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방사성 아이오딘 (요오드)

나 그 네 2012. 7. 4. 18:02

 

방사성 요오드(아이오딘)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지진은 쓰나미를 일으켜 센다이 지방의 마을들을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지진의 여파로 근처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버려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리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에 사람들이 느끼는 심한 공포감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원소들 때문이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되는 방사성 원소는 아이오딘과 세슘이다.  이 글에서는 방사성 아이오딘에 대해서 알아본다.  아이오딘은 통상적으로 요오드라 불리는 원소로, 원소기호는 I, 원자번호는 53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원소이며,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초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아이오딘(I)은 요오드라고 흔히 알려진 원소이다. 상온에서 검푸른 고체 상태(좌)이며, 기체로 승화하면 아름다운 보라색(우)을 띤다.

 

 

아이오딘(=요오드)의 동위원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아이오딘과 방사능 아이오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동위원소(isotope)를 알아야 한다.   수소(H) 원자의 핵은 양성자 1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외의 모든 원자의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의 수는 특정 원자의 원자번호와 같고,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를 합한 총 수는 그 원자의 질량수(mass number)와 같다. 동위원소(isotope)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달라서 질량수가 다른 핵을 가진 같은 원소를 말한다.  아이오딘의 경우 원자 번호가 53이므로 아이오딘 원자의 핵에는 53개의 양성자가 있다는 뜻이다.  가장 안정한 동위원소는 127I(양성자 53, 중성자 74, 질량수는 원소기호 앞에 윗 첨자로 표시한다)이며,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오딘은 30 종류가 넘는 동위원소가 있다.  양성자는 모두 53개로 동일하지만, 중성자의 개수가 다른 형제들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혹은 핵폭탄 실험과정에서는 129I 와 131I(양성자 53개, 중성자 78개)가 생성되며, 그 중에서도 131I 이 더 많이 생성된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핵분열 생성물의 약 3% 정도가 131I 이며, 그것의 반감기는 8.04일이다.  반감기란 불안정한 핵을 포함하는 동위원소들이 최초의 양에서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그러므로 131I 은 발생한 날로부터 8일이 지나면 최초로 발생한 양이 반으로 줄고, 그 다음 8일이 지나면 처음 양의 1/4 수준까지 줄어들며, 몇 달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발전용으로 정상적인 수명을 다한 핵연료에는 131I 보다 129I 가 더 많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129I 도 핵분열의 생성물이지만 반감기가 약 1570만 년이나 되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서 검출되는 129I 는 주로 핵폭탄 실험 또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과정에서 방출된 것이 대부분이다.

 

 

방사성 아이오딘은 왜 생기는 걸까?

원자력 발전은 핵 분열 결과 발생되는 에너지로 증기를 만들고, 증기를 이용하여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 이용되는 것이 235U (우라늄 235)의 핵분열이다. 235U의 핵분열 반응식에 관한 교과서 내용은 보통 235U 원자가 중성자(n, neutron)와 반응하여 스트론튬(90Sr), 제논(143Xe), 새로운 중성자(2n)를 생성하는 것으로 간단히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 연료에 포함된 235U(양성자 92, 중성자 143)는 핵분열(nuclear fission)을 하면서 대략 30개 이상의 생성물을 쏟아낸다.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가 뭉쳐있는 조그마한 덩어리(235U의 핵)이 쪼개진 후, 양성자와 중성자가 다시 합쳐지는 경우의 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235U의 핵분열 생성물을 분석하면 생성된 원자의 질량수는 독특한 분포 양상을 보인다.  질량수가 118-120 정도 되는(235의 반은 117.5) 핵을 가진 원자들은 적게 생성된다.  대신 그 질량수를 중심으로 질량수가 작은 원소와 큰 원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생성되며, 그 각각의 양이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생성되는 원자의 양과 질량수 분포를 표시하는 그림은 질량수 118-120 정도에서는 움푹 들어가고, 그것을 중심으로 양쪽으로는 불쑥 튀어나온 곡선을 하고 있어, 마치 낙타 등 모습같이 보인다.  따라서 질량수가 약 130-140 가진 원자들도 많이 생성되는데, 그 중에는 방사성 아이오딘(131I)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핵분열 생성물의 원자량을 표시한 그래프. 원자량 90~100, 130~140사이의 원자들이 많이 생성됨을 알 수 있다.

