(tetrafluoroethylene(TFE), C2F4)이 되며, 이들 분자들을 많이 연결하면 폴리사풀루오르 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 PTFE)이라는 고분자 물질이 만들어 진다. | |
고어텍스는 폴리사플루오르 에틸렌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폴리사플루오르 에틸렌은 사플루오르 에틸렌 분자가 연결되어 만들어 진다.
고어텍스는 이 폴리사플루오르 에틸렌을 가공해서 만든 것으로, 폴리사플루오르 에틸렌이라는 물질은 1938년에 듀폰의 한 과학자(Roy J. Plunkett)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상품명 테프론으로 우리에게 더 알려진 이 물질은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프라이팬이나 음식 조리기구에 테프론을 입힌 제품은 없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경험을 했듯이 음식을 조리할 때 가열을 해도 음식이 조리기구에 붙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테프론으로 만든 제품은 화학적으로 안정해서 뷰렛의 꼭지부분, 테프론 테이프, 비교적 저온 반응장치, 저장용기의 마개 등으로 실험실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테프론이 화학적으로 안정하다는 의미는 테프론이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하여 쉽게 다른 물질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방수와 땀 배출의 비밀은 구멍
고분자에 테프론을 복합해서 제조한 고어텍스에는 수 많은 작은 구멍들이 있다. 고어텍스의 방수와 땀 배출 기능은 바로 매우 작은 구멍들의 크기와 숫자에 있다. 고어텍스에는 평방 센티미터(cm2)당 약 14억개 정도의 구멍이 있다. 구멍의 크기는 보통 물 1 방울의 크기의 20000분의 1 정도로 매우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히 근사 계산을 통해 구멍의 크기를 어림 짐작해 보자. 용량이 1.0 밀리리터(mL: 1리터의 1000분 1) 되는 액체를 옮기는 유리기구 피펫에 물을 담은 후에 자연스럽게 방출해 보면 대략 20~30개 정도의 물 방울이 방출된다. 물 방울의 개수가 차이가 나는 것은 피펫의 출구 크기가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료를 근거로 물 1 방울의 부피를 계산해 보면 대략 0.03~0.05 밀리리터가 된다. 만약에 물 방울의 크기를 0.05 밀리리터로 생각하면 고어텍스에 존재하는 구멍의 부피는 약 2.5x10-6 밀리리터(0.05/20,000 = 0.0000025 mL)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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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 막. 고어텍스에는 평방 센티미터 당 약 14억개 정도의 구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구멍의 크기와 개수가 방수와 땀 배출 기능의 비밀이다. <출처: (CC)Shaddack at Wikipedia.org> | |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상태의 물 방울 한 개의 지름은 약 2~5 마이크로미터(uM:1밀리미터의 1000분의 1) 정도이다. 이것을 근거로 증기 한 방울의 부피를 계산을 해보면 6x10-11 밀리리터 정도가 된다. 결론적으로 고어텍스의 구멍의 크기를 부피로 비교해 보면 증기상태의 물 1 방울의 크기보다 약 40,000배 이상 큰 셈이며, 액체 상태의 물 1 방울의 크기 보다는 20,000배 작은 셈이다. 고어텍스에 있는 구멍의 평균 지름을 측정하고, 액체 물방울과 증기 상태로 있는 물 집합체의 평균 지름을 측정한다면 보다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림 계산 값으로 짐작을 해 보아도 액체 상태의 물 방울이 통과하기는 무척 어렵고, 증기 상태의 물 방울(?)이 통과하기는 무척 쉬운 구멍이 고어텍스의 비밀인 것이다. 더구나 테프론은 물에 잘 젖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외부에서 물 방울이 침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고어텍스로 만든 옷을 입고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땀은 증발이 되어 밖으로 배출이 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은 막아주는 것이다. | |
고어텍스의 기능. <출처: (CC)Solipsist at Wikipedia.org>
현재에는 고어텍스로 만든 옷의 편리함과 기능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활용도도 높지만 옷이 낡아서 버려진다면 커다란 공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분자 물질이 분해되어 없어지는 기간은 매우 길며,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물질들 또한 유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려지는 고어텍스 옷들에 대한 처리방법, 혹은 재활용 방법을 미리 연구하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상당한 골치거리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이미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물질을 옷에 적용하여 뛰어난 기능성을 가진 제품을 만들 생각한 고어의 아이디어는 정말 놀라운 것이다. 고어는 테프론이 처음 사용되고 몇 십년이 지난 뒤에 오래된 재료를 연구 개발하여 새로운 용도로 만들어 냄으로써 돈 방석에 앉았다.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100 퍼센트 활용된 것처럼 보이는 재료를 다시 잘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춘 과학자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구호처럼 현재 잘 알려진 재료들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없을까 다시 찾을(research) 필요가 있을 것같다. | |
- 글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제공 대한화학회
발행일 201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