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안개상자- 방사선을 보여주는 장치

나 그 네 2012. 7. 4. 18:08

안개상자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 지진의 영향으로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주변에는 없었던 방사선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로 우리의 생활공간 안에 갑자기 나타나 우리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생긴 공포일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은 그 양이 문제일 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방사선을 직접 볼 수 있는 장치가 안개상자다. 만약 안개상자를 통해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방사선을 직접 본다면, 아마 놀랄 것이다.

 

안개상자는 방사선이 지나가는 흔적을 눈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국립과천과학관에 설치된 가로, 세로 각 40cm의 상설 전시용 안개상자.

 

 

방사선은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가 안정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개수에 따라 질량과 성질을 달리하는 다양한 원소들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수소는 양성자 1개, 전자 1개로 이루어져 있고, 헬륨은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 전자 2개로 이루어진 원자이다. 그러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사성원소인 우라늄은 어떨까? 천연우라늄은 질량수(양성자와 중성자수를 합친 수)가 234, 235, 238 등 3종이 있다. 그 중 우라늄235는 양성자 92개, 중성자 143개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무거운 원자이다.

 

그런데 우라늄235는 좀 더 안정한 상태의 원자가 되기 위해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를 내 놓으면서(알파붕괴) 토륨231 원자로 바뀐다. 이때 나온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를 알파선(헬륨원자핵에 해당)이라고 한다. 또, 프로탁티늄235는 전자 1개를 내 놓으면서(베타붕괴) 우라늄235가 된다. 이때 나온 전자를 베타선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알파붕괴, 베타붕괴와 달리 알파입자나 전자의 변동 없이 에너지만 잃는 과정이 있는데 이것을 감마붕괴라고 한다. 이때 나오는 방사선을 감마선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자연에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원자가 입자나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안정한 상태의 원자로 변환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알파붕괴. 원자에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알파입자가 나오는 현상.

베타붕괴. 원자에서 전자로 이루어진 베타입자가 나오는 현상. 보다 자세히는 원자 내부에서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전자와 전자 반중성미자가 나온다.

 

 

자연방사선은 어디든 존재한다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지는 않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다. 방사선은 공기 중에도 있고, 땅 속에도 있지만, 우리 몸 안에도 있다. 어떤 방사선은 우주에서 날아오고, 어떤 방사선은 지구가 생길 때 함께 태어난 원소에서 나온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양이 적어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는 기체의 성질을 가진 라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들이 떠도는데, 라돈은 알파선을 내고 폴로늄이라는 원소로 변한다. 우주에서는 별, 은하, 초신성 등에서 생긴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로 날아온다. 이를 우주선(cosmic rays)이라고 한다. 이런 우주선들은 대기층 상부에서 질소원자나 산소원자와 충돌하여 새로운 방사선을 만들어내는데, 이 방사선들은 주로 지상에 도달한다. 이것이 2차 우주 방사선이다.

 

또, 호흡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자연방사선이 우리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먹는 음식 속에 들어있는 칼륨 원소 중에는 방사선을 내는 것도 있지만, 그 양이 적어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정도는 아니다. 또, 우리 주변에 있는 바위나 흙에는 라듐, 우라늄, 토륨 같은 원소들이 방사선을 내고 있지만, 이 또한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 

 

 

윌슨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 준 안개상자 

안개상자를 만든 영국의 물리학자 윌슨. 192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방사선의 이동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사선은 우리 주위에 어디서든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방사선은 그 크기도 원자핵 크기 이하 이지만 속도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1911년 영국의 기상물리학자 윌슨(Charles Thomson Rees Wilson, 1869 ~ 1959) 은 방사선이나 대전입자가 포화수증기층을 지나가면서 남긴 안개흔적을 볼 수 있게 한 안개상자를 만들었다.

 

윌슨의 안개상자는 원통 모양의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상부는 유리로 밀폐되어 있고 하부는 움직일 수 있는 피스톤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통 안에 수증기나 알코올 기체를 채우고, 피스톤으로 단열 팽창시키면 원통 안이 과포화 상태가 된다. 이 때 방사선이나 대전입자가 지나가면 방사선의 비적을 따라 수증기나 알코올 기체가 이온화되어 응축하게 되고, 방사선이 지나가는 비적을 따라 안개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방사선이 지나간 안개흔적을 관찰할 수 있다. 월슨은 1927년 안개상자로 하전입자를 관찰한 연구를 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안개상자의 종류와 물리학적 기여


윌슨이 발명한 안개상자는 단열팽창형 안개상자로, 피스톤을 이용해 관찰용기 내부를 단열팽창시켜 냉각되면서 발생하는 과포화 기체층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 동안 방사선 비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후, 1939년 미국의 랭돌프는 확산형 안개상자를 만들어 용기의 바닥을 드라이아이스 또는 냉각기로 냉각함으로써 방사선의 비적을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하였다. 안개상자를 이용한 물리학실험으로는 1924년 러더퍼드의 원자핵 파괴 실험의 증거사진을 들 수 있다. 러더퍼드는 알파입자가 질소의 원자핵에 부딪혀 산소 원자핵과 양성자로 변환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또 1932년에는 폴 디랙의 양전자 존재설을 입증하기 위해 칼 앤더슨이 전기장에 대해 수직으로 움직이는 전자와 양전자가 곡선운동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 연구의 결과, 디랙은 1933년에, 엔더슨은 193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안개상자로 방사선의 흔적을 보자

국립과천과학관 기초과학관에는 관찰조의 크기가 400*400mm이며, 깊이는 60mm인 상설전시용으로 제작된 확산형 안개상자가 있다. 작동원리는 먼저, 상판의 히터 유리를 데우고 알루미늄 바닥판을 냉각함으로써 관찰조의 급격한 온도차이(약 60도)를 만들어 낸다. 관찰조 상부에서는 따뜻하기 때문에 기화한 에탄올이 포화 상태가 되고, 차가운 하부에는 두께가 약 20mm에 이르는 과포화 상태의 에탄올 기체층이 만들어진다. 이때 과포화 기체층에 방사선이 통과하면 통과하는 길을 따라 이온들(질소 이온이나 산소이온)이 에탄올 분자를 응축해서 안개를 만들면서 비행기 구름과 같은 방사선 비적을 남긴다.

 

안개상자에 나타난 베타선의 흔적들

안개상자에 나타난 두꺼운 직선 형태의 알파선의 흔적

 

 

비적 중에 비교적 두꺼운 직선형태의 비적은 알파선이 이동한 흔적이고, 거미줄 모양의 가는 비적들은 베타선이 이동한 흔적이다. 전자기파인 감마선은 이온들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안개상자를 통해 비적을 관찰할 수 없고, 다만, 감마선에 의한 콤프턴 산란으로 질소나 산소에서 전자가 튀어나와서 생기는 베타선 비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렇게 가로, 세로 40cm의 좁은 관찰조 내에 생기는 방사선의 비적 수는 초당 수십 개에 이른다. 만약, 과천과학관 인근의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다면, 안개상자를 통해서도 바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광훈 / 국립과천과학관 경영기획과 연구사
부산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2007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국립과학관추진기획단에서 과학관 전시물 제작 감독업무를 맡았으며, 현재는 국립과천과학관 경영기획과 근무.

자료 제공 국립과천과학관


발행일 
2011.05.

'Natural science > 화 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러운 폭탄-방사능을 이용하는 폭탄  (0) 2012.07.04
방사능 연대측정  (0) 2012.07.04
방사선 진단  (0) 2012.07.04
방사능의 발견  (0) 2012.07.04
방사선의 인체영향  (0) 2012.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