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방사능의 발견

나 그 네 2012. 7. 4. 18:05

 

방사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엑스레이 촬영은 알 것이다. 이 엑스레이가 바로 방사선의 일종이다. 오늘날에는 방사선으로 몸 속을 촬영해 병을 진단하거나 몸에 해로운 세포를 파괴해 병을 치료한다. 하지만 방사선이 항상 유익하게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로 만들어진 원자폭탄은 일본에 떨어져 순식간에 20여 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방사선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일까?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양전자방출진단장치(PET)로 뇌를 촬영한 모습(왼쪽). 일본 나가사키현에 떨어진 원자폭탄,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오른쪽).

 

 

검은 무늬를 만든 사진 건판, 최초의 방사능 발견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앙투안 베크렐, 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은 무심히 서랍 속에서 사진 건판을 꺼냈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 검은 종이로 잘 포장해뒀는데, 마치 무언가에 노출된 듯이 검은 무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건판은 오늘날 카메라 필름과 같은 것으로, 빛을 받은 부분이 화학작용에 의해 검게 변한다) 이런 사건이 한 번뿐이었다면 그 사진건판이 불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베크렐은 사진건판에 번번이 같은 형태의 무늬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원인을 찾아본 결과, 실험실에 놓아둔 우라늄 광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게르하르트 슈미트(Gerhard Carl Schmidt, 1865~1949) 와 마리 퀴리(Marie Curie, 1867~1934)가 토륨 광석도 우라늄 광석과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 퀴리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사진건판을 검게 만들었다고 보고 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방출되는 성질을 '방사능(Radioactivity)'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라늄 광석에 의한 방사선에 노출되며 변색된 베크렐의 사진 건판. 아랫부분의 흔적을 통해 건판과 우라늄 사이에 십자가 형태의 물체가 놓여져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앙투안 베크렐.

 

 

 

방사선을 뿜어내는 능력, 방사능


방사능이란 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된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상당한 에너지를 가진 소립자들을 내보내는 성질 혹은 능력을 말한다. 이때 이 높은 에너지의 소립자들을 방사선이라고 하며,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α), 베타(β), 감마(γ)라고 이름 붙였다. 원소는 양성자의 개수(원자번호)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고 같은 원소(=같은 원자번호, =같은 양성자 개수)라도 중성자 개수가 다른 것은 동위원소라 부른다. 동위원소 중에서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자핵을 방사성동위원소라 한다.

 

방사선 중 알파선은 알파입자의 흐름이다. 매우 불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는 붕괴할 때 알파입자를 통째로 내놓는다. 알파입자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원자핵으로, 속도가 느리고 무거워 다른 입자와 충돌해 에너지를 쉽게 잃는다. 따라서 얇은 종이 한 장이나 5cm 정도 두께의 공기층이면 알파입자를 막을 수 있다. 베타선은 베타입자의 흐름이다. 베타입자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전자를 말한다. 입자보다 아주 가볍고 속도가 빨라서 에너지 손실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알루미늄판 정도는 돼야 막을 수 있다. 감마선은 감마입자의 흐름인 전자기파, 즉 빛을 말한다. 감마입자는 에너지를 많이 가진 원자핵이 좀더 안정된 상태로 붕괴할 때 방출되는 높은 에너지의 광자다. 감마입자는 전하를 띠지 않아 투과율이 높기 때문에 납이나 콘크리트 같이 밀도가 높은 물질이 두껍게 있어야 겨우 막을 수 있다.

 

방사선의 발견과 사용에 공헌한 피에르 퀴리(왼쪽), 마리 퀴리(오른쪽).

 

 

양날의 칼, 방사선의 이용


방사선은 그 종류와 에너지에 따라 다른 물질과 반응해 인체에 불행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방사선의 위험성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이전에 라듐은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곤 했다. 우라늄보다 방사능이 강한 라듐이 붕괴한 후 생기는 라돈 가스는 머리를 염색하는 데 사용됐다. 심지어 라듐에서 생기는 물질이 정신장애를 치료하고 생체리듬을 촉진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 결과 라듐을 잘못 사용해 방사능에 노출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방사능을 발견한 퀴리부인도 방사선으로 인한 악성빈혈로 사망했다.

 

퀴리부인은 방사선이 물리나 화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에도 사용되도록 애쓰며, 한편으로는 방사선이 인류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잘못 쓰이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녀의 당부와 달리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원자폭탄의 엄청난 폭발과 함께 방사능 물질이 새어 나와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후로 방사능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자연계에도 적은 양이지만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가 존재하고 있다. 광석, 음식물, 건물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방사능을 띤 물질을 많이 볼 수 있고 외계 천체에서도 많은 우주 방사선이 날아들고 있다. 이렇게 자연계에 항상 존재하는 방사선을 자연방사선이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방사선을 쬐고 있으며 피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방사선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만든 방사선을 인공방사선이라 한다. 인공방사선이 있기 전까지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물체는 자연방사선에 충분히 적응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방사선을 공포의 대상으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공방사선을 이용한 원자폭탄이 전쟁에 쓰이거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등 사고가 이어지며 방사선은 위험한 것으로 인식됐다.

 

불안정한 핵은 방사능을 갖고 방출된 방사선은 종류에 따라 투과력이 다르다.

 

 

방사능을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하고 그 위력을 제어할 수 있다면, 방사선은 에너지가 큰 만큼 투과성과 파괴력이 좋아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다.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에너지를 잃을 때 방출되는 X선은 100여 년 전부터 의료진단에 활용돼 왔다. 이 공로로 뢴트겐(Wilhelm Conrad Rontgen, 1845~1923)이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오늘날 첨단 의료장치인 양전자방출진단장치(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는 인공적인 방사성동위원소를 인체에 투여해 의도적으로 핵반응을 일으켜 인체 내의 생리작용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데 쓰인다. 뿐만 아니라 방사능 입자의 파괴력을 이용해 기존의 절제술로는 제거할 수 없었던 암세포를 파괴하는 꿈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방사선은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물질을 통과한 방사선의 세기 변화를 측정하면 물질의 두께나 밀도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을 쪼여 두께가 일정한 상품을 만들거나 기계에 생긴 균열, 구멍을 찾을 수 있어 공업 분야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주의 근원을 찾는 초대형 가속기 실험도 방사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방사능의 발견이 우주의 근원을 밝히는 핵 및 소립자 물리를 실험적, 이론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했다.

 

과학은 미지의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끈질긴 탐구정신에서 비롯된다. 베크렐의 실험실에서 우연히 발견된 사진건판을 시작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방사선의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한 끝에 방사능을 밝혀낼 수 있었다. 오늘날 방사능은 인류에게 의학적, 문화적으로 발전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지만 엄청난 살상의 도구로 잘못 이용돼 재앙을 가져오기도 했다. 방사능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보거나 국가안보를 위한 무기로 여기는 것 모두 방사능을 밝혀낸 과학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방사능을 현명하게 다루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1. 원자핵(原子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으며 원자의 중심에 위치.

  2. 소립자(素粒子)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3. 전자(電子)

    원자핵 주위를 도는 질량이 아주 작은 소립자로 음전하를 띰.

 

 

 

유인권 /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자료제공 사이언스올

발행일  201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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