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지음, 명진출판
269쪽, 1만2000원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말부터 옮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소년 이병철도 꼭 그랬을 것이다. 식민지 조국에서 대체 어떤 길이 소년의 눈에 보였을까. 청소년을 위한 ‘롤 모델 시리즈’ 중 하나인 책은 시계를 꼬박 100년 전으로 되돌리며 시작한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의 일대기를 그렸다. 출발은 그의 소년 시절부터다. 천석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서당 공부엔 별 흥미를 못 느꼈던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어린 병철은 어느 날 진주의 큰 시장을 구경갔다가 넓은 세상에 눈을 떴다. 부모님을 졸라 서울과 일본 유학 길에 오른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학문은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사업을 꿈꾸게 된다. 1936년 그는 동업자 둘과 마산에 ‘협동정미소’를 냈다. 병철의 첫 사업이자 훗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곳이다.
시장 원리에 밝았던 그는 연거푸 사업에 성공한다. 무역회사 ‘삼성상회’를 일으키면서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암울한 시대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일제가 물러나자 서울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곧 전쟁이 터졌다. 한데 나라의 불행은 그에게 또 다른 길을 비췄다. 전쟁이 끝날 즈음 그는 ‘그저 돈만 버는 사업가가 아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가난한 나라의 기업가로서 설탕·모직 등 제조업에 뛰어들면서 겪었던 이병철 회장의 고초가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의 출발점이 된 반도체 사업에 대한 그의 도전 정신은 제 꿈을 다듬고 있는 청소년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사실에 기초했으나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곁들인 작가의 문체가 청소년 눈 높이에 딱 맞는 책이기도 하다. 흔히 떠올리는 재벌이 아닌, 본래 없던 길을 만들어낸 열정적인 기업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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