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 걸리게 되면 전구기, 잠복기, 질병 발현기, 회복 혹은 사망의 4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구기에는 오심, 구토, 무력감, 식욕 부진과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이런 증상이 1시간에서 3일 정도 지속되었다가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나타난다. 잠복기는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3주 정도까지 이어지므로 얼핏 증상이 사라졌거나 자연 치유되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시기 동안 림프구와 혈소판, 위장 점막의 세포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질병 발현기가 나타나는데, 이때의 질병 발현 가능성은 노출된 방사선량에 비례한다. 이 때의 증상의 경중에 따라 사망하거나 회복이 되는데, 문제는 이 시기에 회복이 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행히도 파괴되었던 골수가 다시 자라나고(골수의 경우, 90%가 파괴되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적절한 치료로 인해 궤양이 생겼던 위장 점막도 치유되면 회복이 가능하다.
방사선 조사에 의해 나타나는 장기적인 이상 증세
하지만, 방사선에 의해 손상된 모든 세포들이 모두 복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나 방사선 조사(照射)는 유전자의 발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의 이상 및 손상은 장기적 혹은 영구적 이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초기에는 DNA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늘어나 방사선으로 인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데 힘을 기울이지만, 조사 시간이 늘어나거나 조사량이 많아지면 세포는 DNA의 복구를 멈추고 아포토시스(apoptosis)라 불리는 세포 사멸에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작은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이를 복구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키지만,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쓸모있는 물질들을 세포막 성분으로 둘러싸인 주머니에 넣어 주변 세포에 나눠주고 스스로는 작게 쪼그라들어 사멸하는 아포토시스 프로그램을 가동시킨다.
방사선을 받게 되면 세포는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가동되는데,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면 세포는 사멸 대신 불멸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는데, 이것이 곧 암세포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피폭 이후 급성 방사선 증후군에서 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암(특히 갑상선, 생식기, 유방, 골수, 림프선 등에 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 역시 세포의 방사선에 대한 민감성 때문으로 추정된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신경세포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시력이나 청력의 저하, 신경학적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이 세포에 남기는 가장 큰 흉터는 생식세포에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체세포에 일어난 변화는 해당 세대에 국한되지만, 생식세포에 나타나는 변화는 후대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식세포 역시 세포분열이 활발한 곳이기에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의해 DNA 수준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부위의 유전자가 손상된 그대로 복제되거나, 혹은 손상된 염색체가 세포 분열 시 고루 나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그대로 유전적 손상을 지닌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유전적으로 손상된 생식세포는 기형을 지닌 자손을 태어나게 만들어 불행을 대물림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