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창] 이광이 | 잡글 쓰는 작가 지리산의 그리운 이름들, 운봉 인월 달궁 뱀사골 마천 백무동…. 이정표에 그런 이름들이 스쳐 지나가면 얼마나 반가운지, 어릴 적 떠났던 고향어귀에 들어서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사는 일이 곤궁할 때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는 까닭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한 사나흘, 다리에 힘을 기르고 산이 일러주는 한 소식을 듣고 내려오면 ‘밥벌이의 지겨움’ 속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남원 산내면 실상사 가는 길, 지리산의 북쪽 갈래다. 볕이 잘 드는 구례 하동의 남사면을 ‘겉 지리’라 하고, 해가 짧은 남원 함양의 북사면을 ‘속 지리’라 한다. 겉 지리는 양명하여 중이 사는 절집이 많았고, 속 지리는 음영이 짙어 당집(巫堂)이 많았다고 한다. 백무(白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