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상수리 열매
이야기 1)
옛날, 어느 나라에 한 임금이 있었다. 그런데 임금은 평소에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않고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고, 향기로운 술을 마시며 궁녀들과 어울려 방탕하게 놀기만 하였다.
그런데 어느 해 겨울에 이웃에 있는 오랑캐들이 이 나라의 땅을 빼앗으려고 쳐들어 왔다. 그러자 임금은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허둥지둥 깊은 산속으로 피난하였다. 신하들과 백성들은 처음에는 임금을 따랐으나 먹을 것이 떨어지자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식량이 떨어지자 임금은 배가 고파서 남아 있는 신하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서 다람쥐가 주워 먹는 ‘톨’을 주워 모으기 시작하였다.
‘톨’을 주워 모아서 껍질을 까서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내고 삶아서 먹거나 구워서 먹고 묵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임금은 ‘톨’을 먹은 덕분에 굶주림에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톨’이 이렇게 귀하고 맛이 좋은 음식인 줄 미처 몰랐소. 앞으로 이 ‘톨’을 ‘수라’라고 부르도록 하시오. 지금 우리한테는 가장 귀한 음식이므로 ‘상수라’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
“곰이나 멧돼지들이 먹는 떫고 맛이 없는 ‘톨’을 임금님께서 ‘상수라’라고 부르게 하셨다고 하오. 이제야 우리 임금님께서 정신을 바로 차리신 모양이오. 우리 백성들도 모두 같이 일어나서 오랑캐를 물리치고 나라를 찾는 것이 어떻겠소?”
“그렇게 합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싸워서 오랑캐를 무찌릅시다.”
마침내 백성들은 쇠스랑과 괭이를 들고 일어나서 오랑캐를 무찔러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오랑캐들이 물러가자 임금은 궁궐로 돌아왔고 나라는 편안해졌다. 임금은 신하들과 백성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앞으로는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오랑캐들이 다시는 이 나라를 침략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임금의 결심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간신들이 나타나서 다음과 같은 말로 임금을 꼬드겼다.
“전하께서 나라를 잘 다스리셔서 태평성대가 되었습니다. 육체가 건강하셔야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과 훌륭한 비단옷과 아름다운 미녀들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임금은 다시 옛날의 방탕한 시절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를 걱정한 한 늙은 신하가 임금님을 찾아가서 ‘톨’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이것은 임금님께서 오랑캐를 피해서 피난하여서 굶주릴 때에 가장 귀하게 여겼던 음식입니다. 임금님께서 ‘상수라’라고 이름을 붙여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한 번 맛을 보십시오.”
임금은 ‘톨’을 한입 먹다가 도로 뱉어내며 말했다.
“아이코, 떫어! 이처럼 맛이 없는 것을 어떻게 먹는단 말이오. 어찌 이것을 ‘상수라’라고 부를 수 있겠소. 도로 ‘톨’이라고 부르도록 하시오.”
이렇게 하여 ‘톨’은 도로 톨이 되어 ‘도토리’하고 부르게 되었고, ‘상수라’는 ‘상수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 2)
도토리
도토리나무가 너도밤나무가 된 이야기이다.
옛날에 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어린아이를 보고 호랑이로 인해 죽을 운명이라고 했다. 아이 아버지가 깜짝 놀라 대책을 묻자, 스님께서는 밤나무 백 그루를 심으면 죽을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 실제로 호랑이가 아이를 잡으러 왔다. 아버지는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으니 당장 물러가라 했지만, 호랑이는 꿈쩍도 안 했다. 으르렁거리며 호랑이는 한 그루가 말라 죽었다며 당장 아이를 잡아가려 했다.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도토리나무가 “나도밤나무다”라고 말했다. 그 소리가 얼마나 또록또록했는지 호랑이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뒷걸음질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도토리나무에게 “그래, 너도밤나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야기 3)
도토리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로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상수리나무의 도토리가 가장 크고 약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이정록 시인의 〈정말〉이라는 시집(詩集)에는 도토리와 상수리를 구별하는 재미있는 시가 있다. 일부를 소개하면 ‘귓구멍에 박아 넣어도 쑥 빠지면 상수리, 큰일 났다 싶어지면 도토리/ 묵을 쒔을 때 빛이 나고 찰지면 상수리, 거무튀튀하고 틉틉하면 도토리’라는 내용이다. 상수리는 일반 도토리들에 비해 크고 더욱더 훌륭한 음식 재료가 된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반면에 ‘도토리 키재기’라는 속담이 있다. 작은 도토리들이 서로 자기들이 크다고 견주는 것이다. 따라서 도토리는 작은 것을 대변한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과거를 보러 가던 박달 도령에게 금봉낭자가 도토리묵을 싸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전설을 노래한 ♬ ‘도토리 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로 끝나는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유행가도 있다.
모든 나무의 도토리는 묵을 만들 수 있지만, 색과 맛에는 차이가 있다.
도토리묵
「동의보감」에 도토리에 대하여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고 떫으며 독이 없다.’라고 했다.
대표적인 효능은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살을 오르게 한다.’ 도토리에는 타닌이 많다. 타닌은 식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폴리페놀 중 하나로 대장(大腸)에서 장내의 수분을 흡수하도록 촉진한다. 이것이 설사를 멎게 하는 이유다. 덜 익은 감을 먹었을 때 변비가 생기는 이유도 바로 타닌 때문이다. 도토리 가루를 상비해두고 급할 때 이용하면 좋겠다. 도토리를 약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말린 것을 가루 내 보관해두면 된다. 설사가 날 때 활용하고자 한다면 물에 담가 떫은맛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차처럼 끓여 마시는 것보다 도토리 그 자체로 섭취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평소 설사가 잦은 사람들은 설사가 심하게 날 때 말린 도토리 가루를 미음 상태로 끓여 먹는다. (한동하의 ‘식의 도감’의 일부 발췌)
반면에는 변비가 심한 사람은 도토리 섭취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토리는 장출혈(腸出血)이나 치질(痔疾)에 의한 항문 부근의 출혈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본초강목」에는 도토리 가루와 쌀가루를 1 : 1의 비율로 적당량 섞어 불로 노랗게 볶아 뜨거운 물로 반죽한 후 과자처럼 떡을 만들어 먹거나 밥처럼 쪄서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구황식품(救荒食品)이었다. 「동의보감」에는 ‘도토리를 삶아서 먹으면 속을 든든하게 해서 배고픈 줄을 모르게 한다. 그러므로 많이 구해서 흉년을 대비하여 많이 준비해 두어야 한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도 도토리를 쪄서 밥처럼 먹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도토리를 15회 정도로 물을 바꿔가면서 물에 담갔다가 떫은맛을 걸러낸 다음 쪄서 익혀 먹으면 굶주림을 면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도토리는 흉년의 기아(飢餓)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도토리에는 100g당 40kal로 저열량 식품이다. 수분이 높아 적은 양을 섭취해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타닌성분은 지방 흡수를 억제해주는 기능을 헤 체중 감량과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다.
당(唐)나라 시성(詩聖)인 두보(杜甫)가 유랑생활을 할 때도 도토리로 연명(延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도토리에 함유된 아콘 산은 뛰어난 중금속 정화 효과로 몸속의 안 좋은 물질을 흡수 배출시키고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또한 타닌의 역할이다. 중금속뿐만 아니라 금속이 대부분인 미네랄까지 배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빈혈이 심하거나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도토리묵을 삼가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출처 : 경남연합신문(http://www.kny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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