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science /화 학

전지, 배터리

나 그 네 2012. 3. 1. 13:15

우리는 전지가 없는 현대 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휴대전화, TV 리모컨, 디지털 카메라를 비롯하여 노트북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전지를 필수 불가결하게 이용해야만 하는 생활에 젖어 있다. 노트북 컴퓨터 사용 중에 전지의 약(?)기운이 다 떨어져서(정확하게는 ‘완전히 방전 되었다’고 표현한다) 작업 중인 자료를 저장도 못하고 날려 보낸 씁쓸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지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전극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개의 전극은 전해질과 접촉이 되어있다. 그러나 전극끼리는 직접 접촉이 안되도록 두 전극 사이에 격리판(separator)을 끼워 넣는다. 전지는 화학반응 결과 발생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이용하는 도구이다. 전지를 사용하려는 장치에 연결하면 2개의 전극에서 각각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이 자발적(spontaneous)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산화반응과 환원반응을 반반응(half reaction)이라 한다. 화학반응 중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산화·환원 반반응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서 금속 리튬은 공기 중에서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거쳐 자연스럽게 산화리튬으로 변한다. 금속 리튬은 전자를 잃어버려 리튬 이온이 되며(산화 반반응), 공기중의 산소(O2)는 전자를 얻어 산소 음이온이 되는(환원 반반응) 것이다. 만약에 산화 반반응과 환원 반반응이 따로 진행이 되도록 한다면 하나의 전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산화리튬이 형성되는 화학반응이 진행되면 반응결과 많은 열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무수히 많은 종류의 반반응 2개를 이용하여 수 많은 종류의 전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산화 반반응과 환원 반반응은 그리 많지 않다.

전지는 두 개의 전극과 전해질로 구성된다.
<출처: (cc)Alksub at en. wikipedia>

 

한쪽 전극에서 자발적인 산화 반응이 진행된 결과 생성되는 전자들이 외부 회로를 통해서 각종 장치나 기기를 통해 흐르게 된다. 이 전자들이 궁극적으로는 전지의 또 다른 전극으로 흘러 들어가 전지 내부에서 환원 반응을 진행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화학반응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이용되는 것이다. 만약에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분리되어 일어나지 않고 진행이 되면, 화학 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열이나 빛으로 소멸될 것이다. 전지가 완전히 방전이 되었다는 것은 전지내부에서 자발적인 산화·환원 화학반응을 할 수 있는 화학 물질이 거의 소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지의 종류에는 한번 사용한 후에는 폐기처분 하는 1차 전지와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가 있다. 2차 전지는 ‘충전’을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충전은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진행되어 전지 내부에 축적된 생성물을 본래의 반응물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마치 산 위에 있던 돌이 자발적으로 굴러 내려간(자발적인 산화·환원반응)다음에 그 돌을 산 위로 끌어 올리려면(역 산화·환원 반응)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충전기를 통해서 역 반응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넣어주면, 전지는 다시 한번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진행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는 셈이다. 그러나 1차 전지를 재사용하기 위해서 충전기를 사용하여 역 반응을 진행시키면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역 반응의 결과 가스와 같은 부산물이 발생하게 되면, 내부 압력이 증가하여 전지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사용하면 폐기하는 1차 전지의 종류로는 알칼리 전지, 수은 전지, 리튬 1차 전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알칼리 전지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알칼리 1차 전지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아보자(알칼리 전지 중에서 여러 번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도 있다.) 알칼리 전지의 -극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평평한 쪽은 내부적으로 아연(Zn) 분말 전극이 연결되어 있다. 전지에서 볼록 튀어 나온 +극에는 이산화망간(MnO2) 전극이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전극들은 내부에 있으며 외부에 노출된 것은 전기가 통하는 금속 물질이다. 전해질은 알칼리인 수산화 칼륨(KOH)을 사용한다. 알칼리 전지라고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알카리전지의 단면

구성요소

 

전지를 기기나 도구에 연결하면 전지 내부에서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진행이 된다. 아연 전극은 산화아연(ZnO) 전극으로 변하는 산화반응 (금속 아연이 전자 2개를 잃고 아연이온(Zn2+)이 되면서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아연이 된다.)이 일어나며, 이산화망간 전극은 삼산화이망간(Mn2O3) 전극으로 변하는 환원반응 (이산화망간의 망간이온(Mn4+)이 전자를 받아서 삼산화이망간의 망간이온(Mn3+)이 된다.)이 일어난다.

 

 

전극이 다 소모되어 더 이상 산화‧환원 반응이 진행되지 못하면 전지는 죽어 버린 것이다. 약(?)이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반응할 수 있을 화학물질인 아연 혹은 이산화망간이 거의 다 소모되었거나, 전해질이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

 

 

충전을 해서 반복 사용하는 2차 전지에는 납 축전지, 니켈-카드뮴 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 전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요즈음에는 휴대폰에 리튬이온 2차 전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2차 전지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자동차용 납 축전지의 예를 들어 원리를 한번 알아보자.

