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장력으로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혀 있다. <출처:(cc) Michael Apel>
고체 표면에 물을 뿌리면 방울이 맺히기도 혹은 넓게 퍼지기도 한다. 왁스를 칠한 유리 표면에는 물 방울이 맺히고, 반면에 깨끗한 유리 표면에는 물이 넓게 퍼져 얇은 막이 형성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상태의 유리 표면과 표면장력이 큰 물의 상호작용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토란(혹은 연꽃) 잎 표면에 내린 비는 마치 유리구슬 같은 물방울이 되어 굴러다니고, 소금쟁이가 수면 위를 여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도 물의 표면장력으로 인한 것이다. 이번에는 물(혹은 액체)의 표면장력에 대해 생각해보자.
표면장력의 원인은?
물을 비롯한 액체 상태의 물질들은 수 많은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액체내의 분자들은 매우 가까이 있어서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그런데 비해서 기체 상태의 분자 간의 힘은 액체 상태의 분자 간의 힘보다 작고, 고체 상태의 분자 간의 힘은 오히려 액체 상태의 분자 간의 힘보다 크다. 그것은 기체 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고체 분자들은 액체 분자들 보다 더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면장력의 원인을 설명한 그림 : 액체 내부에 있는 물 분자들은 모든 방향에서 서로 균등한 힘이 작용하므로 안정이 되어 있으나, 공기와 접촉된 액체 표면의 물 분자들은 그렇지 않다.
액체는 용기 모양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액체내의 분자들은 위치에 따라 분자들이 갖는 에너지 혹은 환경이 다르다. 즉 액체 내부에 있는 분자들의 에너지와 액체 표면으로 노출되어 기체 혹은 고체와 접촉하는 분자들의 에너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서 액체는 독특한 성질을 띤다.
예를 들어서 물 방울이 공기에 노출되었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 경우에 물 방울의 표면에 노출되어 공기와 접촉하는 물 분자의 에너지와 물 방울 내부에 있어서 온통 물 분자로 둘러싸인 물 분자의 에너지는 다른 것이다. 같은 물 분자로 둘러싸여 있는 액체 내부에 있는 물 분자들은 모든 방향에서 서로 균등한 힘(인력: 수소결합으로 인한 끌림)이 작용하므로 안정이 되어 있다. 반면에 공기와 접촉된 액체 표면의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서 같은 분자들이 끄는 힘은 변함이 없겠지만, 공기 방향에서는 그런 힘을 기대할 수 없다.
즉 표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물 내부에서 끌어 당겨 발생되는 액체가 압축되려는 힘과 그것에 저항하여 더 이상 압축이 안 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룰 때 안정이 이루어 진다. 그러므로 표면에 노출된 물 분자들은 액체 내부에 있는 다른 물 분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안정되어 있다. 따라서 물 방울은 공기와 접촉된 물 방울 표면에 가급적이면 물 분자를 최소로 노출시켜야 최대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동일한 부피의 액체이면서 표면적이 최소로 되는 기하학 구조는 구이다. 따라서 물 방울이 구 모양을 유지하는 것은 기체와 접촉되는 물 분자의 수를 최소로 하려는 자연스런 결과인 셈이다.
이처럼 액체 분자들이 서로 끄는 힘으로 형성되는 가상의 액체의 표면은 마치 탄성 막처럼 다룰 수 있다. 결국 표면장력은 동일한 분자 간의 인력인 액체 응집력이 표면에서 특별히 효과를 발휘하는 힘이다. 많은 액체 중에서도 물의 표면장력이 큰 것은 액체 상태에 있는 물 분자간의 상호작용, 즉 인력이 크기 때문이며, 그것은 물의 수소결합이 원인이다.
실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금속인 수은은 물보다 훨씬 더 큰 표면장력을 갖고 있다. 수은의 금속결합은 물의 수소결합보다 훨씬 더 강하므로 수은의 표면장력은 당연히 물의 표면장력보다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은이 구 모양을 유지하려는 경향은 물이 구 모양을 유지하려는 경향보다 큰 것이다.
수은은 표면장력이 물 보다 훨씬 크다.
표면장력의 변화와 크기
액체가 응집하는 힘의 결과로 생성된 액체 표면 막을 부수는 데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얇은 플라스틱 막을 찢으려면 힘이 필요한 것처럼, 액체 표면 막을 파괴하는 데 힘이 들 것이다. 또한 분자 간 응집력을 극복하면서 액체 막의 표면을 넓히려면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표면장력은 힘 혹은 에너지 단위로 표현된다. 액체 분자간의 응집력은 액체의 종류에 따라 다를 것이며, 같은 종류의 분자간의 응집력도 온도에 따라 혹은 다른 종류의 분자들이 있다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이 된다. 그런 이유로 해서 액체의 표면장력은 액체의 종류에 따라, 온도에 따라, 순도에 따라 달라진다. 물 혹은 수은 같이 액체 분자간 끄는 힘이 큰 액체의 가상적인 표면 막을 찢을 때 혹은 막의 표면적을 확장 할 때는 다른 액체의 경우보다 더 많은 힘과 에너지가 요구된다.
