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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경기 시작 14초. 오만 문전에서의 혼전 중 수비가 걷어낸 볼이 다가오자 오른발로 왼쪽으로 트래핑하며 달려드는 수비를 제쳤고 곧바로 왼발 슛으로 오만의 골네트를 갈랐다. 남태희(21·레퀴야·사진)의 이 벼락 골 한방이 한국 올림픽대표팀을 살렸다. 중동 방문 2연속 무승부의 부담 속에 마지막 원정을 떠난 선수들은 이 골로 힘을 얻어 펄펄 날아 3-0 완승을 거뒀다.
시련 속에 성장한 남태희가 올림픽팀의 ‘신형 병기’로 떠올랐다. 남태희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이 잠시 뽑았던 선수. 하지만 그해 프랑스 발랑시엔으로 건너가 부진을 보이자 잠시 방관하며 지켜봤다. 실력은 되지만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남태희는 두 시즌 동안 37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홍 감독은 계속 지켜만 봤다.
지난해 말 카타르 리그로 옮긴 남태희가 7경기에서 4골 3도움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이번에 다시 불렀다. 부담 있는 중동 원정에 ‘중동파’를 기용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오른쪽 날개로 선발 투입된 남태희는 보란 듯이 홍 감독의 결단에 화답하며 ‘런던행’ 엔트리도 사실상 낙점받았다.
남태희는 “감독님이 초반 5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경기 시작부터 압박하려고 집중했던 게 골로 연결된 것 같다. 골을 넣고 기분이 너무 좋아 세리머니 하는 것도 잊었다. 누구랑 얼싸 안았는지, 공을 어떻게 차서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웃었다. 홍 감독은 “남태희는 기본적으로 기량을 갖춘 선수다. 오늘 100% 이상 잘 해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격진 운영 옵션이 늘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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