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약 46억 년쯤 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런가 하면 고대의 유적이나 유물이 발굴되면 과학자들은 이 유적이나 유물이 얼마나 오래 전 시대의 것인지 곧 밝혀낸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고 유적이나 유물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을까?
지구의 나이는 어떻게 측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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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원자들이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들은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에 오래 전에 만들어진 원자나 금방 만들어진 원자가 똑 같다. 원자 어디에서도 원자가 견디어온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없다. 원자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주 오래된 유물이나 암석, 나아가서는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질학적인 연대 측정이나 고고학적 유물의 연대 측정에는 모두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인류에게 과거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인 셈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붕괴하여 안정한 원소로 바뀌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양이 줄어든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오랜 세월을 두고 서서히 붕괴해 간다.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한꺼번에 붕괴하지 않고 서서히 붕괴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20세기 초 양자물리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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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나이는 약 46억년 정도이다. | |
양자물리학에서는 고전역학에서와는 달리 자연현상을 확률적으로 해석한다.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불안정한 원자핵이 다음 일정한 기간 동안에 붕괴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계산을 통해 불안정한 원자핵이 오랜 기간을 두고 천천히 붕괴해가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설명해냈다.
연대측정이 가능한 이유 - 원자는 나이를 먹지 않지 않으니까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반감기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 확률이 50%가 되는 기간을 말한다. 우라늄의 반감기가 45억 년이라는 것은 우라늄 하나가 다음 45억 년 동안에 붕괴할 확률이 50%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지금 100개의 우라늄 원자가 있다면 45억 년 후에는 50개만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90억 년 후에는 50개의 반인 25개의 우라늄 원자만 남게 될 것이다.
만약 원자가 나이를 먹는다면 반감기가 존재할 수 없다. 50세 된 사람이 다음 10년 동안 살아 있을 확률과 80세 된 사람이 다음 10년 동안 살아 있을 확률은 같지 않다. 따라서 지금 100명이 있을 때 10년 후에 몇 사람이 살아 있을지를 확률적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100명의 나이를 모두 알아야 하고 나이에 따른 생존확률을 알아야 한다. 원자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붕괴할 확률이 커진다면, 100개의 원자가 붕괴하여 50개가 남는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같을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원자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조금 전에 만들어진 원자나 100억 년에 만들어진 원자나 모두 똑같은 붕괴 확률을 갖는다. 따라서 원자의 반이 붕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는 항상 일정하다. 더구나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는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원자의 화학적 상태나 물리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방사성 동위원소는 과거에 있었던 지질학적 사건이나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완전한 시계인 셈이다.
탄소14를 이용한 탄소연대측정법
유적이나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는 방사성 탄소를 이용한다. 방사성 탄소를 이용하여 1947년에 고고학적인 연대를 처음으로 측정한 사람은 윌리아드 리비(Willard Frank Libby, 1908~1980)였다. 리비는 탄소의 동위원소인 탄소14를 고고학 연대 측정에 사용한 공로로 196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 |
발굴조사 장면. 오래된 유적의 연대는 일반적으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알아낸다.
<출처: (cc) Billwhittaker at en.wikipedia>
우리 주위에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인 탄소는 질량이 14인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 속에는 섞여 있던 중성자가 질소 원자핵과 충돌하면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가 만들어진다. 탄소14는 불안정한 원자핵이므로 붕괴하여 보통의 질소 원자핵으로 바뀐다. 탄소14가 보통의 질소로 붕괴하는 반감기는 약 5,730년이다. 우주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탄소14의 수와 붕괴하는 탄소14의 수가 평형을 이루면 공기 중에는 일정한 양의 방사성 탄소가 항상 존재하게 된다. 실험 관측에 따르면, 지구의 대기 중에는 약 1012개의 보통의 탄소 원자마다 약 1개의 비율로 방사성 탄소 원자가 포함되어 있다.