표면장력의 크기는 액체 표면 막을 단위 길이만큼 찢는데 필요한 힘(N/m) 혹은 액체 표면 막을 단위 면적만큼 확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joule/m2)로 표현할 수 있다. 힘의 단위인 뉴턴(N)과 에너지 단위인 주울(joule) 사이에는 N = joule/m 관계이므로 표면장력의 크기를 어떤 단위로 나타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힘의 단위를 뉴턴 대신에 다인(dyne: 105 dyne = 1N)으로, 길이 단위를 미터 대신 센티미터(cm)를 사용하면 표면장력의 크기는 dyne/cm로 나타낼 수 있고, 실험실에서도 dyne/cm 단위를 주로 사용한다. 실온(25℃)에서 물의 표면장력은 약 72 dyne/cm, 벤젠의 표면장력은 약 29 dyne/cm, 수은의 표면장력은 약 486 dyne/cm이다. 물의 표면장력이 100oC에서는 약 59 dyne/cm로 감소된 것은 액체 분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분자 간의 응집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오목한 유리 접시에 놓인 수은 방울의 표면장력을 변화시키면 수은 방울의 크기가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은 방울의 규칙적인 움직임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다고 해서 수은 박동 심장(mercury beating heart) 이라 부른다. 이런 재미난 광경은 수은의 표면장력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수은 박동 심장(mercury beating heart) 동영상
표면장력의 변화와 계면활성제
물의 표면장력은 물의 온도가 증가하면 혹은 물의 표면으로 모이는 성질이 있는 분자들을 첨가하면 감소한다. 물의 표면장력을 감소시키는 대표적 물질로 비누를 포함한 세제를 꼽을 수 있다. 비누가 녹은 수용액의 표면장력은 순수한 물의 표면장력보다 월등히 작다. 이처럼 액체의 표면장력에 변화를 주는 물질을 통틀어 계면활성제라 부른다. 계면(interface)이란 동일한 상(phase) 혹은 다른 상이 접촉되어 형성되는 면이다. 그러므로 계면활성제는 액체내의 분자 간에 작용하는 응집력에 변화를 주고, 액체와 접촉되어 형성되는 액체/액체 간, 액체/고체 간, 액체/기체 간의 계면 성질에 변화를 가져오는 물질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액체 표면장력의 변화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액체가 접촉될 때 생성되는 계면의 특성도 변화를 일으키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체 표면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혹은 액체 표면장력의 변화를 주면 액체와 접촉하는 계면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그러므로 계면(액체/액체, 액체/고체, 액체/기체)을 연구하고 응용하려면 계면활성제의 종류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제를 쓰면 그름에 찌든 때가 잘 빠지는 것은 역시 표면장력의 감소 때문이다.
물의 표면장력 변화에 대한 관찰과 응용
다른 액체에 비해서 표면장력이 매우 큰 물로 인해서 여러 가지로 기이한 현상이 만들어 진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철로 만든 페이퍼 클립을 천천히 수면 위에 올려 놓아도 클립이 물위에 둥둥 떠 있다. 또한 물 웅덩이에 있는 소금쟁이가 수면 위를 뛰어 다녀도 물 속으로 빠지지 않는다. 이것은 밀도가 물보다 큰 클립이 가라앉지 않지 않도록 받쳐주는 힘, 소금쟁이의 몸 무게를 떠 받치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며, 마치 수면에 얇은 탄성 막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 막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표면 물 분자들의 인력인 표면장력 때문인 것이다.
