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효성 창업주 초등학교 동창…
하이닉스 인수참여로 뒤처진 효성 도약여부 주목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 지금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된 삼성그룹과 LG(옛 럭키금성)그룹의 창업주들이 1920년대에 나란히 다니던 학교다.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故) 구인회 회장은 2학년 때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다. 효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도 이 학교 출신. 오늘날 한국을 먹여살리는 걸출한 ‘3星(성)’의 창업자들이 모두 이 학교를 나온 셈. 조 회장과 이 회장은 나중에 삼성물산공사를 합작했던 각별한 인연도 있다. 이 회장의 청산 요구로, 조 회장은 당시 부실기업으로 은행 관리를 받던 한국타이어와 한국나일론에 삼성이 갖고 있던 주식 3분의 1가량만을 받고 결별했다는 일화는 창립 43년 된 효성그룹에 두고두고 남아 있다. 이 회장은 그 뒤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만들었고, 삼성이 전자, 반도체로 커 나가는 주춧돌을 만들었다.
2星(삼성 금성)에 비해 뒤처졌던 효성의 막판 뚝심일까. 조석래(74) 효성그룹 회장이 돌연 반도체기업 하이닉스 인수를 제안하며 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4조원대에 이르는 인수 가격, 변동성이 심한 반도체업 특성에 따른 막대한 투자금액 등 다른 대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해 인수제안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하이닉스다. 섬유ㆍ중공업 중심의 효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고,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그룹 안팎에서 제기됐지만 조 회장은 일단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의 성장 돌파구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단 얘기다. 효성그룹은 섬유ㆍ중공업ㆍ화학ㆍ건설 등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는 갖고 있지만 그룹을 도약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의 오랜 숙원이다.
조 회장은 올 초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당시 방문이 조 회장이 결심에 이르게 된 단초가 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만일 세계 2위의 반도체기업 하이닉스 인수가 성사로 이어지면 효성그룹은 자산 규모가 21조원대로 늘어 재계 순위 26위에서 12계단을 뛰어 14위에 오르게 된다. 조 회장의 승부수가 그룹을 일대 도약으로 이끌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해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의 전철로 이끌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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