식물은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 작용으로 유기화합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금방 만들어진 유기화합물 속에는 공기 속에서와 같은 비율의 방사성 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생물체 내의 방사성 탄소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만 한다. 따라서 나무와 뼈, 옷가지 등 탄소를 포함하는 시료만 구할 수 있으면 이 시료 속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성 탄소의 양을 측정해서 이 시료가 만들어진 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있다.
리비는 5년간의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방사성 탄소를 이용해 유기화합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리비는 자신이 발견한 방법을 이용하여 결정한 연대 측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대가 잘 알려진 이집트 유물들의 연대를 측정하여 비교했고, 나이테를 이용하여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는 미국산 삼나무의 연대를 측정하여 비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과 관측을 통해 리비는 탄소14의 연대 측정법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우라늄-납 연대측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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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을 이용하여 지구의 나이 측정을 시도한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을 제시하여, 핵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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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감기가 5,730년인 탄소14로는 수천 년 전의 유물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질학적 연대는 유적이나 유물의 연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기 때문에 반감기가 매우 긴 방사성 원소를 이용해야 한다. 우라늄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지구의 나이를 처음으로 측정한 사람은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였다. 러더퍼드는 1929년에 우라늄에는 반감기가 약 7억 년인 우라늄235와 반감기가 약 45억 년인 우라늄238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계산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우라늄의 대부분은 우라늄 238이다. 우라늄235의 양은 약 0.7%밖에 안 된다. 러더퍼드는 처음 지구가 형성되었을 때는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의 양이 같았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서로 다른 반감기에 의해 현재와 같은 비율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이러한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구의 나이가 약 34억 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지구 나이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우라늄의 반감기의 확실성과 최초 우라늄의 존재 비율이 같았다는 가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질학적 시계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방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질량분석기를 발명하여 여러 가지 동위 원소를 분리해낸 프랜시스 애스턴(Francis William Aston, 1877~1945)은 자연에 존재하는 납에는 원자량이 각각 204, 206, 207, 208인 네 가지의 동위원소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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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납204를 제외한 다른 납의 동위원소들은 모두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붕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마지막 부산물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우라늄238은 긴 붕괴 과정을 거쳐 납206을 만들어내고, 우라늄235는 납207을 생성한다. 이제 암석 속에서 우라늄238의 양과 납206의 양, 그리고 우라늄235의 양과 납207의 양을 알면 암석의 나이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 암석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원시납의 양을 알지 못하면 방사성 남아있는 우라늄의 양과 붕괴생성물인 납의 양으로 암석의 나이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시납의 양을 알아내 지구의 나이를 정확하게 결정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었다. 운석과 지구가 동일한 물질에서 동일한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운석에 포함된 납의 양을 원시 납의 양으로 하여 지구의 나이를 새롭게 계산한 결과 지구의 나이는 45억 1천만 년에서 46억 6천만 년 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운석 속에 포함된 납의 양을 지구의 원시 납의 양으로 가정한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 |
클레어 패터슨은 운석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분석하여 지구의 나이를 측정했다.
사진은 그가 사용한 운석 샘플을 채취한 미국 애리조나의 배린저 크레이터. <출처: USGS>
지구의 나이가 밝혀지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1922~1995)이었다. 패터슨은 세 개의 암석 성분의 운석과 두 개의 철 성분의 운석에 포함된 납의 양을 분석하여 이들이 모두 45억 5천만 년에서 7천만 년을 더하거나 뺀 나이를 갖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패터슨은 또한 바다 깊은 곳에 퇴적된 해저 퇴적암에는 지각이 함유한 납의 평균값에 해당하는 납이 함유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태평양 해저에서 표본을 채취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의 나이가 운석의 나이와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패터슨은 지구와 운석이 모두 약 45억 5천5백만 년 전에 같은 물질에서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원자 덕분에 지구의 나이가 밝혀진 것이다. | |
- 글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발행일 201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