 

 

방사성 아이오딘의 특성

131I 을 포함하여 아이오딘이라는 물질은 휘발성이다.  고체로 존재하는 아이오딘도 실온에서 액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체로 승화(sublimation)된다.  승화의 예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물질이 아이오딘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반감기가 매우 긴(몇천 년, 몇억 년)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131I 과 같이 반감기가 짧은 동위원소들은 다량의 방사선을 일시에 방출하여 안정한 상태로 변하기에 문제가 된다.  이번 사고에서 131I 와 함께 발생된 137Cs 는 반감기가 약 30년이므로 131I 에 비해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131I 은 붕괴하면서 약한 감마선을 동반하면서 주로 베타(β) 입자(선)를 방출한다.  베타선은 굉장히 빠른 전자의 흐름으로 핵분열 직후에는 광속에 거의 가깝다.  베타선의 에너지는 방사능 핵종에 따라 크기가 다르며, 일반적으로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에너지 분포를 갖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131I 이 붕괴되면서 방출하는 베타선은 세포에 침투하여 세포의 변형(mutation)을 일으켜서 확률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방출되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크다면 세포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사고로 131I 증기에 노출된 시간이 길었다면 세포가 괴멸하거나 혹은 일부 세포는 나중에 암세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이오딘은 휘발성 물질로 고체에서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승화한다. 사진은 가열하여 승화하는 아이오딘을 찍은 것.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아이오딘

우리 몸은 아이오딘을 필요로 하지만, 불행히도 안정한 127I 과 해로운 131I 을 구별하지 못하고 흡수한다.  기체로 된 131I 는 호흡을 통해서도 쉽게 우리 몸에 들어온다.  일상에서 음식을 통해 몸으로 흡수된 아이오딘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과 티록신 유도체를 형성하는 과정에는 아이오딘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들 갑상선 호르몬들은 대사과정에 관여하며 거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오딘은 반드시 섭취해야만 되는 화학물질인 것이다.  방사능 131I 도 흡수되면 갑상선에 축적이 되고, 131I 이 방출하는 베타선을 쪼인 갑상선 세포들은 나중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핵분열 원소 중에 암 유발을 잘하는 물질로 꼽는 것이 131I 이다.  그런데 131I 이 흡수되는 것을 막으려면 미리 아이오딘이 포함된 화학물질(예: KI, 아이오딘화 칼륨 혹은 요오드화 칼륨)을 해독제로 먹는다.  우리 몸에 이미 많은 양의 안정한 아이오딘(127I)이 있으니 131I 이 흡수되지 못하고 땀과 소변으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131I 에 노출된 사람이 배출하는 땀과 소변에도 휘발성 131I 이 포함되어 오염이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아이오딘이 다른 분자와 화학결합을 하면 고정이 되겠지만 여전히 위험은 내포하고 있다.  해독제로 필요한 아이오딘은 약 130 밀리그램 정도이지만, 평소에 필요한 아이오딘은 하루에 2밀리그램 이하이다.  과량을 복용하면 역시 탈이 나니 주의를 해야 된다.

 

방사성 아이오딘(131I)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아이오딘 정제. 성분은 아이오딘화 칼륨이다.

 

 

아이오딘 정제의 성분은 아이오딘화 칼륨

원자 아이오딘은 전자를 잘 받아들여서 음이온인 아이오다이드(I-)가 되려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다른 양이온과 잘 결합하여 화합물을 만든다.  해독제로 사용되는 아이오딘화 칼륨(KI)도 그런 종류의 화합물이다.  피부의 상처와 소독에 이용되는 아이오딘 팅크는 아이오딘(I2)과 아이오딘화 칼륨(KI)을 에탄올에 녹여 만든 용액이다.  빨간색을 띠는 아이오딘 팅크 용액은 옥도정기라고도 부르며, 일반가정에서는 상비약으로 많이 사용한다. 아이오딘 화합물이 첨가된 식용 소금도 판매된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오딘이 풍부하게 포함된 해초류 먹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아이오딘 화합물이 첨가된 소금을 섭취하여 부족한 아이오딘을 보충한다.  평소에 아이오딘이 많이 포함된 해초류인 다시마, 미역, 김을 즐겨 먹는 일본사람들이다.  혹시라도 그런 음식 습성이 131I 의 흡수를 방해하여 그나마 희생자 수가 최소가 되었으면 싶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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