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daily/어원,시사,명언(속담),야화

고사성어에 길을 묻다

나 그 네 2015. 1. 10. 10:09

◆나의 갈 길을 배운다

 

 

중국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중국의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이해하는 데

고사성어의 습득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고사성어중국의 문화와 언어에 완벽하게 스며들어

일상적인 대화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사성어는 중국인의 사고와 생활 속에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 자리한

고사성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온고지신을 통해 길을 찾아가다

 

 

중부매일신문에 2년간 매주 연재된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이야기'

재구성해 했다.

 

총 8장으로 구성되어

1.힘든 세상살이,

2.지혜가 필요하다',

3.더불어 사는 지혜',

4.떠내려가는 대한민국',

5.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6.살기 팍팍한 청춘에게 고함' 등

  인생, 사회, 나라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필자 배득렬 교수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고,

청주고와 충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와 북경사범대학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년 전,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한 제자의 제안으로 시작했던

고사성어의 연재는

당초 신문기사의 내용 중

교육에 관련된 것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배교수는

매번 시사성 짙은 글을 찾아

당시의 세태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이 글에 담았던 것이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현실에서

고사성어에 담긴 삶의 지혜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필자는 중국 유학시절, 중국인들이

고사성어를 많이 쓰는 걸 보고 놀랐고

 

고사성어를 모르면 중국인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 자리한

고사성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국인을 이해하는 방법이란 생각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네 글자안에 역사, 철학, 삶의 지혜를

다 담고 있는 함축적인 매력

 

치망설존(齒亡舌存)

-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한대(漢代)의 유명한 학자 유향(劉向)의

<설원(說原)>

다양한 삶의 지혜를 담은 글로 유명하다.

 

이 글에 실린 한 대목을 소개한다.

노자(老子)는

스승의 중병 소식을 접하고

급히 스승을 찾아가 뵈었다.

 

사제 간의 대화 속에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지혜가 숨겨져 있다.

 

 

 

"병환이 이렇게 깊으신데 

 제게 분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내 혀와 이가 아직 모두 있느냐?"

"혀는 아직 있지만 이는 없습니다"

 

"이는 없어졌는데

혀가 남아 있는 이유를 아느냐?"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남아있을 수 있지만 

 딱딱한 치아는 

오히려 사라지고 없는 것이지요"

 

"천하의 모든 이치가 그 안에 있느니라"

 

 

 

중국인들은

이유제강(以柔制强)

처세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긴다.

 

세상사는 알 수 없는 일도 많고,

분란도 많아서 툭하면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이런 분쟁을 해결하려고 대개는

힘이나 돈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결은

분쟁을 잠시 덮어 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이를 해결이라고

결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한 해결은

나와 상대가 모두 인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일 처리를 할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은 아내가 도반들과

상원사로 수행을 떠나는 바람에

며칠 살림을 맡았다.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에서

경영하는 동네 인근의 슈퍼에서 

강릉초당순두부를 구입해

냉장보관했다가 아침에 찌개를 끓였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작은 딸이 맛을 보더니 

이상하다며 이내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역시 맛이 이상했다.

 

 

 

백화점 임원 출신답게 나는

슈퍼 개점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대화로 서로 충분히 통했다.

고객센터에서

찌개 샘플을 조금만 담아 가져 오라기에

그렇게 했다.

전액 환불 받았다.

 

 

 

그런데,

홈쇼핑에 근무하는 한 후배의 말에 의하면

물건을 구입해 실컷 사용하고는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 때문에

혈압이 오른다는 것이다.

 

 

 

심복구복(心服口服)이란 말이 있다.

마음으로 감복하면

입으로도 복종한다는 말이다.

 

이는 마음으로 상대의 견해를 존중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요즘 자주 언론을 타는

층간 소음에 의한 폭력도 그렇다.

가는 말이 곱지 않으면

돌아오는 말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는 진리이다.

바로 사람들이 유연성을 잃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크고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입술이 없다면 

당연히 이가 시릴 것이다.

특히, 추운 겨울엔 더욱 심할 것이다.

 

 

 

중국 고사에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춘추좌전(春秋左傳)>

'희공(喜公) 오년조(五年條)'에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작은 이해 득실만 쫓다가는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기원전 655년, 춘추시대의 말엽

진(晉)나라의 남쪽에 작은 두 나라가 있었다.

우(虞)와 괵(虢)이 있었다.

강대국인 진은 호시탐탐 이 두 나라를 노렸다.

진이 괵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우를 통과해야만 했다.

하루는 진의 헌공(獻公)이 대신들과

두 나라를 정복할 계책을 상의하고 있었다.

 

"괵을 치려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를 공격해 함락시키면

일거양득(一擧兩得)입니다"

 

 

 

이에 우나라에서도 회의가 열렸다. 

관원 관지기(官之奇)는 우나라 왕에게

"괵나라와 우나라는 마치 입술과 이의 관계와 같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기 마련인 것입니다'

 

만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반드시 멸망할 것이니

길을 절대 빌려주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주청했다.

 

 

 

하지만, 멍청한 우나라 왕은

진으로부터 상납받은 재화에 눈이 멀어

진의 요구를 들어주고 말았다.

 

결국 우나라를 통과하여 괵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 군대는 귀국하는 길에 일거에

우나라를 쳐 멸망시키고 만다.

 

 

 

한국전쟁 때

중국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

참전 여부를 고민할 때 대부분의

당지도자들이 참전 불가를 건의했지만

 

모택동

'순망치한, 호파당위(戶破堂危)'

논리를 펼치며 참전을 감행함으로써

비행조종사인 그의 장남이 죽고

무려 14만 명의 중국 군인이 사망했다.