물에 뜬 클립<출처:(cc) Alvesgaspar at Wikimedia.org> | 소금쟁이<출처:(cc) PD(Megodenas at Wikimedia.org)> |
유리에 기름 성분이 남아 있는 지 여부는 물을 뿌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유리 표면에 기름이 남아 있다면 물은 구 모양을 유지할 것이다. 그것은 기름과 물이 서로 섞이지 않고, 물의 표면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리 표면이 깨끗할 경우에는 물은 표면에 넓게 퍼져 얇은 막이 형성된다. 이것은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성질을 띤 유리 표면과 물 분자의 상호작용인 접착력이 물의 표면장력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한편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띤 소수성 고분자로 옷감의 표면을 코팅하면 방수 기능을 갖춘 옷감을 만들 수 있다. 소수성 고분자 표면에서는 물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므로 물은 그런 옷감 위에서는 구 모양을 유지할 것이므로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수성 성질이 뛰어난 연꽃(혹은 토란) 잎의 표면 특성을 모방한다면 아주 뛰어난 방수 기능을 갖춘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의 표면장력과 모세관 현상
만약에 유리로 만든 양쪽이 뚫려있는 모세관을 물통에 꽂으면 물은 모세관을 따라 위로 상승한다. 따라서 모세관 내에 있는 수면의 높이는 모세관이 꽂혀있는 물통 수면의 높이보다 항상 높다. 그러나 물보다 표면장력이 훨씬 큰 수은의 응집력은 수은과 유리 표면 간의 접착력(adhesive force)보다 크다. 따라서 모세관 내의 수은표면의 높이는 오히려 저장용기에 있는 수은 표면의 높이보다 낮다. 이것은 유리와 접촉되는 액체 분자들 간의 응집력과 액체 분자와 유리 표면 간의 접착력에서 물과 수은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은 친수성 유리표면과 접착력이 더 커서, 표면장력이 물보다 훨씬 큰 수은은 응집력이 더 커서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모세관 안의 물과 수은의 모양을 표시한 그림.<출처:(cc) MesserWoland at Wikimedia.org)>
모세관 내벽을 따라서 상승한 물의 표면에서는 2 종류의 계면이 존재한다. 하나는 물의 수면이 공기와 접촉하는 액체/기체 계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세관의 내벽과 물이 맞닿는 액체/고체 계면이다. 표면에 노출된 물 분자와 공기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힘은 거의 없지만, 물 분자가 친수성 유리 표면과 상호작용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크다. 모세관 내 중앙의 수면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리 표면과 접촉된 수면은 유리관을 따라서 약간 위쪽으로 들어 올려져 있는 것은 유리 표면과 물 분자의 접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모세관 내의 수면은 오목한 모습이다. 수은의 경우에는 유리표면과 접촉된 수은의 가장자리 부분이 오히려 쳐져 있는 볼록한 모습이다. 이것은 수은 원자 간의 응집력이 수은과 모세관 유리 표면간의 접착력보다 훨씬 더 커서 생긴 일이다. 참고로 수은의 표면장력은 물의 표면장력의 약 6 배 이상이다.
상승하는 물의 높이는?
모세관 내의 물의 상승은 물의 표면장력과 중력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며, 중력이 작용하여 모세관의 물을 끌어 내리려는 힘과 물의 표면장력이 미치는 힘이 같아질 때까지 상승한다. 물이 중력을 거슬러 상승하는 높이(h)는 모세관의 반지름(r), 물의 표면 장력(γ) 및 밀도(d), 중력가속도(g)에 의존한다. 모세관 내의 물 질량에 중력이 작용하는 힘은 d×πr2×h×g 로 나타낼 수 있다. 물의 밀도(d)와 모세관 내에 물이 채워진 부피(πr2×h)를 곱하면 모세관 내의 물 질량(m= d×πr2×h)이 된다. 물 질량에 중력가속도(g)를 곱한 것(d×πr2×h×g =mg)이 중력이 물에 작용하는 힘이며, 그것은 F = ma 라는 힘과 같은 차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맞서 물을 상승시키는 힘은 물의 표면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크기는 2πr×γ×cosθ 이다. 여기서 θ 는 모세관 내의 유리 표면과 수면이 접촉되어 형성하는 접촉 각으로, 물의 경우 거의 0 이다. 따라서 cosθ는 1로 접근하므로 힘의 크기는 2πr×γ 이 된다. 여기서 2πr 은 모세관 내벽의 원주이며, 상승한 물의 높이에서 물의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길이에 해당된다. 물의 표면장력(dyne/cm)과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길이(cm)를 곱한 것(dyne)은 힘이며, 그 크기는 2πr×γ 이고, 이것이 바로 중력과 대응되는 힘 즉 물기둥을 끌어올리는 힘인 것이다. 결국 두 종류의 힘(모세관 내의 물 기둥에 미치는 중력의 힘 = 표면장력×거리)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물은 상승할 것이다. 힘의 균형을 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고,
이것을 모세관 내의 물 높이(h)에 대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따라서 상승한 물 높이(h)는 물의 표면장력, 물의 밀도, 모세관 내벽의 반지름, 중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만약에 모세관의 반지름, 액체의 밀도, 중력가속도를 알고 있다면 액체의 높이를 측정하는 것으로 액체의 표면장력을 측정할 수 있다.
나무 껍질 속에는 식물의 섬유질로 만들어진 무수한 모세관이 존재한다. 식물은 별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뿌리에서 높은 위치의 가지 끝까지 물을 공급한다. 아마도 모세관 현상과 동시에 삼투 현상이 진행되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것이 더 크게 작용할 지 따져보는 일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계면에 대한 이해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물은 액체로서 표면장력이 매우 크다는 특수한 성질을 지닌다. 물과 접촉되어 형성되는 계면의 특성과 종류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런 계면의 이해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더 나아가서 이온과 분자가 포함된 수용액 또는 비수용액이 전도성 고체 혹은 비전도성 고체와 접촉되면서 형성되는 계면의 특성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할 일이 엄청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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