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구 생일이었다. 그 친구 남편은 미국 장교이고, 자신도 직업 여군이다. 생일파티는 특별히 한인 나이트 클럽을 빌려 한다고 다른 스케줄이 없으면 오라고 했다. 그 곳은 말이 나이트 클럽이지 외로운 교포들이 갈 데 없으니까 주말이면 모여서 술 한잔하며 한국노래를 들으며 회포를 푸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클럽을 들어가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가끔 여자들이 장소를 빌려 친구들과 생일파티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날 한인 나이트클럽은 일반 손님은 일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초청받은 사람만 입장을 시켰는데, 둘러보니 '남성 출입금지' 였다. 남자는 단 한 사람도 초대하지 않았고 무슨 친구가 그리 많은지 내가 보기엔 여자들만 한 50명쯤 와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미국 남자 두 명이 거의 전라로 작은 스테이지에 있었다. 그제야 기가 막힌 생일파티에 초대된 것을 알았다. 남편 생일에 부인이 집에 스트립 걸을 초대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남편이 클럽까지 얻어서 부인을 위해 스트립퍼 남자를 초대해 줬다는 얘기를 들은 적 없다. 부인한테 그렇게 파격적인 생일파티를 해주는 남편을 둔 그녀를 모두들 벌써부터 부러워하고 있었다.
세상에 와이프 생일에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라고 이렇게 깜짝쇼를 준비해 주고 스트립퍼 남자들 까지 보내 주다니…. '와~ 이렇게 생각이 트인 남자가 있을까?' 스트립쇼 하는 남자들은 20대 중반 애들 같았다.
그런데 내 평생 그렇게 멋있게 잘빠진 남자는 처음 보았다(물론 추노에 장혁이나 오지호 몸매도 죽이는 몸매이긴 하지만, 그건 화면에서 본 거라 그림의 떡이고…). 완전 근육질 몸매에 한 명은 빨간 T타입의 아슬아슬한 팬티만 걸쳤고, 또 다른 한 명은 검정 T팬티를 걸치고 스트립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들은 스트립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모처럼 그 곳에 온 한국 여자들은 스트립 댄서들에 눈요기를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고, 나도 질세라 스테이지가 끝날때마다 목청을 높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동안 안면은 있는데 못 봤던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오랫만에 아는 언니들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평생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기가 막힌 쇼를 구경할 수 있어서 안 왔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고 시끄럽게 수다를 떨었다.
생일파티는 부페식 한국음식에 양주, 맥주, 와인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었고, 거기다가 노래, 춤, 눈요기까지….
이렇게 여자들의 광음 소리와 함께 한 30분쯤 지나자 스트립퍼들이 갑자기 옷을 주섬주섬 입기에 다 끝났나 보다 했는데 표를 하나씩 뽑으라고 바구니를 돌리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즉석 복권을 파나 했는데, 거기서 숫자를 뽑은 여자가 앞에 나가서 손을 대지 않고 입으로만 남자 스트립퍼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기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잘 타는 어떤 여자가 손은 뒤로 묶고 입으로만 옷을 벗겨야 되는데 웃느라고 도무지 옷을 벗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나체로 다 벗긴다는게 아닌, 겉옷만 벗기는 거였지만.
모두들 어찌나 소리를 지르고 웃어대던지 홀 안이 떠나갈 듯 했다. 생일파티에 초청된 그 스트립퍼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고 프로정신이란? 스트립을 하든, 할머니가 콩밭을 매든, 식모가 누룽지를 긁든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 없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해 열심히 하는 것이 라고 생각 했다.
이렇게 모두를 웃음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는 옷 벗기는 게임이 끝나자 그 후에는 테이블을 돌면서 생일파티나 무슨 행사 있으면 초청해달라고 명함을 돌렸다. 호기심이 발동해 "이렇게 한 번 나오면 얼마를 받냐"고 물었더니 300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끝나면 바로 또 다른 생일파티에 스케쥴이 있다고 한다. "이게 당신 본업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대학원 공부하면서 박사코스를 밟고 있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면이 참 좋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으로 자신있게 사니 말이다. 아주 재밌었다고 하면서 악수를 청하니 밝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어딜가나 밥맛 없는 인간은 꼭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어떤 여자가 스트립퍼들을 바라보며 무시하는 말투로 말한다. "저런 얼굴로 뭐 할 게 없어서 스트립퍼를 하니?" 좀전에 실컷 같이 웃고 잘놀아 놓고….
제일 싫어하는 인간 중 하나가 자기 인생관의 잣대로 다른 말로 하자면, 서로의 얼굴이 다르듯 각각의 사람마다 본인이 느끼는 '삶'의 의미가 다르거늘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 생각만으로 가치있게 사네, 안 사네 평가하는 인간들이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것도 아니면서 그것도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것을 놓고….
세상에는 아롱이 다롱이로 사는 인생들이 있기에 또 살아 볼만한 세상이고 여자가 예쁜 척, 얌전한 척, 교양있는 척, 잘난 척, 선한 척, 집안 좋은 척, 여자가 할 수있는 온갖 '척'을 다해도 웬만해선 거의 귀엽게 봐주는 편이다. 그러나 남을 무시하면서 자기를 맨 위에 올려놓고 남을 내리까는 과대망상증 인간하고는 단 1분을 못 견뎌 한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쇼를 하고 스트립퍼들은 떠났고 케이크을 자르고 다시 또 남은 음식을 먹으며 노래와 춤으로 그날이 삶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신나게 놀았다.
클럽은 7시에서 10시까지만 빌렸고 10시가 넘어가니 생일파티는 막을 내리면서 다시 일반 교포손님들을 받는다며 걸어 잠갔던 문을 열어 놓는다. 이게 문화의 차이,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한국 남편 같았으면 어림 없고, 그렇다고 미국 남편이라고 다 그런 것은 또 아니다.
아무튼 인생은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것 보다는 주어진 조건에서 무조건 재미있게, 신나게 사는 자가(그게 꼭 먹고 노는 것 만을 말하는 게 아닌, 노는 것이든, 일하는 것이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삶) 나중에 늙어서 인생 계산서에 남아지는 게 많을 것이라 본다.
그동안 수많은 생일파티에 참석했지만 이처럼 화끈 생일파티는 미국 생활 3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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