 

 

 

호파당위~

대문이 무너지면 집 본채가 위험해진다

 

이 말엔 또 다른 교훈도 있다.

'인접한 국가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나라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정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정치판의 놀음을 바라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억울한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정치판의 논리로

자기들의 이해득실만 계산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들을 위한

시스템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다.

 

 

 

북한은 툭하면 미사일을 쏴 대고,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어거지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면서

자위권 발동 운운하면서

군비 무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또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앞세워

과거 역사 속의 강대국 차이나의 모습이다.

 

집안 싸움에만 매달리지 말고

눈을 이웃 나라들에게 돌려 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부형청죄(負荊請罪)

-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치인들에게 맡겨선 안 될 일인 것 같다.

 

정부가 나서서 일사천리로

처리해야 할 일처럼 보인다.

 

 

 

다시는 이와같은

인재(人災) 사고로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시스템을 확립하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던

비리 공무원을

깨끗하게 청산하는 일만이라도 해야

응어러진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웃 나라 일본이

위안부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난할 일이 아니라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

 

역사 드라마를 그리 많이 시청하면서

우리는 왜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하는

지도자가 없는지 아쉽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듯이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나라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염파인상여열전'에 나오는

뉘우침의 일화를 소개한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인상여(藺相如)는

많은 공을 세워 대관(大官)에 봉해졌다.

그 지위는 대장군 염파(廉頗)보다 더 높았다.

 

전쟁터에서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나라를 위해 싸웠던 염파로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염파는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인상여에게 모욕을 주기로 맘 먹고 있었다.

 

 

 

한편, 인상여가 이를 알고

되도록 염파를 피하자

그의 측근들이 불만을 표했다.

이에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결코 염파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안위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오.

 

만일 내가 고집을 세우면서 그와 싸운다면

그것은 적국에게 이로운 기회를 줄 뿐이오"

 

 

 

염파는 이 말을 전해 듣고는 

크게 부끄러웠다.

 

그는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메고

스스로 인상여의 집 앞에 가서

용서를 구했다.

 

이 고사를 '육단부형(肉袒負荊)'

또는 '부형청죄'라고 말한다.

 

 

 

염파 대장군은

막강한 진(秦)나라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다.

 

인상여는 정치와 외교의 달인으로

진나라에 빼앗겼던 '화씨지벽(和氏之壁)'

찾아온 인물이었다.

 

실제 진나라는 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시도했다.

 

 

 

눈앞의 성과나 결과물에 매몰되어

인간의 소중함을 망각해버린 대한민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줄 의무가 있는 정부.

국민과 정부을 매끄럽게 이어줄 책임이 있는 정치인.

 

이들 모두는

염파 대장군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방비책을 튼튼히 세워라.

더 이상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

석고대죄하고, 부형청죄를 하라.

 

 

 

 

종선여등, 종악여붕 (從善如登, 從惡如崩)

- 원칙과 도덕이 무너지면 미래도 없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무너진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허망하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착함을 행하기는 어려우나,

악함을 행하기는 쉽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배운 이 말을

나는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이에 관련된 고사가

<국어(國語)>'주어(周語편)'에 나온다.

 

 

 

동주(東周) 말년,

주경왕(周敬王)의 신하 왕자조(王子朝)가

무능한 왕을 폐위시키고

새로운 왕을 옹립한다는 미명하에

반란을 일으켰다.

 

주경왕은 수도 낙읍(洛邑)을 버리고

성주(成周)로 도망쳤다.

함께 도망친 대신들이 경왕에게 성을 쌓아

새로운 도읍을 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진(晉)나라의 집정자였던

위서(魏舒)는 찬성했지만,

위(衞)나라의 대부 표혜(彪傒)는 반대했다.

 

표혜는 선을 따르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따르는 것은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면서

 

성공을 향해 발전하는 것은 힘들지만,

패망으로 가는 길은 매우 빠름을 설명했다.

 

 

 

상조(商朝)가 현왕(玄王)에서 시작되어

14대의 노력을 거쳐 정식으로 왕조를 이룩했다가

 

제갑(帝甲)에 이르러 쇠퇴하기 시작해

7대만에 멸망했음을 비유하며

 

현재의 주조(周朝)는 유왕(幽王)에서 시작해서

14대에 걸쳐 내리막길을 걸었으니

붕괴가 어찌 멀다하겠냐?고 말했다.

 

표혜의 주장은 어리석은 왕을 내친다고

반란을 획책하는 신하나,

 

신하에게 쫓겨난 우둔한 왕이

새로 왕국을 건립한다 해도

전혀 성공을 기대할 수 없기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제 동주는 미녀 포사(褒姒)에게 미쳤던

유왕 때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경왕 이후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멸망했다.

 

 

 

세상은 돌고 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성공과 실패는 결국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달렸다.

 

아무리 긴 역사를 지닌

왕조나 명문가라 할지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초출모려제일공(初出茅廬第一功)

"오두막에서 나오자마자 큰 공을 세웠다"

 

초출모려(初出茅廬),

성공 뒤에는 수많은 땀과 노력이 있다.

미국 다저스팀에서 활약중인 류현진 투수는 

여러 차례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기량을 다투는 메이저리그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 역시 초출모려한 것이다. 

 

 

 

제갈량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조조의 장군 하후돈의 10만 대군을 격파했듯,

류현진 투수도

뛰어난 피칭으로 벌써 15승을 거두었다.

최근 등판에서 부상을 입고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안타깝다. 

 

 

 

제갈량과 류현진 선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는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하지만 수많은 땀과 고통이 수반되는

준비 과정이 있어야 훌륭한 결과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제갈량과 류현진 선수에게서 다시 배운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갈 길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