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니아들도 맞추기 어려운 퀴즈 하나. 2루에 있던
주자가 1루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한 번의 출루로 2루 도루를 2번 할 수 있을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났다.
20일(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 시카고 컵스 경기. 8회말 밀워키 선두타자 진 세구라는 내야안타를 쳤다.
세구라는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라이언 브론이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 컵스 우완투수 케빈 그레그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투구를 하지 않고
3루수 루이스 발부에나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더블스틸을 시도했던 밀워키가 완벽하게 런다운에 걸린 상태. 발부에나는 공을 받아 3루로 뛰려던
2루주자 세구라를 2루로 몰았다. 세구라는 2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태그를 피했다. 그러나 이미 2루에는 브론이 도착해
있었다.
발부에나는 넘어져있는 세구라를 태그한 뒤 브론을 다시 태그하고 마지막으로 세구라를 태그했다. 브론은 2루에 서 있었고,
세구라는 옷에 묻은 흙을 털며 1루 더그아웃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본 세구라는 갑자기 1루를 향해 빠른 걸음을 딛었고, 1루 베이스
위에 섰다. 심판은 브론의 아웃만을 인정했고, 세구라가 1루로 돌아간 것을 인정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야구규칙 7.03은 '두
주자가 동시에 같은 베이스를 차지할 수 없다. 인플레이 중에 두 주자가 같은 베이스에 닿고 있다면 그 베이스를 차지할 권리는 앞 주자에게 있으며
뒷자는 태그당하면 아웃된다'는 내용이다. 발부에나가 태그하는 순간 두 명의 주자는 모두 2루에 닿았기 때문에 선행주자 세구라는 살아 있었고,
브론만 아웃된 것이다. 당시 2루심은 손가락으로 브론을 가리키며 아웃을 판정했다.
그러나 세구라는 자신이 죽은 것으로 착각했고,
뒤늦게 사인을 받고서야 자신이 살았다는 걸 알고 비어있던 1루로 뛰어갔다. 컵스 수비진도 세구라를 쫓았지만 1루에는 수비수가 없어 살려주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홈팀 밀워키의 더그아웃이 1루 쪽이어서 나온 해프닝이었다. 기록상으로는 브론의 도루자와 세구라의 1루 역주행이
기록됐다.
최근 국내 아마야구에서도 역주행이 나온 적이 있다. 2010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부산고 박종규는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다음 타자의 희생번트 때 무사히 2루에 도착했으나 천천히 걸어서 1루로 돌아왔다. 청주고 내야수의 '파울'이라는 거짓말에 속아서였다.
박종규는 끝내 도루를 성공시켜 2루까지 갔다.
그러나 '죽다 살아난' 세구라는 다시 2루를 밟지 못했다. 2사 뒤 재차 2루 도루를
시도한 세구라는 태그 아웃됐다. 한 번의 출루로 2번 같은 베이스를 훔치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