 

대표적인 2차 전지인 자동차용 납 축전지 <출처: NGD>

그 단면

 

납 축전지(Lead acid battery) 역시 2개의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지 한쪽 단자에 –라고 표시된 곳에는 납(Pb) 전극이, +극이라고 표시된 곳에는 이산화납 (PbO2) 전극이 연결되어 있다. 전해질로는 진한 황산(약 6M H2SO4, 부피비로 약 35%정도)을 사용한다. 네모형 납 격자(grid)에 납 가루와 결합재(binder)를 섞은 젤 형태의 반죽으로 격자를 채우고 굳혀 전극 판을 만든다. 두 개의 전극판을 전해질에 담그고 외부 전원에 한 판에는 – 전원을, 다른 판에는 + 전원을 연결하여 환원‧산화 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그러면 – 전원에 연결했던 격자 판은 납 전극으로 + 전원에 연결했던 격자 판은 이산화납 전극으로 변한다. 전극과 전해질을 이용하여 전지를 조립하면 된다. 그러나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전지라 할지라도 전지의 성능은 만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마치 장 담그는 것처럼 손맛(?)이 중요한 것일까?

 

 

충전된 상태에 있는 전지를 기구나 장치에 연결하여 사용하면 전지 내부에서는 산화‧환원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즉 전지를 사용하는 과정 (방전)에서 납(Pb)전극은 황산납(PbSO4) 전극으로 산화된다. 금속 납이 전자를 2개 잃고 납이온(Pb2+)이 되며, 전해질에 있는 황산 음이온(SO42- )과 결합하여 황산납(고체)이 된다. 반면에 이산화납(PbO2) 전극은 황산납(PbSO4)으로 환원된다. 이산화납에 있는 납이온(Pb4+ )이온은 전자 2개를 받아서 황산납의 납이온(Pb2+)이 된다. 그러므로 완전히 방전된 상태의 납 축전지의 두 개의 전극은 모두 황산납 전극인 셈이다.

 

 

방전과정에서 황산이온이 소모되므로 전해질인 황산용액의 비중(specific gravity)을 측정하여 전지의 방전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수리점에서 비중계를 사용하여 전해질의 비중을 측정하는 일은 곧 전지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납 축전지의 충전과정은 방전과정의 역으로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즉 –극에서 방전할 때는 산화반응(Pb가 PbSO4로 산화)이 진행되었지만, 충전할 때는 환원반응(PbSO4가 Pb로 환원)이 진행된다. 반면에 +극에서는 방전할 때는 환원반응(PbO2가 PbSO4로 환원)이 일어났지만, 충전할 때는 산화반응(PbSO4가 PbO2로 산화)이 진행된다. 충전과정의 산화‧환원 반응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아니므로 반응을 진행시키려면 전기에너지를 가해야 한다. 자동차의 발전기(generator)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 일부는 직류 전력으로 변경하여 전지를 충전하는데 사용된다.

 

 

납 축전지에 이용하는 한 쌍의 전극으로 약 2볼트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약 12V의 전지를 만들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6쌍의 전극이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상용화 된 2차 전지는 보통 수백 회 이상 방전‧충전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된 전극재료와 전해질로 만든다.

 

 

전지 용량을 표시하는 단위는 Ah (암페어 곱하기 시간이라는 의미)이다. 많이 사용하는 알칼리 전지의 용량은 약 1700mAh ~ 3000mAh(혹은 1.7Ah-3.0Ah. 1A = 1000mA)범위이다. 그러므로 3000mAh 용량의 전지로는 1000mA의 전류를 소모하는 기기를 작동한다면 이론적으로 3시간(3h)을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용 납 축전지는 약 40Ah ~ 200Ah 범위이다. 자동차의 엔진 크기에 따라 필요한 전지 용량도 달라진다. 전지의 사용시간을 20시간 정도로 예상하여 만들기 때문에 40Ah 전지는 2A의 전류로 20시간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사용조건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큰 전류로 전지를 사용할 때 보다는 작은 전류로 사용할 때 전지의 용량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전지의 용량은 일정한 용기의 부피에 들어 있는 물의 총량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정부피의 물통에 있는 물을 조금씩 마시면 오래 마실 수 있지만, 마시는 양이 많으면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전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용시간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휴대폰 배터리의 사진. 880mAh라고 용량이 표기되어 있다.

 

 

현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화학 반응을 직접하고 있는 셈이다. 전지를 사용할 때(방전)는 자발적으로 화학 반응이 진행되지만, 비자발적인 화학 반응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전지에 에너지를 가하는 일(충전)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들도 각자 적합한 방식으로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몸에 충전하고, 필요한 곳과 때를 살펴서 방전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좋은 성능의 전지가 더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전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발행일 
20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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